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턴 유스>의 조혜수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혜수 감독 :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를 찍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조혜수라고 합니다.
Q2. <이스턴 유스>는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조혜수 감독 : 영화과에 입학하고 처음 영화를 찍었을 때 제 솔직한 감정은 “재미없다”였습니다. 이 3D 업종 같은 막노동을 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미련 없이 학교를 휴학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남은 것은 영화를 찍기 위해 빌린 빚 뿐이었습니다.
계약직을 전전하며 회사를 다니면서 든 생각은 웃기게도 “다시 영화를 찍고 싶다” 였습니다. 영화를 너무 싫어 도망쳤던 제가 사실은 영화를 가장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저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차기작아이템을 찾던 그 시기, 짝사랑하던 오빠와 함께 간 LP샵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라고 추천한 ‘초록불꽃소년단’의 이야기는 제인생을 조금 바꿔놓았습니다.
그때부터 인터넷을 뒤져가며 초불소의 음악과 인터뷰를 모조리 찾아봤고, 그들의 포기하지 않는 펑크 정신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언젠가그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찍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지만, 당시 제 역량과 기획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상만으로 멈추지 않고, 그때의 설렘과 열망을 시나리오로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작품입니다
Q3. <이스턴 유스>는 밴드 초록불꽃소년단과 많이 맞닿아 있는것 같습니다. 작품의 이름도 초록불꽃소년단의 음악 ‘이스턴 유스’와 동일할 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의 이름도 실제 밴드 구성원의 이름과 동일합니다. 수연을 포함해, 조기철과 양퐁팡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이지만 여쭤보고 싶습니다! 초록불꽃소년단의 베이스 양정현님이 양퐁팡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혜수 감독 : 앞서 말했든 초기기획 단계와 레퍼런스가 모두 밴드 초록불꽃소년단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작성할때에 초불소의 실제성격을 모티브로 삼은 것은 절대 아니에요..! 제가 아무리 그들의 열렬한 팬일지라도 그들의 실제 무대 밖 성격을 유추하기는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제 안의 세명의 자아를 캐릭터로 구축했어요. 끝없이 불안하고 현실에 부딪히는 인물, 자의식에 도취하며 자신의 재능을 신봉하는 인물, 타인을 이용해 못다한 꿈을 펼치려는 인물. 이 세 명. 아니 이 세 자아의 충돌을 담으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베이스 양정현님의 실제 팬들에게 불리는 이름이 ‘양퐁팡’이라 이것을 차용했어요! 아주 오래오래 기억될 이름이잖아요!
Q4. 작품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유로이 노래를 하며 끝이 나지만, 밴드 이스턴 유스와 수연의 앞으로의 날들을 분명하게 말해주진 않는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밴드 이스턴 유스는 다시 활동을 할 것 같나요? 그리고 수연이 앞으로 밴드와 함께 있을지, 인물들의 미래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조혜수 감독 : 이스턴유스는 끝까지 활동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절대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관객 앞에 서는 것을갈망하고,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쉽게 접고 살 사람들은 아닌 것같아요. 왜냐하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스턴유스는 찌질한 인간 군상이어서 그런대담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할 겁니다. 수연은 가끔 멤버들에게 잘 지내냐고 카톡을 보내고, 일 년에 한두 번쯤은 술을마시며 “또 찍자!”라는 철없는 소리를 내뱉을 것 같네요.
Q5. 작품 중반에 수연이 촬영한 밴드 이스턴 유스의 공연 모습과 후반에 노래하는 이스턴 유스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실제로 배우님들께서 연주하시고 녹음하신 것 같았는데요, 실제로 배우님들께서 공연을 하신 것인지, 또 녹음 중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조혜수 감독 : 실제로 학교 실용음악과 재학생분을 컨택해 노래 녹음과 프로듀싱을 부탁드렸고, 노래 연습은 리딩 때에도 틈틈이진행했습니다. 너무 소중하고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최종 녹음을 저녁에 급히 하러 갔는데, 수연 역을 맡은 연주 배우님이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계속 “음치처럼 불러 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음정이 다 맞아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기철 역을 맡은민성 배우님도 펑크를 전혀 모르셨는데, 펑크 정신으로 무장하고 멋지게 불러주셨어요. ‘다음 생에는 꼭 음악 프로듀서를해야지!’라는 행복한 망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Q6. 수연은 ‘이게 펑크지’, ‘펑크가 뭔지 알았다’고 하며 펑크, 락의 의미에 대해 되뇌이고 찾는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수연이 찾은 의미는 무엇인가요? 수연과 감독님의 의미가 다르다면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펑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혜수 감독 :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은데, 펑크는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너무 성취하고 싶고 영화제 상영에 목을 메었던 수연이 사실 진짜 사랑했 던 건 카메라 안팎의 순간들이었음을 펑크에 비유하였어요. 제가 생각하는 펑크는 자유로움 그 이상의 자기표현입니다. 결국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죠!
Q7. 감독님께서 <이스턴 유스>를 작업하시며 많이 들으신 음악이 있나요? 또, 평소에는 어떤 음악을 주로 들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조혜수 감독 : 이스턴유스를 작업하며 한 해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단연코 초록불꽃소년단 – Eastern Youth입니다. 그 전주의 “원 투 쓰리 포 !” 들을 때 마다 아직도 심장이 뛰어요. 마치 소년만화의 진화한 주인공이 된 기분입니다. 요즘은 노래 취향은 펑크에서 슈게이징으로 갈아탔지만 저의 뿌리는 아직 펑크에 잔존합니다. 11년 홍대 인디씬 추종자로써 추천하고 싶은 곡이 많지만 최대한 들으면 행복해지는 노래로 엄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록불꽃소년단 – Eastern Youth
Ginnan Boyz – Baby Baby
브로큰발렌타인 – 알루미늄
Balck Midi- Welcome to hell
Ride – Twisterella
Ellegarden – Strawberry Margarita
Q8. 감독님께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조혜수 감독 : 미련, 열등감, 성취욕, 회피, 자존심 등등 정말 부정적인 감정들도 눈덩이 처럼 쌓여 있지만 저는 결국 이 모든 감정의 근원은 “사랑”인 것 같습니다. 결국 이 모든 감정들이 제가 영화를 끔찍하게 사랑하기 때문에 파생되는 것이라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 그래서 “사랑”이 진짜 복잡한 것 같아요. 영화를 사랑한 저의 종말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보려고요. 항상 그랬듯 화내고 웃고 울고 기뻐하면서요. 이 감정의 모든 혼란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어요.
Q9. 마지막으로 <이스턴 유스>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조혜수 감독 : 힘들고 거지같고 인생이 팍팍해도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