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으로 살아남기

그렇다고 내가 진짜 공룡이라는 것은 아니다

by 미열 수선사

나는 공룡이다.

이미 멸종했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아직 살아 있다.


사람들 사이를 어색하게 걷고,

그들의 웃음과 말속에서 가끔은 내가 너무 이상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잠시 멈춘다.

“저건 뭐지?” 하는 눈빛을 보낼 때면

나는 내 꼬리를 몰래 감춘다.

나도 모르게,

나를 작게 만들고 싶어지는 순간들.


하지만 언젠가 알게 되었다.

내 발자국이 깊은 건,

그만큼 단단히 딛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내 울음이 깊은 건,

나조차 다 닿지 못한 곳이 있어서라는 걸.

서툴고 둔한 나지만,

나만의 속도로 세상을 배우는 중이라는 걸.


오늘도 나는 사람들 틈에서 천천히 숨을 쉰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웃고,

누군가는 고개를 돌리지만 괜찮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남는 중이니까.


그리고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공존의 시작은 세상이 날 사랑해 주는 게 아니라,

나부터 나를 사랑해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