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문턱
25’ 11’’ rotary cinema가 지난 11월 29일에 진행되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감독, 배우, 관객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 25’ 11’’ recap : 변화의 문턱
한 번 지나간 시간은 쉽사리 붙잡아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담담히 응시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만 합니다. 변화를 마주하는 일은 왜 이리도 힘겹고, 또 서글픈 걸까요.
2025년 11월 29일 저녁 7시 30분, 쿤스트카비넷에서 로터리 시네마는 변화를 주제로 한 세 편의 영화 <운전연수>, <지나간 여름>, <먼지의 형태>와 함께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운전연수>는 전 남자친구 영훈과의 재회를 꿈꾸던 희수가 이별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여정을 그립니다. 두 사람은 6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만났지만, 헤어짐의 불은 이미 켜진 상태였습니다. 희수는 브레이크를 밟으며 억지로 이별을 멈춰보려 합니다. 하지만 경로는 자꾸만 이탈되고, 되려 두 사람의 차는 도랑에 빠집니다. 홀로 남겨진 희수가 그곳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과거를 발판 삼아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간 여름>은 학교 뒷길에 멈춰버린 영혼 지나를 보내줘야 했던 가을이 보낸 여름의 이야기입니다. 가을과 지나는 영락없는 또래 친구로 보이지만, 이 계절을 그저 하나의 계절로 떠나보낼 수 있는 사람은 가을 뿐입니다. 가을은 철없게도 어른이 되지 않은 채 이 시간에 머물러 있고 싶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하지만 가을도, 지나도 이 시절에 멈춰 영원히 함께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의 기억은 마음 한편에 간직한 채 홀로 스무 살을 맞이한 가을은 지나가 버린 시절을 이제는 담담히 응시합니다.
<먼지의 형태>는 내담자 건주를 떠나보낸 상담사 희결이 요리로 상처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할 때, 희결은 재료를 손질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섭취하며 조금씩 스스로를 돌봅니다. 건주는 작고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었을 뿐이고, 영화는 그런 건주의 선택을 안타까운 비극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희결이 버스에서 문득 바라본 창밖의 풍경처럼,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로터리 시네마에서 만난 세 편의 영화는 붙잡고 싶은 시절과 마주해야 하는 변화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복합적인 얼굴을 도톰한 쿤스트카비넷의 벽 위로 비추었습니다.
이별의 아픔도, 이별 뒤에 오는 무기력과 공허도 결국은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만 하는 시간들입니다.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는 이 순간에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엑셀을 밟아봅니다. 우리는 이 변화를 견뎌낼 힘을 이미 지닌, 꽤나 단단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