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판 게리멘더링, 3-4인 선거구 늘인다고 다당제 되는 건 아냐
2018년 2월 15일 기준 국회 전체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8600여개에 달한다. 이들 법안 모두 중요성이 있겠지만 6월 13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키를 쥐고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기준 없는 불합리한 선거구 획정 대신 적정인원을 산출하는 선거구 획정을 해야 함을 주장하려 한다.
시·도(광역자치단체)별 광역의회 및 기초의회 의원정수와 선거구를 획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5일에서야 통과됐다 공직선거법에 의거해 선거로부터 6개월 전인 지난 해 12월 13일 통과되었어야 하니 이런 늑장통과도 없다.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이하 헌정특위)에서 한동안 쟁점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원내교섭단체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표의 등가성 강화방안에 대해서는 추후에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하였음”으로 후퇴했다.
예비후보자 등록부터 먼저 하고 선거구획정 결과에 따라 다시 등록해야 하는 사태를 맞이했다. 선거구획정이 매번 법정시한을 초과하여 정해지는 것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조항을 강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처벌조항 신설만이 최선과 능사는 아니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구획정 시기를 앞당기고 의원 정수에 대한 기준을 확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선거구 및 의원정수 획정 시기를 선거 6개월 전이 아닌 1년 전으로 당기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정수 기준은 관할구역 내 시·군·자치구 수의 2배수에서 ±14% 범위 내에서 조정하게 되어있다.
기초의원의 경우 시·도(광역자치단체 단위)별 총 정수만 규정하고 선거구 크기를 2~4인 선거구로 하는 게 전부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의원 정수를 광역자치단체 단위 총 정수만 정하니 광역단위 갈등만 야기된다.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4인 선거구 획정안을 두고 시민사회 및 소수정당과 거대 양당이 갈등하는 것에서 보여주듯 여러 지역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세부적인 지역단위 기준이 없다보니 광역자치단체 산하에 설치되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위원 11명이 선거구 획정에 농단을 할 우려가 크다.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회의록 공개 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하는 상태다.
경남시민주권연합은 보도자료를 통해 7일 선거구획정안에 대한 비판 보도자료를 내고 경남선거구획정위가 2인 선거구를 24곳 줄이고 3인 선거구 1곳과 4인 선거구 12곳을 늘였다고 하지만 4인 선거구 14곳 중 9곳이 서부경남에 편중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2인 선거구 두 곳을 통폐합하면서4인 선거구가 아닌 3인 선거구로 축소된 곳도 여러 지역에서 나타났으며 3인 선거구가 2인 선거구로 줄어든 곳도 3곳으로 나타났다. 선거구의 대표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비판받아야 할 새로운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 선거 시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경남선거구획정위가 만든 것이다.
21세기판 게리멘더링은 분명 전면 해소되어 통과되어야 한다. 이것도 성과니 원안통과 시키자는 것은 다음에도 잘못된 선거구 획정을 할 전례를 남기는 것이므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이미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 만큼 ‘제대로 된 ’ 획정안을 내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이다.
또한 다음 선거를 위해 우리는 의원정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한다. 의원정수를 정치학계와 행정학계가 제시하는 기준은 여러 경우가 있다.기준지표(대표성과 효율성), 인구-GDP-예산-공무원 기준 분류, 대표성(인구-GDP), 효율성(정부예산-공무원) 등의 지표를 가지고 법제화하여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지방의회가 상대해야 할 공무원 수, 의원 당 평균 예산액 등의 기준이 수립되어야 선거구획정이 정쟁의 수단이 아니라 ‘적정인원 산출’로 이어질 것이다.
적정인원 산출이 이뤄져야 선거구획정위 안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의원 수 증가는 낭비라는 반(anti)정치적 사고는 떨쳐내야 한다. 적정인원 산출은 의원이 제대로 행정부(지방자치단체)를 견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조건이기 때문이며 지방자치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안일규 경남시민주권연합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