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vs 더킷 리스트

by 열정아줌마
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
Kick the Bucket에서 유래하였다.
중세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 버리는 행위에서 유래됨.

버킷을 차기 전에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들어는 봤지만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뭐 해보고 싶은 일보다 코 앞에 닥친 일들 처리하느라 하루가 버거웠던 시절들이었다고 말해보지만, '그것도 다 변명이었다.'라는 걸 인생이 한 뻔 꺾이는 나이가 되니까 깨닫게 된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 버킷리스트는 뭘까?' 수만 가지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야심 차게 다이어리를 열고 펜을 집어 들었다. 심지어 가장 긴 페이지를 열고 뒷 장까지 생각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최소 백 개는 있지 않을까? 그리고, 천천히 적어 내려갔다. 첫 줄은 너무 쉽게 적었다.

1. 혼자 여행 가기.

2. 엄마, 아빠 크루즈 여행 시켜 드리기.

3. 아이들을 위해 책 한 권 남기기.

4. 졸혼하기.

5. 동생과 조그만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고양이 키우며 살기.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을 것 같아서 여분의 페이지까지 준비해 두었건만, 주어가 나인 상황이 어색했던 걸까?. 그걸 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결국 다섯 줄에서 끝났다. 몇 가지 떠오르는 것들이 있긴 했지만 '굳이..'라는 단어가 뒤따라 오는 것들은 과감히 배제했다. 요 며칠 그런 생각에 조금 빠져있었는데 우연히 <유성호의 데맨톡>에서 버킷리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게 되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유튜브방송 중 하나이다. 서울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님이 전해주는 부검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도 좋지만, 가끔 영화나 책에 관한 방대한 지식들을 알려 주시기 때문에 알림 설정까지 해 두고 보는데... 놓쳤다는 아쉬움을 재빨리 뒤로 물리고, '이런 분의 버킷리스트는 과연 뭘까?'라는 궁금증에 교수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버킷리스트'라는 영화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시다가 '더킷리스트'라는 생소한 단어를 언급했다.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이란 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일종의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메시지? 그러면서 더킷리스트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duck it list
살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의 목록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이란 책에서 유래됨.


교수님은 딱 두 가지만 자신의 더킷리스트를 알려 주었다. '못된 사람들과 같이 일하기 않기', '그리고 자기혐오'라고 했다. 순간, 버킷리스트보다 더킷리스트를 작성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더 사로잡혔다. 볼펜을 잡고 써 보기 시작했다.

1. 욕심 내기 않기.

2. 미운 말 하지 않기.

3. 부정적인 생각 하지 않기.

4. 비난하지 않기.

5. 차별하지 않기.

6. 억지로 사랑하지 않기.

7.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이 되지 않기.

8. 술 마시지 않기.

9. 신세한탄 하지 않기.

10. 남 탓하지 않기.

하, 이걸로 두 페이지는 거뜬히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더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행하다 보면 버킷리스트도 이제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내가 이렇게만 산다면 버킷리스트를 실행하지 않아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버킷리스트, 그리고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더킷리스트. 오늘 더킷리스트를 마저 작성해 보고 버킷리스트도 써 볼 생각이다. 죽기 전에 스무 개는 하고 죽어야지. 오늘 잠들기 전까지 일단 5번째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봐야 겠다. 요즘 봄 바람이 참 좋다. 여름 바람인가^^;;;


https://youtube.com/watch?v=FaINQcqYmtA&si=OJ-oagPh5IKbhe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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