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
25’ 12’’ rotary cinema가 지난 12월 24일에 진행되었습니다. 함께해 주신 감독, 배우, 관객분들과 2025년 한 해 동안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25’ 12’’ recap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자꾸만 주저하게 되는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 봅니다. 그래야만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2025년 12월 24일 저녁 7시 30분, 크리스마스 이브 쿤스트카비넷에서 로터리 시네마는 세 편의 영화 <사랑의 알러지>, <머피>, <그녀의 이별법>과 함께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사랑의 알러지>는 삐져나오는 사랑의 감정을 원반과 재채기라는 장치를 통해 풋풋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육상필 감독님의 말처럼 캐치볼이나 배드민턴에 비해 원반은 오가는 속도가 느립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던지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도착하는 원반의 움직임은 두 사람의 머뭇거리는 마음과 닮았습니다. <사랑의 알러지> 속 사랑은 참을 수 없는 재채기처럼 불현듯 터져 나옵니다.
<머피>는 무엇 하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배우 진심이 꿋꿋하게 다음 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안 좋은 일은 겹쳐서 찾아온다는 말처럼, 취업도 친구도 연인도 잃은 진심은 지금의 삶을 버텨내기가 버겁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엉뚱한 사람에게 폭발하듯 퍼붓던 진심은 숨을 내쉬며 그럼에도 살아갈 힘을 조금씩 찾아갑니다. <머피>의 구원은 우리가 매일 무심코 들이마시는 숨의 존재처럼 일상적이고, 그렇기에 더 가깝게 다가오는 위로였습니다.
<그녀의 이별법>은 남자 친구 이상과 헤어진 현실이 자신을 힘들게 하던 것들과 이별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준혁 감독님은 현실이 이상으로부터 멀어져 눈앞의 현실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장면을 찍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힘차게 달려 나가는 현실의 뒷모습은 하나의 끝을 지나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녀의 이별법> 속 이별은 어쩌면 현실에게 꼭 필요한 챕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편의 영화는 모두 달려가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붙잡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굳은 다짐. 어떤 순간의 끝에서 다시 시작을 예감케 하는 작품들을 함께 보며 2025년을 마무리하고, 2026년으로 달려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새해입니다. 한 해 동안 로터리 시네마에 소중한 작품을 내어주신 감독님들과 함께 해주신 관객분들, 그리고 로터리 시네마에 관심 가져주시고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