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내 인생 공식이 오작동하기 시작했다

by 눈무리

내 인생을 지탱해온 '노력하면 된다'는 견고한 공식이 처참하게 깨진 건, 결혼이라는 챕터에 진입하면서부터였다.



이건 밤을 새운다고 풀리는 문제도 아니었고, 자격증 공부하듯 공략집을 통째로 외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상대의 마음은 내 통제 밖이었고, 운명의 타이밍은 보란 듯이 나를 빗겨나갔다.



작년의 나는 이상한 목표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반드시 결혼할 상대를 찾아내겠다는 일념 하에, 정글을 헤매는 하이애나처럼 레이더를 켜고 살았다. 연애 끝에 결혼이 오는 게 순리이거늘, 나는 결론부터 내고 상대를 끼워 맞추려 드는 ‘결론 귀속적’인 맹수였다.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을 때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마치 포켓몬의 능력치 같은 스펙들이 둥둥 떠다녔다. 학벌, 재력, 직업, 키. 나는 그 수치들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앞에서는 예의 바르게 미소 지었지만, 머릿속으론 냉정하게 ‘Thank you, Next’를 외쳤다. 카지노의 슬롯머신 앞에 앉아 기계적으로 레버를 당기는 중독자처럼,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투입하고 파악하고 버렸다.



나는 스스로를 사회적 실험실의 쥐로 자처했다.



‘조건은 완벽하지만 공감 능력이 제로인 사람과 지낼 수 있을까?’ 결과는 Fail. 다음.

‘외모는 내 취향인데 친구들이랑 노는거가 아직 즐거운 철부지는 어떨까?’ 역시 Fail. 다음.

‘다정하지만 커리어가 불안정한 사람은?’ 또 Fail.



끝없이 ‘다음’ 버튼을 누르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대체 내가 원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내가 완벽하지 않은데 왜 나는 상대에게만 ‘육각형’을 요구하는가. 나 뭐 돼? 하지만 그 와중에 마음에 차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만나는 건, 스스로를 고문에 몰아넣는 셀프 가학 행위처럼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



결국 작년 한 해, 수많은 소개팅 식사와 커피, 그에 쏟아부은 시간과 카톡은 그 어떤 아웃풋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정도 자본과 시간을 투입했으면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있어야 마땅했다. 적어도 내 인생 공식에서는 그랬다.



문제는 ‘방법’이 아니라 ‘공식’ 그 자체에 있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나에게 세상이 멸망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었다.



내 인생의 유일한 전원이었던 ‘노력’이 강제로 차단된 순간, 나는 작동을 멈춘 고철 덩어리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멈춰 섰다.



내 사전에 없던 '오류'라는 두 글자가 내 인생 전체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정답 없음'이라는 차가운 에러 메시지만 무한히 깜빡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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