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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인간극장 Oct 01. 2018

미친개가 잡혔다. 오늘은 잔칫날이다.

늦은 일기

미친개가 잡혔다.

오늘은 잔칫날이다.


옆동네 견사에서 탄출한 놈인지

개장수에게 잡혔다 도망이라도 친 건지

여하간 동네 사람들 중엔 주인이 없었다.

낮에는 코빼기도 안 비치던 놈은

밤만 되면 뒷산에서 긴 울음을 토해냈다.


처음엔 심드렁했고

그 다음엔 뒤숭숭했다.

잠 못 드는 밤이 길어지자 분노가 하나둘 모였다.

앞집 영호 아저씨

옆집 민구네

아랫말 송학이 삼촌까지 연장 들고 산에 올랐다.


마음에 저녁이 내려앉았다.

집집마다 밥연기 피어오르는 대신

회관 샘터에 가마솥이 끓었다.

“잡았다!”

의기양양한 목소리 뒤에 끌려온 개는

운명을 예감한 듯 그르릉댔다.

뒷산부터 샘터까지 흙길에 길게 양발톱이 그어졌다.


“미친개 맞구만, 저놈 눈빛이 돌았네.”

나랑 민구랑 날마다 철봉하던 기둥에

까만 개가 거꾸로 매달렸다.

밭 갈고 김 메던 낫과 곡갱이가

매끈한 몸통을 다듬이질했다.

배가 부풀더니

이내 축 쳐졌다.

빨랫감처럼 축 늘어졌다.


다음날 아침은 개장국이었다.

며칠이고 동네엔 개장국 냄새가 끓었다.

라면땅이며 아이스께끼 사주던 맘좋은 아저씨들이

이거 무자게 맛있는 고기라며 내미는 거무죽죽한 그릇을

나는 한사코 거부했다.


다시 평화로운 밤이었다.

두둑한 배를 두드리며

어른들은 따순 아랫목서 단잠에 빠졌다.


미친개가 내 꿈 속으로 찾아왔다.

잔칫날 밤이 날마다 재생됐다..

장례식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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