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의 문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하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 내 마음의 무게는 수천 톤에 달했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공간은 의외로 밝고 깨끗한 모델하우스 같은 느낌이었다. 슬픔이 고여있을 것 같은 눅눅함 대신,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하얀 벽과 정갈한 가구들이 나를 맞이했다.
그 완벽하고 화사한 풍경이 오히려 나를 더 긴장시켰다. 이질적이었다. 엉망진창이 된 내 속마음과 달리, 이곳은 지나치게 평온했으니까. 은은한 차 향기가 감도는 그 정적인 공간에서 상담사가 아주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침묵을 깼다.
“오늘은 마음이 어떻게 안 좋으셔서 여기 방문을 해주셨을까요?”
질문은 아주 조용했고, 말끝은 부드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문장이 내 귀에 닿자마자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제가 오늘 방문한 건….. 으엉, ㅠㅠ… 엉엉어엉…”
말을 고르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쏟아져 나왔다. 상담사가 앞에 있는지, 여기가 어딘지, 지금 내 얼굴이 얼마나 엉망인지 같은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눈물이 났다. 마치 오래 잠가두었던 수도꼭지를 누가 손끝으로 툭— 건드리기만 했는데,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처럼.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훌쩍이다가, 숨을 고르다가, 다시 울고, 또 울었다. 수도꼭지가 다시 잠길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겨우 말을 꺼냈다.
“제가 요즘은요… 그냥 툭 건들기만 해도 눈물이 나요. 정상이 아닌 것 같아서 찾아왔어요.”
말을 하면서도 ‘이게 무슨 말이지’ 싶었다. 정상, 비정상 같은 단어를 내 입으로 꺼내고 있다는 게 조금 낯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그동안 울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집에는 엄마가 있고, 엄마 앞에서는 늘 ‘괜찮은 딸’이어야 했다. 회사에서는 울 일이 없기도 했지만, 설령 있다 해도 울 수는 없었다. 어디에서도 마음이 무너져도 되는 자리는 없었다.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아울렛 같은 건 내 삶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상담사가 다시 물었다. “왜 요즘 자꾸 눈물이 나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를 진지하게 떠올려보며 곱씹어보았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 인생에는 아무에게도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방이 단 한 평도 없었다는 것을.
상담사가 건네준 휴지 한 장에 내 완벽주의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