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의 최이다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이다 감독 : 미술과 영화 분야에서 영상으로 노동하는 최이다입니다. <굿>은 몇 년 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할머니댁에 머무르며 개인적인 경험을 섞어 만들었던 영화입니다.
Q2. <굿>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최이다 감독 : 미대 재학 시절, 친구와 스튜디오에 가던 중 죽은 해외 뮤지션의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무심코 뱉은 말이 씨가 되었습니다. 친구는 무심하게 “그럼 강령술이라도 하든가”라고 하더군요. 비록 농담으로 뱉은 말이었겠지만, 저는 진심으로 그것이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훗날 영화 각본을 쓸 기회가 생겼을 때, 고인이 된 락밴드의 혼령을 소환해서 공연을 실물로(?) 직접 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Q3. 주인공인 보나는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 중인 김푸름 배우님께서 연기해주셨는데요.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최이다 감독 : 영화인 친구가 <굿>의 시놉시스를 듣더니 푸름 배우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여줬습니다. 당시 푸름 배우님은 아직 음악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이었고,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연기력으로 주목받고 있었어요.
푸름 배우의 유튜브엔 많은 노래 영상이 올라와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노래 실력이 정말 좋았고 음악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유튜브 영상 썸네일만 보고서 바로 주인공을 찾았다는 직감이 들었어요. 이 직감이 지나치게 또렷한 나머지 오히려 ‘캐스팅을 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을 정도로.
막상 연락을 했을 때, 처음엔 푸름 배우님 측에서 이제 음악 쪽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가고 싶다며 정중한 거절이 돌아왔어요. 역시 예감이 지나치게 좋았나보다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푸름 배우가 직접 각본을 보고 이 작품은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런 소소한 감동 실화가 있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푸름 배우의 노래 실력이 철저히 숨겨졌습니다. 보나는 노래도, 영어도 잘 못 한다는 설정이었는데 푸름 배우는 둘 다 잘 했거든요. 그래서 노래를 잘 하면 NG가 났고, 일부러 스크립트에 영어로 적었던 대사는 딱딱한 발음의 한국어로 음차해서 다시 주었던 기억이 나요.
Q4. 극 중 헤드라이너의 음악 “Smoking Tiger”와 “굿(Goot)”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데모 곡은 실제 음원 발매를 바라게 될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최이다 감독 : ‘음원 발매 하자, 하자’ 해놓고 지금껏 못 해서 죄송합니다... 참고로 이 곡은 작곡가이신 한주님과 더 개발해서 다른 작품에서 새롭게 꺼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비록 단편이지만 <굿>은 각본 단계부터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샀습니다. 뮤지션 역할의 배우가 한국인이 아니라 과거 해외 락밴드의 멤버라는 설정이었으니까요.
락이라는 장르도 워낙 스펙트럼이 넓은데, 저나 음악을 맡으신 김한주 님이나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하드하고 펑크한 스타일 말고, 좀 다른 방향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떤 데모가 나올지는 몰라도 한주 님께서 특정 시공간을 벗어난 소리를 만들 것 같다는 믿음은 있었습니다. 한주 님이 소속된 밴드 ‘실리카겔’을 데뷔 초부터 알고 있었고 제가 좋아했던 이 밴드의 특징은 한 자리에 갇히지 않는 듯한 소리였기 때문이에요. 물론 주인공이 무당 집안 출신이다 보니 굿에 쓰이는 무가나 소리도 참고 자료로 드리긴 했지만, 저희 둘 다 ‘한국적인 것’을 억지로 끼워 넣는 방식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오히려 이 귀신들은 오래전에 활동하다 죽은 해외 락밴드 멤버들이라는 설정이니까, 한국적인 걸 모르는 편이 더 어울렸고요.
락밴드 멤버로 출연한 배우들도 일부러 연기보다 음악을 먼저 하는 사람들 위주로 캐스팅했습니다. Rachel(크리스타 역)은 모델 겸 싱어송라이터, Jonathan(시드 역)은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이면서 종종 공연을 하는 기타리스트, Guillaume(루이 역)은 상대적으로 연기 경험이 좀 더 있는 편이었는데, 음대 출신에 ‘벤치 위 레오’라는 밴드의 프로 드러머예요.
