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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las Jul 04. 2023

빛의 도시와 영원의 기억 - 노이 알론조

한국을 사랑하는 포토그래퍼

움직이는 사진

작가 노이 알론조(Noe Alonzo/이하 노이)는 어릴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풍경 사진을 기반으로 합니다. 원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가공해 보다 역동적이고 화려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진은 일부가 움직이고 불빛도 번쩍거립니다. 사진으로 만들었지만 파일형식은 동영상이고 그렇다고 완전히 동영상이라고 하기에도 어렵습니다. 사진에 일부 영상 효과를 넣은 작품들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Cool Blue


아시아, 아시아

사진을 찍으려면 돌아다녀야 하니 자연스레 여행을 많이 다녔던 것으로 보입니다. 노이는 미국인인데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은 아시아 지역, 그중에서도 한국, 홍콩, 일본 등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많습니다. 처음 본 노이의 작품에도 한국어가 있어 왜 한국어가 NFT작품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한국에서 12년 전부터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Koyasan
Hong Kong Night Buses
Busan Haedong Yonggungsa Temple(부산 해동 용궁사 - 영상 재생)

처음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일본에 먼저 갔었는데 당시 일본의 물가가 높아지며 한국으로 옮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본, 홍콩, 중국 등 다른 국가로 이동하기에 지리적으로도 좋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맺은 한국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도시는 무엇인가요

노이의 컬렉션은 크게 낮(day)과 밤(night)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중 밤(night) 컬렉션은 도시 밤거리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들로 가득합니다. 밤이 깊은 시각에도 화려함을 잃지 않은 한국의 야경이 매력적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지만 미국인에게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나 봅니다. 

대부분의 야경은 빌딩과 골목에서 찍었는데 유난히 비가 오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는 비가 거리의 불빛을 반사해 화려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합니다. 빛과 물의 만남이 만든 고유의 색감과 환영처럼 어른거리는 불빛의 번짐이 노이 작품에서 자주 관찰되는 특징입니다.

Why is rain beautiful
Streets of Gold
Hangukgwan

위의 작품은 Hangukgwan으로 '한국관'을 영어 발음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분주한 서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밤샘 촬영을 하는 노이에게는 한국관처럼 24시간 영업을 하며 밤을 밝히는 곳이 더욱 반가운 광경이었을 겁니다. 오랜 촬영과 빗속에 지친 몸을 녹이며 따뜻한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을까요?

Spotted in Jongro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작품이 한국의 고유이름을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영어로 옮긴다는 것입니다. 불조심을 'Bul Josim'으로 표기하는 식입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의미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겠지만 한국어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제목에 넣은 작품들

이 중 성공시대(오른쪽)라는 작품은 도시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성공시대라는 간판의 불이 꺼져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화려하게 초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의 경제 상황 아래 그늘진 단면도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합니다. 

도시는 개인들의 삶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곳입니다. 때로는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상대의 호흡을 듣고 나의 숨소리를 상대에게 노출시킵니다. 나의 날숨을 너의 들숨과 교차해야 하는 도시 숲에서 예술은 차분히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도록, 때로는 숨을 보듬고 때로는 대신 숨 쉬어 줍니다. 


하늘하늘 힐링의 숲

Korail
Lion Rock Peak

밤 컬렉션과 대조적으로 낮(day) 컬렉션은 고양이, 소녀, 나무, 숲, 푸른 하늘이 등장하며 편안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분홍색 톤인데 낮에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 만들어낸 효과라고 합니다. 어두운 밤에만 사용하는 줄 알았던 적외선 카메라로 새로운 색감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번잡하지 않은 지방과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다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경우도 많은데 작가 본인이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현재는 서울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이제는 도시보다는 다른 조용하고 한적한 지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디지털 소주와 사이버펑크

Digital Soju(Ruben Fro 협업 작품)

풍경사진을 찍어 영상효과를 넣는 작업 외에도 NFT작가로서 노이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사이버펑크적인 분위기 속에서 NFT작품임을 암시하는 단어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입니다. 가장 최근에 'Frens x Noealz'라는 이름으로 다른 NFT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제작한 작품들이 대표적입니다. 

