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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oon Mar 22. 2024

베트남, 일주일에 한 도시 [호이안 편]

베트남의 별처럼 빛나는 고도古都, 호이안   

베트남 호이안은 ‘올해 세계 최고 여행지 7선’에 선정되었다


베트남은 지난 10년 간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한 국가 중 하나이다. 어느 도시를 가든 건설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고 분주한 변화의 기운이 넘쳐난다. 이런 베트남에서 호이안은 정말로 오래된 도시이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바다의 실크로드를 지나는 무역항으로 번영했으며 다양한 아시아의 문화가 융합된 고대도시였다. 호이안의 올드타운에는 200여 년 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1999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일주일이라면 다낭보다 호이안


호이안 Hội An 은 베트남 중부도시 다낭에서 남동쪽으로 30km 정도 떨어져 있다. 차량으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다낭에 머물면서 하루 정도 호이안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다. 다낭 패키지여행은 오후에 호이안에 가서 올드타운을 둘러보고 일몰 후 배를 타고 소망등을 띄우는 반나절 투어 코스를 진행한다. 다낭 같은 대도시를 선호하고 여행일정이 짧다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호이안은 그렇게 왔다가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다.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한두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매일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호이안은 베트남에서 일주일 혹은 한 달 이상 장기체류하고픈 욕망을 강렬하게 불러일으키는 여행지이다.

다낭과 호이안을 여행지로 선택했다면 호이안을 먼저 여유롭게 여행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다낭 공항에서 바로 호이안으로 가려면 그랩 택시를 이용하거나 호이안 숙소에 미리 공항 픽업서비스를 요청해도 된다. 다낭-호이안 교통편 가격은 어디서나 거의 동일하고 그랩 택시보다 숙소 픽업 서비스가 더 저렴할 때도 있다.


호이안의 낮은 밤보다 아름답다  


호이안 올드타운 사이를 흐르는 투본강 위에는 밤마다 색색의 등불들이 빛난다. 일몰 즈음이 되면 다리 주변으로 작은 배들과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서 어두워지면 온통 등불과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다들 호이안에 온다지만, 작은 다리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걷기가 불편하고 등불들이 하천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치앙마이의 유명한 등불축제에서는 하늘로 날려 보내는 등불이 전선에 걸려 화재와 누전을 발생시킨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호이안에서 며칠 머물다보면 자연스레 밤에는 붐비는 다리 근처를 가지 않게 된다. 멀찍이 빛나는 등불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등불과 사람들로 붐비는 올드타운(좌)의 밤시간과 한가로운 낮시간의 모습


반면, 낮시간의 올드타운은 한결 여유롭고 평화롭다. 밤은 단체관광객들의 시간이라면 낮은 자유여행자의 시간이랄까. 강변의 야시장은 아침에는 현지인의 호이안 시장이 된다. 주변의 식당들이 식재료를 사가는 곳이라 값싸고 싱싱한 과일과 야채, 생선들을 가득하다. 이끼가 낀 낡은 집과 골목은 매력적인 색감을 보여준다. 산책을 하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 앉아 베트남 커피나 티 한잔을 시켜 놓고 하릴없이 거리를 내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이안에서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올드타운 인근 숙소에서 머물며 여유롭게 호이안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요즘에는 베트남에서 어딜 가나 한국사람들이 제일 많은데, 호이안의 낮 시간에는 백인 여행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호이안 올드타운의 흔한 식당 풍경


중식과 일식, 그리고 베트남식?


무역항인 호이안은 중국과 일본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무역상들이 살던 고택과 화교들이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세운 푸젠회관 福建會館 등 옛 건축물을 보면, 호이안이 중국과 일본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현지음식에도 중국과 일본의 맛이 느껴진다.

호이안의 3대 음식은 껌가Cơm gà (치킨라이스), 꺼우라우 Cao Lầu (비빔국수), 반바오 Bánh bao(화이트로즈)이다. 껌가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차이나타운에서 흔하게 파는 하이난 치킨라이스, 바로 그 맛이고, 꺼우라우는 일반 쌀국수면보다 훨씬 굵은, 마치 일본의 우동면같은 질감이다. 이름이 이쁜 화이트로즈는 마늘칩을 곁들여먹는 새우딤섬이다. 익숙한 듯 색다른 호이안 음식은 누구나 부담 없이 맛있게 먹을수 있다. 역시 문화와 음식은 적당하게 섞여야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 같다.


껌가(치킨라이스), 꺼우라우(돼지고기 비빔국수), 반바오(베트남식 새우딤섬)

오래된 도시를 여행하는 이유


북미지역 최대 여행정보사이트 트래블오프패스 Travel Off Path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세계최고의 인기 7대 여행지’는 호이안, 쿠바, 모리셔스, 씨엠립, 치앙마이, 그랜드케이맨, 페즈이다. 동아프리카 해안의 모리셔스와 케이맨 제도의 그랜드케이맨 섬을 제외하면, 모두 고대 유적지와 문화유산과 관련된 곳이다. 박제화된 고대 유적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계속 살아가면서 시간의 결을 켜켜이 쌓아가는 도시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일 것이다. 오랫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결국 발견한 나의 여행 취향도 '도시'였다. 대도시보다는 태국의 치앙마이,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처럼 도시의 역사만큼 오래된 구도심을 품고 있는 고도古都를 좋아한다.


언제든 가고 싶고 가능한 한 오래 머물고 싶은 나의 도시들, 이제 애정하는 오래된 도시 리스트에는 호이안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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