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행 224
서성인다.
어디쯤인지 가늠이 안 되는 이곳.
우리를 태우고 온 낙타 두 마리가 멀리서 풀을 뜯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고, 그 어느 곳보다도 깨끗한 화장실과 여러 개의 천막숙소가 있어서 내가 여행객이라는 확인이 가능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지평선이고 소리는 없다.
조용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뿐.
낙타는 잠깐 사이에 5km나 움직이고 스스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주인이 직접 가서 데려온단다.
낙타와 그의 주인도 이곳에서 함께 밤을 지내고 다시 우리를 douz로 데려다준다고 하니 아침에 그들을 다시 만날 일이 기대된다.
지금 이곳에서 나의 관심을 끄는 건 나를 태우고 온 낙타다.
가까이 가보니 멀리 도망가지 못하게 앞의 두발을 짧은 끈으로 묶어두었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걸어오는 동안 나는 내가 탄 낙타의 다리를 볼 수 없다.
나와 그의 그림자를 볼뿐.
동행자의 낙타 발을 보게 된다.
고귀하다.
두 개로 갈라진 발은 두툼하고 깨끗하고 성큼성큼 걷는 걸음은 참으로 우아하다.
낙타를 타고 처음에는 불편헀지만 나도 어느새 그의 발걸음에 맞춰 흔들흔들 성큼성큼 사막 위를 걷는 기분을 즐긴다.
해가 지면 별밖에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을 거라 천막숙소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사막 가운데 나와있다.
낙타주인은 낙타가 사라진 곳을 가리키지만 나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낙타주인은 낙타를 찾으러 사막으로 더 들어간단다. 우리의 저녁식사 준비를 하느라 몇몆 남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오늘은 세수도 샤워도 모두 생략이다.
이곳은 뜨거운 태양으로 모든 것이 소독된 느낌이디.
해가 지면 이곳 풍경은 또 어떻게 변할지ᆢᆢ
바람이 참으로 따뜻하다
2025. 2. 24 튀니지 사하라 사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