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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아줌마 Nov 21. 2023

당신에겐 이런 친구가 있나요?

대놓고 친구자랑~

그녀는 내가 대학교 입학하고 반학기가 지났을 무렵부터 친해진 친구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입학하고 거의 반년을 학교를 안 나가는 나에게 매일 같이 삐삐를 쳐대던 가스나들. 우리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고 오늘 내가 얘기하고 싶은 친구도 그 가운데 하나다. 


172cm 훤칠한 키에 조막만 한 얼굴을 가졌다.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그녀는 진짜 5전 6기? 하여튼 어마어마한 노력으로 승무원이 되어 김포로 떠났고 자기 길을 열심히 살아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서 우리 모두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되었다. 그 안의 여러 사정들은 말하면 눈물 날 일 밖에 없으니..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그 많은 일들이 무덤덤해지는 걸 보면 인간에게 망각은 정말 축복이구나 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얼마 전 택배가 하나 왔다. 열어보니 스**스 텀블러다. 하나 사려고 알아보고 있었다. 너무 큰 거밖에 없고 주로 쓰는 컵이 뚜껑이 없는지라 따뜻한 걸 좋아하는 나에게 맞춤인 듯 딱인 텀블러를 보낸 친구.  자세히 보니 어라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JS7796 이름과 출생 연도와 학번ㅎㅎㅎ텀블러 따위 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이니셜을 생각하며 좋아했을 친구의 표정과 떨림을 알 수 있다. 자기 물건을 사는 것도 엄청 좋아하는 친구지만 남에게 베푸는 걸 더 좋아하는 친구다.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고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 나같이 무뚝뚝하고 표현 못 하는 사람을 25년간 매일 전화하고 챙겼던 친구다. 나보다 더 바쁜 그녀였는데 항상 먼저 손을 내미는 건 그 친구였다. 콜백은커녕 연락조차 잘 안 하는 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챙김을 받다 보니 나 역시 누구보다 먼저 챙기는 친구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매 같은 사이가 되어 버렸다. 


서로의 자식들을 함께 고민하고 똑같이 이기적인 김 씨와 결혼해 울분을 토로하기도 한다.  서로 힘들고 어려운 일에 함께 눈물 흘리며 도닥거린다. 쓴소리도 아끼지 않고 칭찬은 더 아끼지 않는다. 매일 통화해도 한 시간이 넘는 수다에 김 씨 아저씨는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긴 하지만 말이다.


뭐 보통 친구들 다 그렇게 지내지 않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우리 사이엔 질투도 없고 서로 하나라도 더 챙기고픈 마음 밖에 없다. 그래서 늘 짠하고 맘 아프고 잘되면 신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똑같이 아프다. 


두 아들 공부 때문에 선택했던 태국행. 혼자 막막했을 텐데 코로나까지 덮쳤다. 고군분투하길 2년.. 공황장애를 얻고 귀국길에 올랐을 때 그녀는 50킬로도 채 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했다.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자주 보지도 못하고 심지어 그 상황에서도 먼저 나를 찾아준 친구다. 내가 가도 되었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가장 후회스럽다. 


지금은 아이들도 잘 적응하고 심지어 큰 아들은 성적도 우수해서 내가 주변에 자랑하고 다닐 정도다. 아마 오늘 오후에도 장난스러운 그녀의 전화가 걸려 올 것이다

"모시모시~~" 

우리는 일문학과 출신이라 늘 시작이 이렇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어에 능통하느냐? 25년의 시간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잊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ㅋㅋ 얼마 전 그녀가 후쿠오카 여행길에서 아주 간단한 질문을 못 알아들었다며 우리끼리 밤새 그 단어 하나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오늘도 그렇게 또 통화를 하게 될 거다. 아니면 장문의 카톡을 주고받던지~ 오늘 우리의 일상을 공유하고 늘 걱정하며 그렇지만 티 내지 않고 배려하는 사이. 우리는 그렇게 늙어가고 있다.


나는 참 좋은 친구를 두었다. 그녀가 내 옆에 있음이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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