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유승헌 감독

<너와 나 사이의 바다>의 유승헌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by 로터리 시네마
tempImageASRhR3.heic <너와 나 사이의 바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승헌 감독 : 안녕하세요? 영화 <너와 나 사이의 바다>연출한 유승헌입니다.

영화 <너와 나 사이의 바다>는 주인공 수민과 은영의 일종의 이별 로드무비를 그린 멜로드라마 영화입니다. 인천영상위원회에서 제작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관객분들과 만나뵙게 뵈어 무척 기쁘고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Q2. <너와 나 사이의 바다>는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 다.


유승헌 감독 : 개인적으로 이별을 겪고 무척 힘들었던 시기에,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신경써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작품을 통해 헤어짐이란 결국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나’가 죽고, 또 다른 ‘나’로 다시 태어나는 하나의 성장 과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감정을 영화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신경 써서>를 각색한다는 느낌으로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에, 이야기 역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가 일하던 사무실의 사장님이자 독립영화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읽으신 뒤, “제목에 바다가 들어가는데 정작 바다가 나오지 않으면 관객이 보고 싶겠느냐” 하시며 로드무비 형식으로 확장해보라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그 말을 계기로 방향을 다시 고민하던 중, 하루에 두 번 길이 열리는 서해의 목섬을 알게 되었고,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와 닮아있는 이 독특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공간이 바뀌면서 인물의 감정과 여정도 자연스럽게 확장되었고, 지금의 형태로 발전해 영화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tempImagey4XK4G.heic <너와 나 사이의 바다>

Q3. 과거 서해 목섬에 갔던 두 사람은 함께 바라본 바다를 상반되게 기억합니다. 은영은 바다가 그다지 얕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수민은 같은 바다를 보며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을 떠올렸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담아내는 데 있어, ‘바다’라는 소재를 택하게 된 이유가 있으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유승헌 감독 : 영화 속에 등장하는 책 <너와 나 사이의 바다>의 표지처럼, 섬과 육지는 본래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다만 그 사이를 바다가 채우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단절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저는 그 ‘바다’를 두 인물 사이의 연결을 가로막는 어떤 장애물로 바라보았습니다.


수민과 은영 역시 완전히 단절된 관계라기보다, 서로를 이해할 가능성을 여전히 지닌 채 다만 그 사이에 놓인 어떤 것들로 인해 닿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 바다가 걷히는 순간이 온다면, 그토록 미워하고 오해하며 헤어지고 싶어 했던 상대와 다시 연결되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다’ 즉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은 결국 ‘언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Q4. 수민은 언어에 매료되어 글을 쓰기 시작한 소설가지만, 은영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직장을 다닙니다. 특히 “사람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야”라는 은영의 대사에서, 언어와 소통에 대한 두 사람의 간극이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대비되는 두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승헌 감독 : 사실 두 인물 다 스스로의 마음,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의 불완전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가인 수민은 영화 초반 집 안 씬에서 처음엔 언어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빗나가고 난 뒤, 과거 추억이 있던 그 섬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게 됩니다. 은영 역시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해 결국 바다까지 오게 된 인물입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몰래 다른 남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도 계속해서 문장을 수정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사람이 결국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회피하다가 바다까지 오게 된 것이죠. 그리고 그곳에서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말 조차 잘 들리지 않는 섬과 육지로 떨어져서, 언어가 아닌 온 몸으로 자신의 마음을 증명해내고 나서야 헤어지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이 헤어짐을 둘러싼 현대인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사이의 연결이 이전보다 훨씬 쉬워진 시대임에도 헤어질 때는 오히려 상대방을 차단하거나 잠수 이별을 선택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결국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고, 또 그 용기가 부족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공감 받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tempImageBJEviq.heic <너와 나 사이의 바다>

Q5. 수민은 빛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해 항상 손으로 눈 앞을 가립니다. 수민에게 빛을 마주한다는 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유승헌 감독 : 빛을 마주한다는 것은 결국 진실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은영이 떠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 보지 않고 외면하려하는 모습을 눈을 가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안대를 쓰는 모습을 통해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마지막에 은영이 켜준 헤드라이트를 마주하며 걸어나올 때 비로소 은영을 보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Q6. 수민은 바닷속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갑니다. 바다 장면을 촬영하시면서 이미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었는지, 촬영은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촬영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함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승헌 감독 :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수민이 걸어 들어가는 정면 샷이 롱테이크여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질문에서 말씀주셨던 대로 수민과 은영은 바다의 깊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은영의 말이 맞다면 문제 없이 섬까지 갈 수 있을테지만, 정말 수민의 말대로 바다가 깊다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죽음을 각오한 이 선택을 길게 담아야 관객들이 이 선택의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촬영은 쉽지 않았습니다. 해질녘 풍경이여야만 했기에 하루 2시간 동안만 바다씬을 찍을 수 있었고, 옷이 물에 젖으면 재촬영이 불가했기에 바다 촬영 3회차 내내 오후 5시만 되면 하성국 배우님이 물에 들어가야했습니다. 정말 고생하신 촬영팀, 배우님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empImage93rmAD.heic <너와 나 사이의 바다>

Q7.<너와 나 사이의 바다>를 만들며 즐겨 들으신 음악이나 참고하신 영화, 책 등 제작 과정에 영향을 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승헌 감독 : 앞서 말씀드렸던 레이먼드 카버의 <신경써서>를 비롯한 단편 소설들.


영화는 딱 떠오르는 레퍼런스가 없었지만, 은영 역할의 김시은 배우님께 수민이 바다로 사라지고 나서의 감정의 설명을 위해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의 한 씬을 보여드렸었습니다. <로제타>에서 주인공 로제타가 직장 동료 리케가 강물에 빠졌을 때, ‘이 친구를 죽게 내버려둔다면 내가 직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표현된 씬이었습니다. 은영도 수민이 죽어버린다면 헤어지자고 말해야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을 거 같아 보여드렸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 전진희의 <불안>입니다. 헤어짐에 대한 불안이 담긴 가사와 무드가 이 영화와 딱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Q8.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승헌 감독 : 결국 좋은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동을 나도 관객들에게 주고 싶다 라는 생각? 광기...?에 사로잡혀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 때는 무척 힘이 들지만, 관객들을 만날 때만큼은,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과 오직 작품으로 연결되는 것을 느낄 때 드는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같습니다.


tempImageA9nUhg.heic <너와 나 사이의 바다>

Q9. 마지막으로 <너와 나 사이의 바다>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유승헌 감독 : 사실 이 영화의 본 촬영은 2021년 여름에 진행되었고, 그사이 제가 영화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편집이 오래 걸리면서 2023년 가을에 추가촬영을 하고, 다시 후반작업과 간단한 추가촬영을 하며 2025년 2월에서야 완성되었습니다. 4년을 함께한 이 영화가 이렇게 관객들을 만나는 게 대견하고 신기합니다. 작업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많이 불안했었는데, 그 시간을 함께 해준 스텝들, 배우들, 편집자, 가족 등등 모든 분들께 너무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시간 내어 영화를 봐주시고, 말씀주셨던 관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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