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풍경

여행일기

by 배심온

육만 오천 평 넓이의 오금공원에서 나는 이곳이 가장 좋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류 씨 가문의 두 개 묘역 언저리.

출근할 때면 오금공원 머릿돌이 있는 주차장 입구에서 열명 정도되는 관계자들이 모여 아침 체조를 하고, 공원을 돌볼 채비를 했었다. 열명정도의 인원이 일 년 내내 관리를 해서 이 공원이 사계절 온전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원은 계속 변화했다. 꾸준한 관리 덕분에 숲은 더욱 깊어지고 갖가지 꽃나무들이 계절의 흐름과 함께 공원 안을 가득 매운다.


주민들의 왕래가 막혀있던 정수장은 나무데크를 지그제그로 연결하여 걷기 좋은 코스로 변했다. 꼭대기는 해 질 녘 일몰을 감상하는 명소가 되었고, 무더운 여름밤에는 더위를 피해 바람을 맞으러 사람들이 모인다.


이곳저곳 나무데크가 생기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피크닉 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주민들이 스스로 물을 뿌려 다지고 쓸고 하여 만들어진 맨발 걷기 코스도 몇 군데 있다. 요즘 유행하는 진흙수렁 주변에는 발을 씻는 수도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금공원은 주민들의 훌륭한 휴식처로 변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금공원 머릿돌이 있는 입구에는 깨끗한 화장실과 작은 운동장과 꽤 널찍한 잔디밭과 숲속유치원이 있다. 이곳에서는 저녁이면 어린 자녀들과 함께 공 던지기를 하는 젊은 엄마아빠도 보이고, 체육시험이 있는지 끈기 있게 농구대에 공을 넣는 연습을 반복하는 학생들도 있다.


잔디밭에서는 봄가을 날씨 좋을 때, 행사도 잦다. 음악회도 열리고, 어린이집 아이들의 발표회도 열린다. 숲속 유치원 졸업식도 이곳 잔디밭에서 이루어진다.


테니스장도 배드민턴장도 숲 속에 있으니 자연친화적인 느낌이다. 강아지들의 미팅 장소도 따로 있고, 종종 주민들의 멋진 공연도 펼쳐진다.


년 전만 해도 잔디밭에 놓여있는 정자에 앉으면 하루해가 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퇴근 후 키우던 강아지를 안고 가만히 한참을 앉아있곤 했다.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맞은편 도로변으로 고층 아파트가 재건축되어 앞을 완전히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시야만 가리는 줄 알았는데, 8차선 도로를 달리는 차량소리도 아파트 장막에 막혀 흩어지지 못하고 큰 소음이 된다. 공원 안 묘역에서는 그 변화가 그대로 다가온다.


그게 대수겠는가.

사람들은 서울을 떠나지 않고,

나도 저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걸.


오늘은 류 씨 묘역을 지나쳐 공원외곽으로 이어진 나무데크를 따라 걸어 본다. 데크길 중간중간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깨끗하게 마련되어 있다. 근사한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과 향을 즐기며, 잠시 나만의 정원에 머무른다.


괜히 나무 그루터기에 앉았다가 엉덩이에 묻은 지푸라기를 털어내지 않아도 되고, 혹시나 몸에 개미가 올라오지는 않았나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이게 더 좋다.


문명인답게 의자에 앉을 것이며, 가려진 일몰 대신 아침 공기를 즐겨보리라.


2026.4.26. 아침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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