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시칠리아 여행 312

by 배심온


봉쥬우

아 살라 말라 쿵

차오

그라치에


집 밖을 나오면 마주 오는 사람들이 경쾌하게 인사를 한다. 눈을 한번 깜박이거나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걸로 인사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길을 건널 때도 멈춰준 차를 향해 손을 들면 운전자들도 같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쥐었다 펴는 행동으로 호응을 해준다. 인사라기보다는 그래 나 너 봤어. 잘 지내렴. 너 거기 있구나 등등 상대의 존재를 인식했다는 표시를 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나는 이 인사가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 갑자기 행복해진다.

세상에. 인사도 안 하고 지내는 각박한 세상에서 살다왔나 싶다.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는 만날 때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시는데 밤 열두 시에 만나도 멘트는 변함이 없다. 어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인사할 때 '사랑합니다'를 외치는데, 나는 속으로 니들이 사랑을 알아 하는 생각이 들고, 사랑이 그렇게 가볍게 외칠 수 있는 말이 아닌데, 오히려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할까 괜한 걱정까지 한다. 간혹 인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인사하기 불편한지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못난 상사도 봤다.

길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과 인사할 리는 더더욱 없다. 눈은 되도록 안 마주치는 게 좋다. 눈을 잘못 마주쳤다가는 뭘 봐하는 느낌의 반응을 되돌려 받는다. 굳이 인사할 생각이 없다면 상대를 쳐다볼 일이 없겠지만 인사를 하려면 일단 눈을 마주 봐야 한다.

그리고 눈을 깜빡이든 윙크하든 차우하고 소리를 내든 입꼬리를 올리든 하게 된다. 인사는 소통이다. 서로를 인정한다는. 나는 인정받지 못하면서 살았던 건가?


이런 게 여행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하던 일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고, 새롭게 느끼게 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새 사람이 되고(그게 가능하면 좋겠다).

여행지의 사람들이 이방인에게 걱정 말고 여행하라는 격려의 인사였을까? 신기해서 마냥 쳐다보는 눈빛은 아니었다. 따뜻한 미소였다. 나도 기분 좋게 인사한다. 봉주우~~

그러나 대부분 안녕이라고 말한다. 특히 곤니치와, 니하우라고 일본인 또는 중국인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는 힘주어 안녕이라고 수정해 준다.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안녕이라는 인사말도 그들에게 경쾌하고 즐거운 소리로 들렸으면 좋겠다. 여행을 하면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말을 알아듣고 소통해야 하니까. (아무리 집중해도 대부분은 못 알아듣고 멍청해진다. 그래도 우리의 여행은 즐겁기만 하다. 뭐 문제 있나요?)


2025.3.12 오후 5:05

아그리젠토 관광을 하고 팔레르모 숙소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동료는 열심히 졸고 있다. 햇살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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