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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a Jan 19. 2021

스페인에서 영어 강사로 살아남기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구직 이야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결심을 했다. 스페인으로 오기 위해 나는 많은 노력을 했고 이대로 돌아가면 스페인으로 여행을 온 거나 다름이 없다. 그렇지만 스페인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들고 도착한 지 한 달째. 아무런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고 마음은 점점 불안해져가고 있었다. 조언을 구할 겸 친구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계약할 때 도와주었던 친구인 쌤을 다시 만나고 나는 하소연을 했다. 내가 아무리 이력서를 찾아들고 가도 나를 채용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쌤은 


"너 지금 나랑 영어로 대화하고 있잖아, 너도 알다시피 스페인 사람들이 영어 못하는 거 알지? 그럼 영어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해보는 게 어때?"


"내가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아닌데 나를 영어 선생님으로 쓸까?" 

"물론 원어민 선생님들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 그런데 내가 예전에 다녔던 곳은 스페인 사람인 내가 영어 선생님을 했으니까 너도 할 수 있을 거야. 이력서를 보내주면 내가 한번 전에 다녔던 곳으로 연락해볼게." 


"정말? 그래 주면 고맙지. 당장 이력서 보낼게." 

쌤에게 조금의 기대를 걸고 나는 그날부터 영어 강사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스페인에 오기 전에는 스페인 사람들이 영어를 잘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보통 스페인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지 못했고 젊은 사람들만이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에 가면 외국인 비율이 높아서 영어를 더 잘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있는 발렌시아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있어 보였다. 예를 들어 내가 길을 물으면 영어로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없다. 스페인어에 대한 자부심인지 영어를 정말로 모르는 건지는 나중에 알았지만 전자와 후자 모두 해당되는 것 같다. 


발렌시아에는 영어 선생님들을 위한 페이스북 커뮤니티가 있다. 말이 영어 선생님들이지 발렌시아에 사는 영국인이나 아일랜드 사람들을 위한 구직 포함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그곳에서 여러 가지 구인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넣었다. 솔직히 발렌시아에는 영어권 원어민들이 많아서 연락이 안 올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이력서를 보고 신기하게도 한 영어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바로 면접을 보러 올 수 있겠냐는 전화를 받고 용모를 단정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취준생 때 많이 접했던 질문들을 조금씩 수정해서 머릿속에 주입되도록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면접을 보게 될 영어 학원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학원 가는 길에 항상 지나쳐야 했던 골목길 


'많이 지나다니던 곳이었는데 이런 데서 영어 강사로 면접을 볼 수 있게 되다니.. ' 정말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기대를 안고 드디어 면접을 보러 학원으로 들어갔다. 면접관의 이름은 랍. 그는 푸에르토리코 계 미국인인데 스페인 사람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엄청난 리액션으로 나를 편안하게 해 줬고 미국식 영어를 구사 해 알아듣기가 편했다. 그는 내 이력서를 보고 캐나다 호텔 리셉션 직원으로 일했던 경력이 가장 눈에 띄었다며 리셉션에서 일할 만한 영어 실력이라면 영어 선생님으로서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에서 한인타운에 많이 가 봤다며 국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급하게 선생님을 구하고 있었는지 나에게 당장 오늘부터 일을 시작해 달라고 했다. 계약서와 서류는 내일 가져와달라고 했다. 은행 계설은 이번주내로 자기가 도와준다고 했다.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랍이 챙겨준 교재를 들고 다시 집으로 와서 수업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랍이 말하기를 내가 맡을 반은 총 3개라고 했다. 오늘 수업을 해야 될 반은 중학생들 반으로 총 4명의 학생이 있다고 했다. 계속 놀고 있다 당장 일을 시작하려니 머리가 아팠지만 예전에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찾았다. 교재를 들고 학원으로 가서 수업 준비를 했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기쁘기도 했다. 드디어 스페인에서 처음 시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화면에 띄우고 칠판에 오늘 배울 내용을 정리했다. 처음으로 리카르도라는 학생이 들어왔다. 내가 여러 가지 질문을 했지만 수줍음이 많은 학생이라 그런지 대답을 짧게 했다. 이윽고 금발의 로레나라는 여학생이 들어왔다. 다행히 로레나는 착하고 수다스러워서 수업 분위기에 굉장한 도움을 주었다. 첫 수업에서는 2명의 학생들만 참여를 했고 생각보다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와 주었다. 


호주계 선생님인 Joe와 그의 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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