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과 고해성소

이탈리아 여행 518

by 배심온

여행을 다니는 중에 성당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성호를 긋게 되고, 식사 전에도 감사의 기도를 하게 된다. 세례만 받고 성당은 나가지 않으면서, 절에 가서도 마음이 동하면 엎드려 절을 하는 사람이면서 왜일까?

여행이라는 게 불안을 내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행 중에 만나는 성당이 신심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둘 다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서 또는 장소에 따라서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걸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으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여행 중에는 그렇게 얄팍하게나마 기도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걸.

나폴리에서는 스파짜나폴리 메인 거리로부터 골목으로 50m 정도 꺾어 들어와서 숙소가 있었다.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귀가를 하는데, 갑자기 내 눈높이로 사람 얼굴이 쓱 나오는 게 아닌가.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고 보니, 골목길에 사시는 할머니가 창문으로 몸을 내민 거였다. 내가 놀라는 모습에 그녀도 당황했는지 내 손을 잡고 토닥여 주었다. 상반신이 다 나올 정도의 크기에, 유리가 아니라 나무로 만든 이중의 덛창인 셈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턱을 기대고 이웃과 이야기도 나누고, 바깥공기도 쐰다. 손목을 잡힌 김에 함께 사진을 찍자고 청했더니, 안쪽으로 들어가서는 묶었던 긴 머리를 풀고 정성스럽게 빗질을 하고 나오신다. 사진 속에 남을 자신의 모습이 예쁘길 바라시는 거다. 그 모습이 더욱 좋아 보였고, 우리는 그분과 손을 꼭 맞잡고 단체사진도 찍고, 둘만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여행 중의 소중한 추억이다.

성당에서 간혹 신부님과 신자들이 고해성소에서 만나는 걸 본다. 커튼을 치거나 문을 닫고 고해성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픈하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슨 죄를 고한다기보다는 생활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상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고해성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성당이 좋았다.

나폴리의 chiesa del gesu' nuovo와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이 그랬다.

창가로 얼굴을 내밀고 우리와 사진을 찍던 할머니를 생각하면, 그 창문이 성당의 고해성소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부님은 고해성소 안에서, 신자는 밖에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모습은 내가 본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다. 그들의 대화는 격의 없이 진지해 보였다.

202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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