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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박선영 Dec 21. 2015

페미니스트, 엄마가 되다.

글쓰기를 그만 둔 이유도, 다시 시작한 이유도 육아였다? 아니 '나'다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인터넷...그 때는 html로 일일이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자, 통신방의 운영자, 통신이 가능할 정도의 시스템(컴퓨터를 켜거나 끌 수 있는)을 가진 자가 인터넷을 이끌고 누리고 나눴다.

그러다 익스플러로가 대세를 장악하고 미니홈피가 등장하면서 개인미디어의 시대가 열렸고, 나 또한 열렬한 미니홈피 사용자였다.

그 흐름이 블로그, 로 바뀌면서 내 인터넷 활동도 단조로워졌다.

자료를 검색하거나 이메일을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면 내 이름으로 뭔가를 운영하기 위한 활동은 접어뒀었는데...그 말은 곧...내가 글쓰기를 멈췄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글로 홍수인데...거기에 내 글들까지 집어넣고 싶진 않았고...

결혼과 육아, 부모님의 죽음 등 개인적인 일상다반사들이 인터넷과 글쓰기에서 나를 점점 떨어트려 놓았다. 

그래...이제 핑계는 이쯤 관두자, 싶은 때가 왔다.

그냥 글 쓸 마음도 노력도 하기 싫었다. 저질체력에 출산과 육아를 감당하는 것도 벅찬데 글은 무신...한 때는 어디서든 돋보이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자신하고 꽤 노력했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결혼과 육아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그런 생활도 꽤 괜찮았다.

똥꼬발랄한 아들래미들 뒤치닥꺼리도, 자기만의 세계에서 서바이벌 하느라 고군분투 중인 남편 바라보기도 지긋지긋하다가도 꼭 한번씩은 괜찮다는 느낌을 줘서 나를 버티게 했고...

그런 생활 속에서 글쓰기가 그닥 나에게 필요치 않았다. 

그런데 이제...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더니 어느 틈엔가 내가 나 스스로를 글쓰기로 몰아넣고 있다. 

그동안 미뤄뒀던 내 꿈을 이제 그만 다시 꺼내놓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야금야금 내 일상을 파고들더니, 

처음엔 큰 아들래미 병설유치원 보내기, 작업부터 시작됐다. 

지자체마다 약간씩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병설유치원은 1순위 지원자격이 다문화, 한부모 가정 등이고

 2순위가 맞벌이부부이다. 그런데 난 전업주부...느닷없이 취업하지 않으면 아들래미를 병설유치원에 보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병설유치원의 장점은, 교사자격증을 가진 선생님들이 제대로 갖춰진 시설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들을 보살펴준다는 점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일단 교육비가 2~3만원 정도 밖에 들지 않고 선생님들이 아이가 남아있건 그렇지 않건 오후 8시까지 유치원에 남아 있어서 퇴근시간이 자유롭지 않은 직장맘들에게 아주 좋은 조건이다.  

이런 조건들을 놓치기 싫었던  나는 부랴부랴 취업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야기를 만들고 그걸 캐릭터화 하거나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스토리텔링 업체에 털커덕 입사했다.

이런 취업은 내가 능력자여서 가능한 게 아니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직장생활 하면서 알고 친하게 지냈던 선배가 내가 사는 동네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어디 보통 직장에 다녔었나.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라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특이한, 빡센, 어떤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직장에 5년이라는 근속연수를 제법 잘 채웠던 게 바탕이 되었다.

이프의 선배였기에 내가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아도 '나'라는 사람을 쉬이 받아들여줬다. 

정말정말 운이 좋았다,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우연이었다. 

그렇게 취업해서 몇 개월이 흐르더니 내가 어느새 또 우리 가족의 경제적인 여건 등 이래저래 다각도로 무리한 이사를 감행하더라. 이제 나의 경제생활이 소비가 아닌 소득으로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변화이다. 

당장 부수입을 만들기 어려운 나는 내 꿈을 슬며시 다시 펼치는 중이다.

드라마 대본 쓰기...스토리 공모전에 공모도 하고 작가연수원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도 하는 중이다. 

아직은 이 모든 게 얼치기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가연수원에 연수생 모집에 응시하면서는 시놉시스와 대본을 제출해야는데, 굳이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를 들이밀고 왔다. 확인했어야는데,,, 

그래도 외려 잘됐다 싶다. 쉽게 이뤄지는 꿈은 재미도 진정성도 떨어지게 마련,,, 

난 다시 고군분투하는 살아남는 여자가 되고 싶다. 

스스로 자, 自 아름다울 미, 美... 자미부인 이라는 필명은 그렇게...

어느 잠 못드는 새벽에 컴퓨터를 켜서 블로그를 시작해야겠다는 내 결심을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이유로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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