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 프로젝트>의 배윤서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배윤서 감독 : 안녕하세요, 저는 배윤서라고 합니다. 이것저것 만들고 있습니다. <요절 프로젝트>는 '27세 클럽'을 동경한 나머지 락스타가 되어 26세에 요절하자는 맹세를 한 두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26세가 되는 해에 다시 만나게 되는데, 한 명은 그 약속을 잊고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여전히 그 꿈을 품고 밴드를 하고 있었죠. 한때는 같은 꿈을 꾸었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Q2. <요절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배윤서 감독 : 제 멋대로 <요절 프로젝트>가 제 인생의 마지막 영화가 될 거라고 여기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마침, 핸드폰에저장되어 있던 이미지를 하나 발견했어요. 모히칸 머리를 한 사람이 “밴드도 안 하면서 왜 니가 자부심을 가져?”라고 말하는 이미지였는데, 제가 사실 록 밴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게을러서 하지 못했거든요. 그걸 보고서 밴드를 하는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각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호진과 정숙이 얼른 요절해야 하니까 하루빨리 밴드를 시작하자고 난리 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개발하다 보니까 시간적 배경을 두 사람이 성인이 된 후, 요절하기로 한 시기로 두게 되었습니다.
Q3. ‘작도갈(작은도둑놈의갈고리)’의 파란 가면부터 무대 조명, 관객들의 마스크, ‘파랑새 증후군’이라는 노래 제목까지. 극 중 유독 파란색이 자주 등장하는데, 영화의 키 컬러를 파랑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배윤서 감독 : 파랑은 가장 자유로운 색깔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다와 하늘의 색깔이니까요. 호진과 정숙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키 컬러를 파랑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파란색을 가장 좋아하기도 합니다.
Q4. 정숙은 현실 속 인물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처럼 느껴졌습니다. 9년 전 호진과 했던 죽음의 맹세(?)를 아직까지 순수하게믿고 있는 점이나 다소 만화 같은 대사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숙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레퍼런스 삼은 인물이나 캐릭터가 있는지, 정숙의성장 과정에 대해 구상하신 전사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배윤서 감독 :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당시 메모를 뒤적여봤는데, 정숙은 <불량공주 모모코>의 이치고를 참고했던 것 같아요. 거칠지만 순수한 캐릭터죠. 정숙은 거기에 시니컬함을 4-5 스푼 정도 넣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정숙에게는 제 성격도 조금 넣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저도 정숙처럼 만화 같은 대사들을 칠 때가 많거든요. 다른 점이라면, 저는 장난이지만 정숙은 진심이라는 겁니다.
정숙의 과거에 대한 설정을 말씀드리자면, 그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호진의 현재 모습이 과거의 정숙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시 메모를 보니 '조용하고 무뚝뚝하며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알고 보면 달변가'라고 적어뒀더라고요. 하하. 고등학교 때 호진을 만나밴드부를 함께 하게 되면서 지금과 같은 성격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Q5. 한글 제목에는 죽음(요절)을 의미하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영문 제목은 ‘Live Forever’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린 호진은 “우리는 영원히 아름답게 살게 되는 거야, 과거에서”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영원히 살다(Live Forever)’라는 영문 제목에 어떤의미를 담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배윤서 감독 : 우선,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Live Forever’는 밴드 오아시스의 곡 제목이죠. 영문 제목은 꼭 이걸로 하고 싶었어요.
호진과 정숙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자고 맹세하죠. 호진은 성인이 되고서 그 약속을 잊었지만, 정숙은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동안 가장 살아있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요절(죽음)을 향해 가는 두 사람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들에게 요절은 단순히 죽음이 아닌, 꿈이자, 삶의 원동력이었습니다.
Q6. 엔딩곡 ‘파랑새 증후군‘이 영화를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음악의 가사나 멜로디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음악에 관한 비하인드가 있다면 함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배윤서 감독 : 홍지희 작곡가님께서 정말 멋진 곡을 만들어주셨어요. 직접 만나지는 않았고, 메신저로 음향 감독과 함께 소통하며 작업했습니다. 작곡가님께 시나리오를 전달해 드리고, 이 곡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어느 타이밍에 나오게 될지를 함께 설명했어요. 그리고 멜로디의레퍼런스가 될 만한 곡들도 전달 드렸고, 배우분들이 직접 불러야 하니 너무 낮거나 높지 않은 음역으로 요청했습니다.
작곡가님께서 초안 작업을 해주셨는데, 밝은 느낌이 강해서 제가 좀 더 비장한 느낌, 죽음을 향해 가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추가로 요청했어요. 작사도 시나리오 내용을 토대로 작곡가님께서 직접 작업해 주셨고요.
'파랑새 증후군'을 두고 "왜 록이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질문을 받았을 당시에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상태여서 제대로답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 버전이 영화의 마지막 순간, 그 절절한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확신합니다.
Q7.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배윤서 감독 : 원래 영화든 만화든 보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를 만드는 게 더 좋아졌더라고요. 가장 큰 원동력은 제가 만든 이야기를 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그 수가 적어도 상관없어요. 결국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콘텐츠가 살아있게 되는 거니까요.
Q8. 감독님께서 <요절 프로젝트>를 작업하시며 많이 들으신 음악이 있나요? 또, 평소에는 어떤 음악을 주로 들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배윤서 감독 : 작업할 당시에는 Seatbelts의 <카우보이 비밥> OST 앨범을 즐겨 들었던 기억이 나요. 카우보이 비밥 OST 앨범들은 통째로 듣기 좋더라고요.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The Egg and I’입니다. 애니메이션 <도로헤도로> 오프닝인 (K)NoW_NAME의 ‘Welcome トゥ 混沌’도 많이 들었어요. 작도갈이라면 이런 음악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Kiss의 ‘Forever’도 호진과 정숙의 마지막 노래가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장르 안 가리고 들어서 좀 짬뽕인 것 같지만 하세가와 하쿠시의 ‘Outside (Soto)’, Eve의 ‘군청찬가’, ASIAN KUNG-FU GENERATION의 ‘Blood Circulator’와 같은 음악들을 주로 듣습니다.
Seatbelts - The Egg and I
(K)NoW_NAME - Welcome トゥ 混沌
Kiss - Forever
하세가와 하쿠시 - Outside (Soto)
Eve - 군청찬가
ASIAN KUNG-FU GENERATION - Blood Circulator
Q9. 마지막으로 <요절 프로젝트>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배윤서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나는 연출을 하면 안 된다'였어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부끄러운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함께 영화를 만든 스태프들과 관객분들이 <요절 프로젝트>를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 반응에서 자신감과 용기를 얻어서 저도이 영화를 좋아해 보기로 했어요.
그러면서 깨달은 게, 결국 제가 만든 영화는 제가 가장 사랑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이 사랑이 나아가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도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고요. 생각해 보니 이 영화는 제가 만든 거고, 호진과 정숙이라는 캐릭터도 저라는 사람으로부터 나온 것이었어요. 구석구석 제 손이닿지 않은 곳이 없고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를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인정하기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제는 사랑하고 싶네요.
이 영화가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고 좋습니다. 만들길 잘했어! <요절 프로젝트>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