이런 선택은 기타 치는 손, 노래부를 때의 자세 같이, 음악하는 사람들만의 디테일한 행동은 짧은 연습으로 흉내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렇다고 대역 쓰기엔 품이 크고, 제가 직접 음악을 할 줄 알아서 일일이 디렉팅 할 수도 없었고요. 그런데 제 한계가 저를 물러나게 한 만큼, 배우들이 자기 감각으로 음악을 풍부하게 채워 넣을 수 있었습니다. ‘Smoking Tiger’의 데모는 한주 님이 먼저 보내주셨고, 저는 그에 대한 의견을 조금 보탠 정도고, 피드백은 거의 뮤지션인 배우들이 나눴어요. 음악 용어로 대화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Smoking Tiger’의 가사는 Rachel 님이 직접 쓰셨습니다. 그 재료는 제가 공유해드린, 무속에 쓰이는 노래 가사(만세받이)와 70년대 영미권 뮤지션들에 대한 정보였어요. Rachel 님은 무가의 문장이 그 자체로 시 같다고 느꼈고, 그 감각을 가사로 녹여내면서 동시에 과거의 뮤지션들이 했던 것과 비슷하게 70년대 미국과 유럽 사회상을 함께 언급했습니다.
두 번째 곡 ‘Goot’은 극 중에서처럼 정말 빠르게 만들어졌습니다. 장구를 들고 한주 님 작업실에 가서 한두 시간 만에 스케치가 나왔으니까요. Guillaume 님은 그날 처음 장구를 쳐봤는데, 장단이나 장구채 잡는 법은 따로 알려드리지 않았어요. 진짜로 극 중 귀신처럼 “이건 뭐지?” 하면서 악기와 만나는 느낌이면 좋겠더라고요. 그리고 원래 드러머이기도 하니까, 본인이 가진 감각만으로 두드리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울 거라 생각했어요. ‘Smoking Tiger’가 밴드의 대표곡이라 좀 힘이 들어갔다면, ‘Goot’은 처음부터 느슨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곡입니다. 곡이 만들어질 때부터 그 흐름이 많이 깔려있던 것 같네요.
Q5. 보나가 헤드라이너의 귀신을 부를 때 함께 나오는 “Smoking Tiger” 라이브 영상은 실제 70년대 밴드의 영상을 보는 듯 했습니다. 해당 영상의 촬영과 편집에 있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이다 감독 : 레퍼런스를 정말 많이 찾아 봤습니다. 무대 연출부터 조명, 카메라 워크, 샷 사이즈, 뮤지션들의 움직임 같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그래서인지 저는 편집하면서 ‘충분히 70년대 같지 않다’고 속상해 했던 기억이 더 많이 납니다.
촬영할 때는 요즘 쓰는 영화용 카메라와 함께, 일부러 더 오래된 세대의 캠코더도 같이 썼어요. 캠코더는 Jonathan이 빌려준 건데, 후반 작업에서 보니 그 푸티지를 더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화질은 떨어지고 줌도 매끄럽지 않은데, 오히려 그래서 더 그럴싸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촬영은 ‘생기 스튜디오’라는 공간에서 이뤄졌습니다.(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뮤지션 디렉팅은 한주 님께서 세심하게 도와주셨습니다. 영상을 찍은 후엔 앨범 재킷 사진도 따로 찍었습니다. 이때 최대한 우수에 찬 옛 가수들처럼 조금 오글거리고 느끼하게 해달라는 디렉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Q6. 헤드라이너의 ‘굿’은 그들 스스로를 위로하며 한을 풀어내는 행위이면서,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보나와 할머니의 관계가 조금은 가까워지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굿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헤드라이너에게, 보나는 ‘사람이랑 귀신이랑 같이 하는 파티’라고 말하는데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영화 속 '굿'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최이다 감독 : 주인공 보나는 금화처럼 신기가 있는 무당도 아니고, 굿에 대해 잘 알지도, 관심도 없었던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보나가 굿을 설명할 땐,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자, 자기가 동경하는 뮤지션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말해주고 싶었을 거예요. 그래서 대사로는 ‘귀신’, ‘음악’, ‘파티’ 같은 친숙하고 밝은 단어로 굿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이건 앞서 보나가 락밴드 귀신에게 할머니의 직업을 ‘귀신을 쫓는 무당’이 아니라 [당신들과 비슷한] ‘문화예술가’라고 표현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귀신들도 처음엔 보나의 말을 의심하지만, 병원에서 금화를 직접 마주한 뒤로는 점점 그 말들을 믿게 되고, 결국엔 보나와 금화, 그리고 자기 자신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게 되죠.
