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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아줌마 Feb 16. 2024

요즘 생긴 습관

잠들기 전 생각나는 것 녹음하기 & 드라마 도깨비 보면서 든 생각

평범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며칠 전부터 고군분투했을 당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내 핸드폰 음성 녹음에 저장되어 있는 글이다. 심지어 내 목소리이고 반쯤은 잠에 취해 있다. 도대체 내가 이 날 무슨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이 말을 내 목소리로 들으니 뭔가 가슴 저~~~~ 기 아래에서 찡한 게 올라온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어느 작가가 어느 책에 적어 놓은 글귀겠지만 이 평범한 하루에 대한 내 갈망이 얼마나 강한지.. 새삼스럽게도 오늘 하루에 감사해진다. 


보통 잠들기 전에 밀리의 서재를 통해 책을 읽는다. 종이책은 불을 켜야 하고 자세 잡기도 힘들다. 이래저래 잠들기 전 보기엔 핸드폰이 유리하다. 누워서 보다가 그놈에게 얼굴을 정통으로 맞을지언정 편안함이 더 좋은 걸 어쩌리. 그렇게 보다가 약을 먹고 잠들 시간이 되면 가만히 누워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뭐 기다려도 딱히 잠이 오지는 않는다. 조금씩 약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온몸이 노곤해지면서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


그런데 그때 생각나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에 책을 많이 읽은 탓인지 내 뇌가 비정상적인 회전을 하는 것인지 어찌 되었든 생각나는 걸 기억해 내려고 애쓴다. 왜 자기 직전에 브레인스토밍이 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생각이 안나는 것보단 나을 테지. 얼마 전까진 핸드폰에 메모하기를 했다. 내 폰은 아이폰 미니..... 밤이면 더 자판이 안 보인다. 심지어 술도 마시고 약도 먹었다. 아침에 보면 당최 무슨 글인지 알아볼 수가 없다. 허허 이것 참 불편하군... 그러다가 녹음하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 딸아이가 친구들과 짧은 음성 녹음을 카톡 메시지로 보내는 걸 보고 요즘 아이들은 참 기이하다 생각했었는데 참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런 신세계가 있나!!!!!!! 브레인스토밍이 매일 밤 일어나지는 않기에 아직 녹음 건수는 몇 건 되지 않지만 약간 취한 듯 아닌 듯 멜랑꼴리 한 목소리로 들으니 오호라 이 아줌마 좀 섹시한데 싶다.


설 연휴 동안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다시 보았다. 횟수로만 따져도 어마어마하게 보았을 거다. 본 거 또 보냐고 남편은 시큰둥하게 지나가지만 지가 유럽 축구 보는 거나 내가 지나간 드라마 재탕하는 거나 다를 게 없기에 당당하게 시청한다. 드라마를 N번째 보지만 이번엔 스토리나 인물들의 감정보다 대사 하나하나가 귀에 꽂혔다.


"그만되었다. 그만하면 되었다"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생의 간절함을 바라는 것일 테니.."


"많이 웃고 씩씩하게.. 그게 받은 사랑에 대한 예의라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선택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너무 많이 울어버렸다. 이런 게 작가구나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만이 작가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사람. 그 글에서 상처받은 감정을 치유하는 나. 절망 속에서 드라마의 대사는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작가는 아무나 하면 안 되겠구나. 그리고 누군가의 작품이든 허투루 보아선 안 되겠구나.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썼을 글을 곱씹고 곱씹어야겠구나. 나는 그동안 공유의 얼굴만 보았던 것이 틀림없다. 


잠자기 전 떠오르는 잔상들을 많이 남겨놔야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취중진담 나도 누군가에게 약이 되는 글귀 하나 정도 던지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지. 새롭게 생긴 습관이 나에게 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 하나 남겨주길 바라며 어제의 내 음성기록을 남겨 본다.(언제 이런 녹음을 한 건지 나원참)


이미 틀렸다고 생각한 내 40대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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