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행 225
우리를 태우고 온 낙타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아침에 다시 우리를 에이젼시로 데려다준다고 하니, 낙타주인이 어디선가 그들을 찾아서 나타날 것이다.
잔나무들을 태운 숯불에 구워낸 담백한 빵과 야채샐러드 그리고 닭 한 조각 들어가 있는 파스타 한 접시를 저녁으로 받았다. 귤과 대추야자가 후식이다.
저녁을 먹고 할 일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일 밖에는 없다. 하현 그믐달이라 별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행운이다. 고개가 아플 지경이라 별 보기를 멈추고 잠자리에 든다. 9시나 되었을까? 사막캠프에 3시 30분쯤 도착하고 한 일이라고는 낙타 살피는 일. 별 보는 일뿐이었는데 시간은 잘도 흐른다. 잠도 잘도 온다.
지금은 다시 새로운 날 25일 0:30분. 밖이 궁금하지만 선뜻 일어나게 되지는 않는다. 썰렁하여 이불속 온기가 더 좋고. 동행자의 잠을 방해할까 조심스럽고. 겹겹이 두꺼운 이불 정리가 간단치 않고, 낯선 곳의 한밤중 바깥이 다소 겁나기도 하여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한밤중에 기록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생소한 행선지와 감흥들이 섞이고 잊히고 왜곡되지 않게 바로 기록할 수 있어서. 이 시간이 여행을 더욱 의미 있게 하리라.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가능할 때만 몇 자라도 적을 수 있으니 그 시간이 소중하다.
잠시 용기를 내어 천막 문을 열고 나가본다. 잔잔한 바람이 몸을 싸고돈다. 기온은 꽤 낮다. 하늘의 별은 가득 하나 사진으로는 찍히지 않는다. 빛이 부족해서일까?
모두가 잠든 사막의 한밤중ᆢᆢ
잠시 천막문 앞에 섰다가 곧 들어온다.
사막에 도착해서는 파파고의 도움으로 낙타주인과 음식을 만드는 이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27살이고 5년째 이 일을 한단다. 밤에 낙타를 타고 걸을 거냐는 제안을 한다. 원하면 캠프 파이어를 해줄 수도 있단다. 별을 바라보는데 그건 크게 방해가 될 터이고, 밤에 낙타를 타다니 심히 위험한 일인 것 같아 사양했다.
낙타는 손님을 캠프에 내려준 후 금방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노동 후 바로 자유를 얻는 듯 해 다행으로 여겨진다. 그들은 하룻밤에 5km도 넘게 가버리기도 하는데 스스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주인이 찾아서 데려와야 한단다. 휴식하는 동안 낙타의 앞발 두 개는 아주 멀리 떠날 수는 없게 짧은 끈으로 묶어두었다.
식사 후 낙타주인은 파파고에 "빵값을 좀 줘"라고 음성을 기록한다. 무안하여 급히 10디나르를 건네며 슈 크라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여태 팁을 요구하는 이는 없었고 300유로의 투어비용에 포함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낯선 이의 관심이나 친절은 사양해야 하나. 그렇다면 여행의 묘미가 많이 제한될 것 같다. 그들의 관용과 친절 없이 어떻게 우리가 아프리카 여행을 할 수 있겠는가
깊은 밤이다. 아무런 소리도 없고 천막 속에는 핸드폰 화면 불빛만 있을 뿐이다. 세수는 생략했고 화장실도 참았다가 동료가 깨면 같이 갈 거다.
고개를 숙여 들여다봐야 겨우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모레 바닥의 작은 꽃들이 진한 항기를 내뿜는다. 밤이 되니 더욱 진하다. 쟈스민을 닮은 고운 향이다.
아침에 다시 낙타를 만날 일이 기다려진다.
지금은 2025.2.25 새벽 1:51 튀니지 시간으로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