이런 보나의 태도는 사실 무속을 바라보는 제 시선과도 겹칩니다. 저는 무속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돈 주고 본 신점은 하나도 맞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무속인들이 벌이는 일이 궁금했고, 또 그들과 함께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를 다르게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갈까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이런 마음으로 제가 이해한 방식대로 굿을 한번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실제 굿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 편의 연극 같기도 하고, 여러 신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모습은 마치 뮤지션들이 순서대로 무대에 오르는 음악 페스티벌과도 닮아 있습니다. 한때 굿이 마을의 축제나 행사이기도 했다는 걸 떠올려보면, 그 본래의 분위기나 역할이 상상되실 거예요. 굿은 흔히 신이나 혼령을 위한 의식이라 설명되지만, 저는 굿이 결국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이나 조상에게 “잘 좀 봐주세요,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죽은 당신네들 많이 그립습니다” 하며 기도하고, 무당을 매개로 죽은 사람과 대화도 나누는 자리니까요.
굿이라는 행위를 종교적인 맥락에서 잠시 떼어놓고 보면, 어떤 특정한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 정서가 남는 것 같습니다. 살든 죽든 함께 모여 신명나게 어우러지는 자리가 굿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에서 노래하는 장면이 그런 굿과 같은 장면으로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Q7. 감독님께서 <굿>을 작업하시며 많이 들으신 음악이 있나요? 또, 70년대 밴드 헤드라이너의 모티브가 된 밴드나 음악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최이다 감독 : 다음은 극 중 ‘헤드라이너’를 상상하며 참고했던 밴드와 곡입니다. 사실 그냥 제가 평소에 듣는 곡이기도 합니다.
The Who - Who Are You
The Who - Baba O’Riley
Pink Floyd - Comfortably Numb
The Velvet Underground - Oh! Sweet Nuthin’
The Smiths - How Soon is Now?
Led Zepplin - The Rain Song
'헤드라이너'라는 단어 자체가 특정 밴드를 지칭하기보다는, 음악 페스티벌에서 해마다 바뀌는 대표 밴드를 의미한다는 점이 이야기에 더 잘 어울린다고 느껴 가져왔습니다. 다양한 밴드의 정체성과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이름이라 생각했어요. 한국어로는 ‘헤드라이너’라고는 했지만 영어로는 ‘The Headliners’라고 꼭 정관사 The를 붙이고 복수형으로 적어야 합니다. 배우들 말로는 그게 좀 더 옛날 밴드스럽다고 해요!
Q8. 감독님께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최이다 감독 : 사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다 영상으로 매체를 옮기면서,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혼자 작업 했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단체 작업의 규모를 키우며 영화 쪽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왔어요. 지독한 개인주의자였는데도 이렇게 노선을 틀었던 이유는, 작업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제 상상력을 자극하고 한계를 넘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만들어진 영화가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게 좋습니다. <굿>을 함께 준비한 사람들은 작품에 자기만의 색깔을 더했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지어 나가겠죠. 물론 영화 규모가 커질수록 조율해야할 것도 많아지지만 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고 기꺼이 감내할 만한 질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계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Q9. 마지막으로 <굿>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이다 감독 : 투 굿 투 비 트루… 생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