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툭 치면 우는 사람

by 눈무리

요즘의 나는 정말로 ‘툭’— 치기만 하면 운다.


라디오에서 누군가의 결혼 이야기 사연이 흘러나오면, 운전대를 잡은 손등 위로 눈물이 또르르 떨어진다. 신호 대기 중에 조용히 혼자 울고 있는 나를 백미러로 보고 있으면, 비극의 주인공이라기보다 그냥 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유튜브에서 행복한 가족 일상을 보다가도 그렇다. 처음엔 “아, 보기 좋다” 하며 흐뭇하게 보다가, 어느 순간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나도 저렇게 사회적으로 정의하는 ‘정상적이고 온전한 가정과 남편’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러움을 넘어 서글픔으로 변해 눈물이 되는 것 같다.


다음 주 일정을 체크하며 플래너를 정리하다가도 이유 없이 눈물이 떨어진다.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내 모습에 조바심이 난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인데도, 나는 항상 명확한 목표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야 하고,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 팽팽한 긴장 상태여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냥 뭘 보기만 해도, 무슨 대화를 하기만 해도, 누가 내 마음을 살짝 스치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인간의 안구가 하루 동안 만들어낼 수 있는 물의 총량은 과연 얼마일까. 슬픔에 젖어 있다가도 이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도망칠 만큼, 나는 나를 감당하기 버거웠다.

매일 눈물과 콧물을 닦아내느라 아침마다 눈은 퉁퉁 부은 떡처럼 불어 있었고, 코는 헐어서 벌겋게 달아올랐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줄여갔다. 멀쩡히 대화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져버린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내 슬픔을 밖으로 표출하고 싶지 않았다. 요즘 내 눈물은 마치 시한폭탄처럼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결국 나는 ‘코 편한 티슈’라는 걸 샀다. 물티슈처럼 습기가 있고 촉촉한 기능성 휴지로, 코를 자주 풀어도 자극이 덜하다고 했다. 이 제품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개발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왕 울 거라면 내 몸이라도 덜 상하게 하자’는, 지극히 실용적이면서도 서글픈 선택이었다.


효과는 대단했다. 코 안이 허는 고통 레벨은 현저히 내려갔다. 하지만 그 실용적인 만족감 뒤에는 씁쓸함이 남았다. 내가 나를 조절할 수 없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공포스러웠다. 나는 늘 인풋(Input)을 넣으면 명확한 아웃풋(Output)이 나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데, 이 눈물은 도무지 어떤 아웃풋도 내지 못한 채 나를 소진시키기만 했다. ‘코 안의 통증 감소’라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눈물이 흐르는 양이나 슬픔의 깊이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나의 인풋과 아웃풋이 철저히 매치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나는 나를 ‘감정 찌질이’라고 정의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왜 이렇게까지 약해졌을까. 곱씹고 또 곱씹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감기 같은 걸까? 하지만 미래가 어쨌든, 지금 당장 내가 멀쩡하지 못하다는 건 확실했다.

결론부터 보고 움직이는 성격인 나는 마침내 이 결론에 도달했다. ‘아, 이건 내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


그래서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마음에도 감기 같은 병이 있다면 나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지금의 내가 더 이상 혼자서는 버티기 힘들다는 신호. 나는 상담실 문을 두드려야 할 진짜 이유를 찾은 셈이었다.


내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곳을, 그렇게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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