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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일규 Feb 06. 2019

결혼에 경제력이 일순위인 사회

출처 : 한겨레

  지난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매달 발간하는 보건복지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배우자 조건으로 경제력이 중요하다는 미혼 남성은 53.0%였던 반면 미혼 여성은 9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보고서의 분석결과는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자료에 의한 것이다.

 배우자 조건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경제력 이외에 눈에 띄는 부문은 직업(미혼 남성 49.9%, 미혼 여성 87.1%), 학력(미혼 남성 31.0%, 미혼 여성 55.0%)으로 이 두 요소도 남녀성별 격차가 뚜렷함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력에 대한 남녀성별 격차 및 인식차이가 뚜렷한 것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 응답률이 남성은 50.5%로 나타났지만 여성은 28.8%에 그치고 있다.

 여성들이 속물인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OECD 성별 임금격차(OECD Gender Wage Gap)’에서 나름의 이유를 알 수 있다. OECD 성별 임금격차는 남성 중위임금이 100일 때 여성과의 격차로 2016년 기준 OECD 평균 14.1%였지만 한국은 36.1%로 OECD 회원국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000년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18.1%, 영국 16.8%, 독일 15.5%, 프랑스 9.9%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우리의 임금격차보다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가 발표하는 ‘성별격차지수(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116위로 나타났고 유사업무의 남녀임금부문에서는 남성이 1의 임금을 받을 때 여성이 받는 임금이 0.524로 나타나 125위를 기록했다. 조사대상 144개국임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30일 발표한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남성의 평균소득은 337만원, 중위소득은 262만원으로 나타났고 여성들의 평균소득은 213만원, 중위소득은 167만원으로 나타나 통계청 자료에서도 남녀 간 소득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두에 언급한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바룦한 ‘미혼 연구의 결혼 관련 태도’ 연구보고서에서 크게 몇 가지 인식개선 운동과 정책적 차원의 요구가 도출된다. 이 연구위원은 연구보고서에서 불가피하게 미혼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말했다. 미혼이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결혼을 의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결혼 연기, 적극적 결혼 포기, 제도적 결혼 관계에 대한 반대 등의 포함을 위해 ‘미혼화’라는 표현을 제안했다. 미혼이라는 용어의 전면 재검토를 통한 인식개선이 필요한 때다.

 이 연구위원은 결혼에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이들 중 절반가량은 자신의 결혼 의향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청년에 대한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태도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반영된 결과물이므로 정책적으로 미혼화를 저출산의 원인으로 단순화할 게 아니라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애 과정 이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 제시했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남녀격차를 완화하여야 하며 인식개선운동과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 통과 등의 법률적·정책적·예산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때임을 정치권이 느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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