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며 살아가는 일
제8회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지난 6월 26일에 진행되었습니다. 함께해주신 감독, 배우, 관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현장 스케치와 리뷰, Rotary Sketch를 공개합니다.
2025년 6월 26일 저녁 7시, 혜화카페 애틀랜틱에서 제8회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열렸습니다. 이번 6월은 음악을 주제로 한 세 작품(<굿>, <이스턴 유스>, <요절 프로젝트>)을 상영했습니다.
이제는 현장 예매로 좌석을 추가 확보하기 어려울 만큼 조기 매진이 잦아졌습니다. 독립영화의 문턱을 낮추고, 영화인과 관객을 잇는 그 일을 우리가 정말 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자꾸만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곤 합니다.
이번 달 진행은 용수와 예송이 맡았습니다. 6월 상영작은 모두 음악 중에서도 ‘밴드’를 중심 소재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각 작품에는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방황, 청춘의 열기 같은 것들이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굿>의 주인공 보나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70년대 해외 락밴드 ‘헤드라이너’의 열렬한 팬입니다. 영화는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죽은 스타와 팬의 만남을 스크린 위에 환상처럼 구현해 냅니다. 하지만 그 만남을 통해 보나가 정말 마주하게 되는 건, 헤드라이너 멤버들과 같은 해에 태어난 할머니의 존재와 사랑이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고만 생각했던 할머니의 마음은, 스크린이 뿜어내는 빛과 함께 서서히 관객들의 마음속으로 번져나갔습니다.
<이스턴 유스>는 청춘의 방황과 열기가 넘쳐흐르는, 소년 만화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영화과 출신 서연은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10년째 유망주로 불리는 펑크 락밴드 ‘이스턴유스’의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건, 해체 직전의 갈등 속에서 서로를 향해 욕설을 내뱉는 밴드 멤버 기철과 퐁팡의 모습입니다. 대화형 GV에 참석해 주신 박경태 배우님은 자신이 연기한 ‘양퐁팡’이란 캐릭터와 꿈에 대한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퐁팡에게 락은 놓아줘야 하는데 놓지 못하는 첫사랑 같은 존재같다고, <이스턴 유스>는 결국 ‘우리가 꿈꾸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꿈은 각자가 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고도요. 누군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더라도, 그 꿈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이의 삶 속에서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믿음. 경태 배우님의 말처럼 자신이 꿨던 꿈을 다른 이가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것도 꿈을 이어가는 하나의 방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절 프로젝트> 역시 꿈에 대한 애정과 미련이 진하게 배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락스타가 되어 성공하고 26세에 요절하기로 약속했던 호진과 정숙은 성인이 되어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활기차고 대책 없이 뜨거웠던 호진은 이제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고, 다소 무덤덤하게 살았던 정숙은 여전히 요절이라는 그 시절의 약속을 믿고 있습니다. 배윤서 감독님은 좋아하는 길을 따라간다는 건 어느 정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 같다고. 죽음을 각오한다는 건 안정을 내려놓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꿈을 꾸는 일은 보나가 죽은 락밴드 귀신을 만나는 일만큼이나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인 일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꿈을 좇다 보면 필연적으로 어떤 상실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언젠가는 퐁팡처럼 꿈을 내려놓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꿈을 포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숙이 지금 꾸는 꿈은 과거에 호진과 함께 꾸었던 꿈이고, 호진의 꿈은 사라진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서서히 깨어나 다시 미래로 이어졌으니까요.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누군가의 꿈을 이룰 수 있고, 이어주고, 잠들어 있던 꿈을 잠시 깨워주는 자리가 되기를 꿈꿔봅니다. 애틀랜틱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큰 공간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깊고 섬세한 감상이 가능한 곳입니다.
<요절 프로젝트>의 호진을 연기한 배진주 배우님은, 그래서 이 공간에서 작품들을 더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스크린 위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 밖에선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만남들, 믿기 어려울 만큼 영화 같은 순간들, 그리고 이유 없이 벅차오르는 마음들, 이 모든 게 섬세하게 느껴지는 공간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꿈과 낭만과 음악이 흐르던 그날의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는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다가오는 7월에는 ‘판타지’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상영될 예정입니다. 꿈꿀 수 있고, 꿈이 이어지는 이상적인 순간들을 꿈꿔보며 벅찬 마음을 달래고 어서 잠에 들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