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더 다이버 재밌네.
이걸 무슨 장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고, 구성이 되게 산만하고 난잡함.
근데 이상하게 아무튼 하긴 계속 하게 됨.
한국에서는 흔히 게임을 디자인 할 때 범용성을 굉장히 중시함.
물론 뭐 게임의 어떤 부분이 안그럴까싶지만,
사실 게임의 디자인은 그렇게까지 범용성을 챙기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오히려 그러면 안되는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심하게 그러함.
애초에 게임이라는걸 한국에서 메이저급 여가활동으로 끌어올린 게임들이 대부분 미친 플레이타임을 요구하는 장르였고, 수십년이 흐르면서 꽤 희석되긴 했지만 여전히 뿌리의 영향력은 남아있다고 봄.
그런 미친 플레이타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보자면 '범용성'을 필사적으로 붙잡을 수 밖에 없음.
시스템 하나 만들어서 50군데 써먹을 수 있게. 뭐 하나 새로 만들거면 플레이타임 300시간은 뽑아줄 수 있는걸로! 이런 식.
이건 뭔가 그 ... 어차피 줄 수 있는 양은 정해져있는데, 그걸 어떻게든 뿔려서 오래 먹게 만드는거임.
플레이타임이라는 양적 측면에 고도화되는 것.
물론 예전에 그랬다는거고, 이후에는 질적인 측면도 고도화 됨.
근데 거기서 중시하는 질적인건 플레이어의 경험에 대한 질이라기보다는 과금욕구에 대한 질적 고도화였기 때문에 게임 자체의 경험이 대단히 개선되었다고 보긴 좀 어렵고 ...
질적으로 강렬한 경험.
임팩트 있는 체험!
뇌리에 남는 기억!!
두고두고 기억되는 추억!!!
이런걸 게임에서 제공하려면 범용성 있는 게임 구성은 일정 선을 넘을 경우 방해가 될 수 있음. (물론 잘 짜여진 범용성 있는 시스템들이 교차하면서 매우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기회되면 얘기하기로 하고)
유니크하고 고유한 경험이어야만 그게 선명하게 뇌리에 남고 그 어떤 정신적 포만감? 이런게 오고 오래오래 기억됨.
예전 한국 게임들은 이런 측면을 '멀티플레이'에 의존해서 해소했었음.
게임이 제공하는 플레이 자체는 매우 반복적이고 지루한데,
그걸 여러 사람이 같이 하게 만들어놓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유니크함이 반복 플레이의 단조로움을 커버하는 거임.
나는 한국 게임 회사들이 싱글 게임 잘 만들기 어려워하는게 이런 부분이라고 봄.
맨날 반복 플레이 위주의 범용성 높은 게임만 만들어봤으니,
고유 경험, 독특하고 뇌리에 삼는 선명한 경험, 눈을 감아도 떠오르도록 대뇌피질에 때려박는 강렬한 경험!
이런걸 주는 게임은 만들기 어려워 함.
물론 이런걸 해 낸 게임들도 꽤 있긴 함.
'막내야 또 속았구나 하하하'로 유명한 블소라던가, 마영전의 전설적인 거미 잡는 오프닝 등 뭐 없지 않음. (그리고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전설 오블 레전드인 듀랑고의 기차 오프닝씬도)
하지만 그건 블소와 마영전이 다소 예외적이었던거라고 보고,
블소든 마영전이든 결국 본편 플레이에서는 범용성을 열심히 챙겨서 반복 플레이를 시킬 수 밖에 없었음.
데더다 얘기하려다가 이상한 얘기를 넘 길게 했는데,
아무튼 데이브 더 다이브는 뭔가 자잘자잘한게 되게 많음.
그래서 게임 전체의 코어 플레이 루프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막상 어느정도 이해하려고 해도 그게 하나의 루프가 깊이 있게 돌아가는게 아니라 여기 조금 저기 약간 식으로 얄팍하고 넓게 퍼져있다는 인상임. 앞서 말했듯 난 그래서 데더다가 난잡하고 산만하게 느껴졌음.
근데 그럼에도 게임 자체는 계속 하게 됨.
왜냐면, 그 여기 조금 저기 약간 흩어져 있는 것들이 대부분 다른 피처들과 최소한의 일관성만을 가진 채 다른 활동이기 때문에.
예를들어 이야기의 전개만 해도 뭔가 NPC에게 가서 임무 받고 그걸 해결 하고 다시 돌아가서 보상 받고 이런게 데더다에 없는게 아닌데, 메인 스토리는 계속 누가 찾아오고 뭐 시키고 그거 하다보면 다른 일이 발생하고 거기서 새로운 이야기로 파생되고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이 통일된 하나의 창구에 모여있지가 않음. 자잘한 미니 게임들도 그거 솔직히 'X 버튼을 눌러 뗌질을 하세요'로 처리하고 넘어갈 수 있는걸 희한한 미니게임 넣어서 구비구비 뗌질 자국 따라가게 만들거나, '음료 따르기' 규칙 하나 만들어서 차를 따를 때든 맥주 따를 때든 똑같이 적용해도 될건데 굳이 서로 다르게 만들어서 차 따르는 요령과 맥주 따르는 요령을 다르게 만든다거나 ... 기타등등.
게임이 온통 이런 요소들 투성이임. 나쁘게 말하면 '뗌질로 가득한 누더기같은 구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게 만드는 힘은 강하게 때문에 '서로 다른 작지만 색다른 경험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강한 흡인력을 가진 퀼트같은 게임으로 완성된' 이라고도 말할 수 있음.
범용성을 최우선시하는 습관을 버리고 디테일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이모저모 오목조목하니 재밌게 만드는 방식은, 한국에서 만드는 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케이스임. 그리고 이런 방식이, 내가 생각하는, 멋지고 훌륭한 싱글 플레이어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방법론이 아닐까 싶음.
그래서 우리는, 지금, 넥슨이라는 한국에서 내노라는 초거대 기업이자 제한된 분량의 컨텐츠를 최대한 퉁퉁 뿔려서 미친 노가다를 반복하게 만드는 한국 게임계의 주된 흐름 - 점잖게 말해서 범용성 있는 게임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하는 - 을 선도했던 회사가, '우리도 싱글 플레이 게임 잘 만드는 방법 알아요'라고 주장하는 듯한, 그런 게임을 목격하고 있는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