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황여경 감독

<운전연수>의 황여경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by 로터리 시네마
tempImageE8DMmq.heic <운전연수>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황여경 감독 : 안녕하세요. <운전연수> 연출과 각본을 쓴 황여경입니다.

단편영화 <운전연수>는 운전연수를 핑계로 재회를 꿈꾸는 희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성인이 된 직후 미래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을 담아내며 끝난 시절의 인연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운전’이라는 소재에 빗대 담아냈습니다.



Q2. <운전연수>는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황여경 감독 : 실제로 제가 목숨을 건(?) 운전연수를 진행하며 떠올린 이야기입니다. 성인이 되자마자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오랜 장롱면허 생활 끝에 다시 도로에 오르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어릴 땐 아무것도 모르고 잡았던 핸들이, 이제는 나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을 좌우된다는 걸 알게 되자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흔히 운전연수를 하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고들 하잖아요. ‘이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두 요소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이미지를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tempImagezGIFmn.heic <운전연수>

Q3. 희수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들이 우리 모두 한 번씩은 경험했을 법한 마음들과 표현들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영훈의 차가운 말투와 사무적인 태도도 작품이 가진 메세지를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요, 배우 캐스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황여경 감독 : 우선, 희수 캐릭터는 1학년 때 연출부로 연기하는 걸 눈여겨보았던 ‘전세현’ 배우님께 연락했어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자연스럽게 떠오른 얼굴이었어요. 자칫 엉뚱하고 황당해 보일 수 있는 희수의 성격을 전세현 배우 특유의 분위기가 차분하게 눌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영훈' 역은 무엇보다 피지컬적인 요소, 특히 큰 키가 중요했어요. 희수의 차 운전석에 앉았을 때, 그 공간이 좁고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마침 학교 연극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김건우 배우가 떠올라 미팅을 제안했습니다. 평소 눈여겨보던 배우들이 각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져 감사하게도 순조롭게 캐스팅할 수 있었습니다.



Q4. 도로와 차, 운전이라는 소재들이 작품이 담고 있는 메세지를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초반에 영훈의 집 앞에서 뒷 차의 경적 소리에 출발하는 모습이 마치 헤어진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있던 희수를 억지로 밀어내는 것 같기도 했는데요, 이런 소재들을 어떻게 가져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황여경 감독 :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 거의 패닉 상태였어요. 일단 출발했으니 멈출 수도 없고, 이미 지나온 길은 되돌아가기 너무 어렵더라고요. 돌아가려면 먼 거리에 가서 유턴해야 하고, 그사이 시간과 공간은 이미 달라져 있으니까요. 이런 운전의 속성이 우리 인생, 특히 돌이킬 수 없는 이별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랑에 빠져 멈춰버린 차를 헤어진 연인이 끙끙대며 빼내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이야기의 뼈대를 잡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차'는 두 사람이 공유했던 하나의 세계이자, 이제는 희수 혼자 감당해야 할 홀로서기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tempImage7bgip2.heic <운전연수>

Q5. 재회를 바라는 희수와 무엇도 공유하지 않으려 하는 영훈의 마음이 작품 내내 사소한 행동들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영훈이 오기 전 자리를 정리하고 라디오를 켜두는 희수의 모습과, 차에 타자마자 라디오를 끄고 창문에 붙어 앉는 영훈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작은 행동들에 대한 디렉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황여경 감독 : 시나리오에 상세히 적어두었지만, 현장에서도 미세한 감정선에 대해 디렉팅을 했던 거 같아요. 또 자연스럽게 나오는 연기를 보고 즉흥에서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사소한 마음이나, 엇갈린 시선 처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두 인물의 전사와 현재 심리 상태를 에세이, 소설식으로 적은 문서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Q6. 작품의 후반에 희수가 노트북을 이용해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추억이 담긴 노트북을 이용해 빠져나오는 과정이 특이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았는데요, 희수가 과거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 장면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또 촬영은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황여경 감독 : 구덩이에 빠진 두 사람이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라 생각했어요. 과거를 통해 영훈은 새로운 사랑을, 희수는 이를 밟고 나아갈 새로운 길을 마주한 거죠. 이는 주제적인 부분과도 관련이 있는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거 같아요. 이별이나 흑역사 같은 순간들도 결국 내 미래를 위해 필요한 밑거름이니까요.


촬영은… 우선 연출부 친구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구덩이에 빠진 바퀴 구현을 위해서 흙을 삽으로 퍼날랐거든요. 겨울에 흙이 다 얼어붙어서 파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노트북은 예산상 모형을 사용했는데 꽤 진짜 같아 보이더라고요! 7번 촬영 기회가 있었는데, 첫 테이크에서 밟은 노트북이 가장 처참하고 예쁘게 밟혀서(?!) 첫 테이크 장면을 사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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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운전연수>를 만들며 즐겨 들으신 음악이나 참고하신 영화, 책 등 제작 과정에 영향을 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황여경 감독 : 음.. 평소에 창작할 때 노래를 듣는 편이 아니라 당시에도 많이 듣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브레이브 걸스의 <운전만해>를 흥얼거리고, 노동요로 <빙고>를 들으며 프리프로덕션 단계를 견뎌낸 기억이 있습니다.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외치면서요.


또, 제작 과정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는 사랑 이야기에 눈을 뜨게 해 주었던 <연애의 온도>가 있습니다. 현실적이고 찌질한 이별의 민낯을 다루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Q8. 감독님께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황여경 감독 : 아쉬움인 것 같아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데.. 완성된 영화를 다시 보면 항상 아쉬운 점들이 눈에 밟힙니다. 사소한 컷 하나, 대사 한 줄의 아쉬움이 꼭 남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아쉬움을 상쇄하고, 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다음 소재를 찾아다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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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마지막으로 <운전연수>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황여경 감독 : 도랑에 빠졌다가도 다시 힘차게 굴러가는 타이어처럼, 우리는 모두 원래 둥근 원형이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운전연수>가 서툰 이별과 성장을 겪고 있는 많은 관객분에게 작은 재미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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