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행 222
지하마을 마트마타에서 하룻밤을 자고 택시로 다시 가베스로 나가서 토주르로 간다.
케빌리에서 또 토주르행 버스를 갈아타는 줄 알았으나 다행히도 가베스에서 바로 토주르로 가는 루아지버스가 있다.
루아지버스는 튀니지 여행 중 우리가 선택한 요긴하고도 값싼 교통수단이다. 버스라기보다는 8인 합승택시라고 하는 게 낫겠다. 8인이 다 차면 출발을 하는데, 표를 구입할 때도 있고 운전기사에게 버스값을 직접 내는 경우도 있다. 필요에 따라서 8인의 버스비를 모두 감당한다면 인원이 다 차지 않아도 출발하기도 하는 것 같다. 목적지가 같으니 거의 직행이나 다름없다. 토주르를 향해 세 시간 넘게 211km를 이동하면서 휴게소에 들른 것 말고는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기사분의 휴식을 위해 멈춘 곳은 넓은 공간에 스탠드 의자 몇 개와 커피머신과 단 빵 몇 조각이 놓인 판매대가 전부다. 아무런 장식도 부수적인 시설도 존재하지 않는다. 커피머신은 꽤나 품위 있어 보이고 그 위에 놓인 작디작은 종이컵들은 오히려 이들이 커피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에스프레소 한잔을 주문한다. 여기는 호텔에서 조차도 영어가 통하지 않고 불어를 주로 쓴다. 하우마치로 가격을 물어보았지만 웃기만 한다. 수다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던 기사분이 동전을 보이는 나를 대신해 두 개의 동전으로 1.5디나르, 약 700원 정도의 커피값을 치른다. 나에게 주는 거냐는 제스처에 끄떡끄떡. 이를 사양해야 하나,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하다가 튀니지인의 친절로 기억하고 받는다.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한다. 슈큐라.
종이컵에 담긴 진하디진한 에스프레소에 설탕 두 개를 넣어 마신다. 이 나라 사람들에 대한 좋은 추억의 맛이다. 맛있다.
가베스에서 토주르까지의 루아지버스값은 17.6디나르.
숙소가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있는지 집주인이 까르프에서 만나 픽업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웰컴 의미로 대추야자와 와이프가 구운 피자를 가져다준다. 쿠스쿠스는 저녁에 해준단다. 우리가 묵은 토주르의 숙소는 튀니지 전통가옥으로 예쁘고 아담하다. 돌집이라 다소 춥지만, 여름에는 엄청 시원할 것 같다. 집주인은 주변의 커피숍과 네 번째 골목길을 기점으로 헷갈리지 않고 숙소를 찾아오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따뜻하게 난방을 켜주고는 2층 자신의 집으로 간다. 삼 일간 여기는 또 우리 집이 된다.
저녁이 되자 주인은 약속대로 와이프가 만든 쿠스쿠스를 가져다주었다. 입맛에 딱 맞다.
양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는데. 부드럽고 냄새는 전혀 없다. 뭉근히 익힌 홍당무와 고추는 매콤하면서도 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국물이 자작하고 간이 적당하여 한 스푼도 남기지 않고 접시를 비워낸다. 꾸스꾸스 곡물만 잔뜩 들어있는 시중음식점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안주인의 음식 솜씨가 대단하다. 와이프의 음식으로 남편이 생색낸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 그러고 보니 여인의 섬세한 손길이 숙소의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내일은 미데스 계곡과 움트크멜(낙타의 목)로 하루 투어를 나간다. 사막의 도시로 가는 거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세 번이나 봤던 영화 속 장소다.
궁금하다. 기대된다.
2025. 2.22 토주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