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의 조혜수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혜수 감독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혜수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제가 졸업 작품으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영화입니다. 그때는 “마지막 영화”라는 사실에 광기가 있어서 정말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기억이 납니다. 1년 내내 이 영화를 완성하려고 했던 고군분투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군요… 막대한 자본과 막대한 인력을 투자해서 만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 중 하나입니다. 아직도 술만 마시면 이제는 가족이 된, 영화를 만든 스태프들과 배우님들과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곱씹으며 추억하는 것이 제 인생의 낙 중 하나입니다.
Q2.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조혜수 감독 :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은 2017년에 영화 입시학원에서 과제 글로 쓴 이야기입니다. 당시 선생님께서 트리트먼트를 보시고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셨고, 어린 저는 그 기억이 좋아 이 소재를 오랫동안 간직해왔습니다. 이후 졸업 영화 시나리오 제출 2주를 앞둔 시점에 원래 쓰던 재즈 음악영화 시나리오를 도저히 못 쓰겠다고 판단! 머나먼 과거를 헤집으며 소재를 찾아 헤매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마지막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정말 마지막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고, 그 끝에서 다시 이 트리트먼트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Q3. 50대 중년 여성들이 TV에 갇힌다는 설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작품 속에서 갇힌 여성들 모두 ‘자녀가 있다'는 공통점이 언급되는데, 이러한 설정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조혜수 감독 : 저는 학창 시절 현관문을 열면 보이는 가장 첫 번째 광경이 TV를 보는 엄마의 뒷모습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때는 그게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떨 때는 너무 안아주고 싶은 그런 양가적인 감정이 든 적도 있었어요. 어떨 때는 ‘저러다가 TV가 우리 엄마를 잡아먹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게 뭐라고 ‘저렇게까지 매일매일 앉아서 오랜 시간을 보낼까’라는 생각을 곱씹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비로소 TV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심정을 맞닥뜨리게 된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외로움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엄마”의 외로움이요. 엄마의 외로움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 그것을 직면하는 자식의 입장은 무섭고 두렵고 또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아주아주 서툴고 삐뚠 마음을 가진 소리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화해하는 법을 몰라 외면해 버리는 아주 이기적인 10대 소녀의 마음을요.
Q4. 영화 전반에 걸친 푸른 색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특정 톤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 촬영이나 후반 작업 단계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조혜수 감독 : 푸른 색감을 쓴 이유는 마치 바다를 유영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바다는 결국 소리와 엄마의 외로움을 직면하는 아주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영화 전체가 바다에 잠식되어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진짜 “바다”를 직면했을때는 꿈에서 깬 것처럼 현실적인 색감으로 반전을 주고 싶었습니다. 촬영은 전부 바다 장면 제외하고 헨드헬드로 진행했고, 이유는 불안정한 소리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장르가 판타지인 것도 제가 이런 비현실적인 색감과 촬영을 만들기에 좋은 장르라고 생각했습니다.
Q5. 엄마가 갇힌 TV를 바다 앞에 묻으려는 장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TV를 바다에 묻어버리는 설정은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는지, 장소는 어떤 과정을 통해 찾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조혜수 감독 : 바다에 묻어버리자는 설정은 교수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처음의 결말은 훨씬 더 닫힌 형태의 해피엔딩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한데, 저 역시 아직 엄마와 완전한 화해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쓰는 일 자체가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그 미완의 감정을 그대로 담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게 되는, 그런 막막한 심정을요.
바다에 묻는 이유를 묻는다면, 원래 편집 과정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마지막에는 소리가 바다에서 엉엉 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울음소리가 바닷소리에 자연스럽게 묻히도록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또 바다의 모래는 부드럽잖아요. 그래서 소리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묻힐 수 있는 장소로 바다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바다에 TV를 묻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숨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망가뜨리고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돌려놓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를 통해 소리가 TV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싶어 할 만큼, 분명한 파괴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고집이 세고, 또 외면하고 싶었다는 사실을요.
Q6.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작품이 감독님의 개인적인 삶과도 연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가장 애정하는 장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조혜수 감독 : 제가 가장 애정하는 장면은 운동장 장면입니다. 사실 너무 일기장 같은 말이여서 지금 보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기도 합니다.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그저 화해하는 법을 몰랐던 무뚝뚝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Q7.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을 만들며 즐겨 들으신 음악이나 참고하신 영화, 책 등 제작 과정에 영향을 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혜수 감독 : 당연히 이 영화를 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파란노을의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입니다. 그리고 제가 당시에 슈게이징에 미쳐있어서 무수한 슈게이징의 노래를 들으면서 썼습니다. (마블발, 슬로우다이브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표시를 전합니다) 파란노을 노래의 가사는 너무 다르지만 제가 가장 사랑한 음악이여서 제목을 차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에 후렴구인 “집으로 돌아가!” 부분이 너무 좋아서 이 부분만 들으면서 쓰기도 했습니다. 책은 신경숙 작가님의 <엄마를 부탁해>가 결은 다르지만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영화 또한 결은 다르지만 <레이디버드>, 전체적인 톤앤매너는 이와이슌지 영화를 참고하였습니다.
Q8. 감독님께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조혜수 감독 : 제가 영화를 만들게 하는 원동력은, 이전에도 말한 적 있는데 “사랑”인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저에게 상처를 주더라구요. 사실 그게 무언가를 끔찍하게 사랑해서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결국 진짜 사랑하게 되면 죽도록 미워해도 다시 붙잡게 되더라구요. 저는 영화를 사랑하나 봐요. 무언가를 이렇게 오랫동안 짝사랑해 본 적이 없는데, 그게 유일하게 영화인 것 같습니다.
Q9. 마지막으로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조혜수 감독 : 무언가를 미워한다면, 사실 그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를 모두가 공감할 수는 없지만, 단 한 명만이라도 이 영화를 보고 무언가를 곱씹었다면 제 평생에서 잊지 못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