4명의 아티스트와 협업을 했는데 그중 비주얼 아티스트인 Ruben Fro와 함께 만든 Digital Soju가 특히 흥미롭습니다. 소주라는 단어에도 알 수 있듯 한국을 배경으로 Ruben Fro의 전문 분야인 VFX(Visual FX)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작품입니다. Ruben Fro는 이전에도 베트남 하노이, 일본의 도쿄를 배경으로 유사한 형태의 작품을 만든 적이 있는데 이번이 첫 한국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촬영된 사진 이미지들이 모두 디지털화되고 소멸되며 현실과 가상이 구분이 안 되는 매트릭스 속을 헤엄치는 듯한 느낌입니다. 1인칭 시점을 사용해 게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디지털 세계에서 존재감을 극대화합니다. Ruben Fro의 도시 중심 VFX아트와 노이 도시 사진 작품의 콜라보는 각자의 작품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연장되면서 최고의 시너지를 낸 훌륭한 협업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Gangnam Luv - Noealz x Tokyoluv(Tokyoluv협업 작품)

Tokyoluv와 협업한 작품 Gangnam Luv, 단독 작품인 Data Crash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입니다. 작품 Data Crash의 전광판에는 한글 윈도우의 배경화면과 글리치(오류/ 깨짐) 화면이 번갈아 나오며 전광판에는 NIFTY ALPHA, NFT CULTURE 같은 문구를 넣어 NFT세계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Data Crash


3년 간의 대작업, 그러나..

NFT작품인 Seoulites는 서울의 모든 주요 지역을 3년간 돌아다니면서 촬영한 내용을 한 영상에 편집해 녹여낸 작품입니다. 총 3년의 시간이 걸렸고 각 장면마다 약 700~1,200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고 촬영과 편집까지 수일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노이는 이 작품으로 프리랜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고 사진 분야에서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Seoulites(3분 영상 중 34초 편집본)

그런데 이 영상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으신가요? 한국관광 관련 홍보 영상으로 본 듯한데, 사실 이 영상은 국내 대형 언론사 여러 곳에서 제작에 이용되거나 다른 채널에서 공유되었다고 합니다. 방송이나 여러 영상 채널에서 보았던 장면 중 일부가 이 영상의 일부를 편집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원작자인 노이에게는 따로 이용 허가를 받거나 보상을 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은 OBJKT라는 NFT마켓플레이스에 민팅되었는데 원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의 곳곳을 누비며 촬영, 편집하고 예쁜 영상으로 만들어 한국을 아름답게 표현해 주었다면 그에 대한 감사와 함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요? 


찰나를 영원에 담아

노이가 밝힌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몇 가지 있습니다. 다른 여러 도시와 나라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며 여행하기. 지속적으로 NFT아트 작업을 하고 사진책 내기. 멋진 아트를 만들기. 그리고 동물 단체에 기부하기와 저소득국가의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일도 목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으면서 사람과 동물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넘치는 목표들은 그의 소탈한 성격을 잘 드러냅니다. 찰나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블록체인에 남기듯 그 애정 또한 그의 예술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어 더욱 다양한 삶의 모습을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Seoul INTO THE NIGHT(사진책)



• 컬렉션

니프티 게이트웨이  https://www.niftygateway.com/@noealz/collections

오픈씨  https://opensea.io/collection/dreamstates

OBJKT  https://objkt.com/profile/noealzii/created


• 소셜 미디어 & 참고 링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oealzii/

트위터  https://twitter.com/noealz

디스코드  https://discord.gg/jptrsHJfTU

웹사이트  https://noealz.com/photos

링크 파이어  https://lynkfire.com/Noealz

링크 트리  https://linktr.ee/noealzii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noea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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