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광역·기초)의원의 의정비 인상은 매번 논란이다. 여러 지방의회에서 두 자리대 인상률 시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완주군의회가 의장의 본회의 의사진행 중 말실수로 인상안이 ‘부결’되는 일이 발생했다.
완주군의회는 22일 본회의에서 인상률이 높다는 여론을 의식해 원안(21.15% 인상) 대신 수정안(18.65%)을 내 표결에 붙였으나 부결됐다. 부결된 뒤 원안에 대해 “이의가 없으면 가결됐음을 선포한다”라고 말해야 했지만 “이의가 없으므로 부결됐음을 선포한다”로 부결을 선포하고도 인지 못했다. 군의회 의원들은 지역 시민단체의 회의록 확인 요청 뒤에야 인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문제의 근본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에 있는 게 아니다. 시민단체들의 의정비 인상 반대 근거에 있어 뚜렷한 논리보다는 반(anti)정치적 정서가 다분하다. 의정비 인상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는 돈이 많이 드는 정치구조에 있다. 최근 필자가 만난 전직 광역의원은 광역의원 재직 당시 매달 세후 약 450만 원을 의정비로 받았으나 매달 나간 카드대금은 약 650만 원으로 월 200만 원씩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4년 간 카드대금으로만 약 9600만 원을 적자 기록한 것으로 그 외 현금지출까지 감안한다면 1억 이상 손해 봤음을 알 수 있다.
돈이 들지 않는 구조로 정치개혁을 한 것 중 한 예로 경조사비가 있지만 지방의원들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경조사비를 낼 수 없게 되어있지만 지방의원들은 그렇지 않다. 이 전직 광역의원은 하루에 최대 3건의 경조사를 갈 정도였다. 지방의원 1번 했다가 가정경제가 파탄날 수 있는 지경인 것이다.
지방의원들은 겸직이 어느 정도 허용되지만 직업정치인에 해당하여 의정비로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경우 다른 의원에 비해 문제가 심각하다. 의회의 문턱을 낮추려면 의정비로 생활을 하는 직업정치인들이 많아야 하고 이를 위해 의정비 인상은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민단체의 무조건적인 반대와 지방의회의 중요성을 망각한 몰지각한 일부주민들의 반대는 지방의회가 토착자본가 및 지역유지들의 이해관계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로 개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길이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4년 내내 선거로서 돈 쓰는 구조 아래 놓인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는 현실화되지 않으면 이권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의회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의정비 인상이 안된다면 차선으로 돈 안 드는 의정활동 구조를 지역사회에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