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쉽지 않네.

열정 아줌마 교습소 원장 되다.

by 열정아줌마

5월 말이 마감인 신인문학상을 준비하다 말고 창업한 썰을 오늘 좀 풀려고 한다. 그동안 글을 쓰지 못한 변명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싶다. 브런치에서는 글 쓰라고 독촉하고, 나는 글은커녕 책 한 자 읽을 시간도 없이 한 달여를 살았다. 소설 하나만 제대로 써보고 시작하려고 벼르던 일이 얼떨결에 진행되어 버렸다. 손엔 아직도 페인트가 다 지워지지 않은 채 손톱 반달 옆에 자리하고 있고, 묵직한 근육통은 요가를 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를 괴롭힌다. 장대하게 이번엔 제대로 도전해보리라 했던 소설은 절반도 쓰지 못했다. 미련을 버리지도, 그렇다고 완성하지도 못한 채 노트북 바탕화면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나는 왜 '갑자기' 교습소를 하게 되었는가? 브런치에서 언급한 적이 없을 뿐, 나는 국어 학원을 하기 위해 2년이 넘는 기간을 준비해 왔다. 국어 전공자가 아니기에 (나는 일어일문학이 전공이다.) 글쓰기, 토의토론, 독서논술지도자 등 각종 자격증들을 섭렵했고, 나 스스로 학생이 되어 수 권의 문제집을 풀고 외우고 공부했다. 그러니 '갑자기'라는 표현은 상황에 맞지 않지만, 적어도 5월이 되기도 전에, 이렇게 빨리 일이 진행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덜컥'의 사전적 의미(어떤 일이 매우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모양.)처럼, 아니 뭐에 홀린 것처럼 상가를 계약하고, 건축물대장에 떡하니 떠 있는 불법 건축물의 방해를 해결하고, 여러 가지 사정상 학원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교습소로 용도 변경까지 마쳤다. 그리고, 인테리어, 교육청 허가, 사업자등록까지를 딱 한 달 만에 해치웠다. 거리감 있는 이들은 "갑자기?"였고, 친한 친구들은 "드디어?"라는 제각각의 반응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5월 7일 개강을 앞두고 있다. 말이 개강이지, 아직 원생 하나 없는 교습소다. 간판만 달면 벌떼처럼 몰려들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판! 그리고, 오만! 자신 있던 모습 대신 바닥까지 내려간 자존감이 안 그래도 좁은 어깨를 더 가운데로 몰고 있는 것만 같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말하자면, 오픈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이니 기다려야 한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시간별로 아니 초별로 조급증이 든다. 이러다가 문 닫게 되는 건 아닌가 오만가지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출입구를 빼꼬롬 내다보기 일쑤다. 2년을 준비한 일인데도, 그 일이 눈앞에서 현실이 되었는데도 이 걱정과 불안은 왜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는지 알 수가 없다. 드디어 원하는 것을 이뤘는데, 꿈은 역시 꿈이었나라는 허무함마저 든다. 오지 않는 원생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 평가지를 만들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컴퓨터 안에 폴더가 늘어가는 것만큼 걱정거리들이 늘어간다. 포스터 하나까지 내 손으로 만들고, 판촉물까지 오늘 직접 만들어 주문했다. 일은 하면 할수록 늘고, 주머니는 갈수록 비어 간다. 다음 달 월세 걱정을 이미 하고 있는 나는 영락없는 자영업자다.


간판을 달고 매일같이 나와서 운영 준비를 해왔지만, 내일은 과감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딸아이를 데리러 가야겠다. 첫 대학 생활에 정신없다 보니 기차표 예매를 놓친 녀석이다. 연휴이기도 하고, 매년 어린이날을 아빠 생일로 우선 맞이했던 아이들이 모두가 청소년 이상이 되어 오롯이 아빠의 생일로 맞이하는 첫 해이기도 해서 의미가 남다르다. 교습소고 뭐고, 일단 내일은 잊자. 원생도 잊자. 불안감을 좀 내려놓고 겸허하게 기다려야겠다. 아이의 동굴이 열리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나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한 사람이 나타날 그날을. 겸허하고 또 겸손하게. 개인사업자의 푸념이 아닌 나의 다짐으로 급 마무리해 본다. 아직 내일이 있으니까. 오늘도 다 끝나지 않았고 말이다. 대다. 아이고, 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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