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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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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아줌마 Feb 07. 2024

에헤이!! 어르신~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데이~~~

동네마트에서 일어난 일

왜 매일 냉장고는 텅 비는 거지? 일주일에 4번은 장 보러 가는데 늘 오늘 저녁에 먹을 게 없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형마트 동네마트 돌아가며 다니는데도 늘 곳간은 비고 오늘은 뭐 먹지를 도돌이표처럼 고민하니 이거야 원. 마트를 직접 해야 하나? 툴툴거리며 동네 마트로 향했다.


앗싸~수목 광풍데이란다~ 애호박 하나가 980원! 허걱 미친 듯이 두 개를 집어 들고 매섭게 서치 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보다 동네마트에서 더 저렴하게 겟하게 되는 경우가 쏠쏠찮게 있다. 동네 마트치고는 꽤나 큰 데다가 수입 식료품도 대부분 구비되어 있어서 굳이 대형마트까지 가는 수고를 덜어주는 고마운 곳이다. 꼼꼼히 매의 눈으로 아니 몽골 유목민의 눈을 빌려서라도 찾아내고 싶다는 열망으로 구석구석을 뒤졌다. 오늘 여길 온 것은 최근에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이다 싶을 정도로 할인율이 높은 제품들이 많다. 올리고당도 평소 반 값으로 득템하고 만두도 바구니에 담았다. 아이들 좋아하는 햄이며 이것저것 담았는데 얼렐레? 오늘 저녁은 그럼 뭘 먹나? 그 고민이 해결이 안 된 채 할인에 미쳐서 이미 예상 구매금액이 5만 원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자자... 참자.. 짱구 엄마처럼 할인에 미쳐서 오늘 지출을 더 이상 늘리면 안 되겠다 싶어 자체 브레이크를 건다. 꽁치 캔하나를 더 담고 애써 유혹의 빨간색 글자들을 외면하고 돌아서 카운터로 간다. 아쉬운데.. 하... 결국 오늘 저녁은 꽁치 캔 하나로 해결해야 할 판이네. 할 수 없지


카운터에 하나하나 물건을 올리고 혹시나 더 사야 할 게 있나 싶어 매장 쪽으로 눈을 돌린다. 그때 갑자기 내가 올린 물건들 위에 포장된 박스 하나를 올리며 어떤 할아버지가 언성을 높인다.


"야. 내가 방금 우유 두 개랑 머 하나 하여튼 서너 개밖에 안 샀는데 백만 원을 결재했나. 미쳤나?"


영수증 하나를 들이밀면서 왜 백만 원을 결재했냐며 도둑놈들이란 말도 서슴없이 하신다. 밑도 끝도 없이 반말에 매장 직원을 도둑으로 모든 이 할아버지는 뭐지? 계산원인 아주머니도 나이가 제법 있으신 분이다. 대뜸 두서없이 던지는 말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바로 옆에 있던 나도 하도 어이가 없어 어르신을 다시 찬찬히 뜯어봤다.


"어르신, 그거 여기 영수증 아니에요"

침착한 목소리로 계산원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


"아니긴 뭐가 아니고 니가 방금 여기서 계산하고 준거잖아"


에헤이,,, 어르신 그거는 마트 영수증이 아니고 은행 영수증인데 그래도 백만 원 출금할 여유는 있으시나 보네 속으로 생각하면서 보다 못한 내가 끼어든다.


"어르신 그거 은행 영수증인데요"


계산원 아주머니도 이제는 어이가 없으신지 은행 영수증임을 언짢은 말투로 한 번 더 알려주었다.

잠시 어르신이 머쓱해하며 확인하는 동안 나는 계산원 아주머니께 파이팅을 작게 외치며 계산을 하고 돌아 나왔다. 종종 이런 분들이 있다며 감사하다는 아주머니 말에 에효..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백만 원 계산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할아버지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뒤돌아 떠나갔고 마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각자 본인이 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곱게 늙자 우리는"

 남편이랑 둘이서 그렇게 해프닝을 갈무리했다. 작년 시어머니를 응급실에 모셨을 때 당신 목걸이를 누가 훔쳐갈까 봐 간호사들에게 호통을 치던 시어머니가 갑자기 생각났다. 나이가 들 수록 여유 있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건 힘든 일일까? 나 또한 그런 사람들처럼 편협한 고집쟁이가 되면 어쩌지? 마트에서의 해프닝하나로도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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