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있지만, 글씨는 여전히 형편없는 어느 날

안정과 모험 그 어딘가에서

by 소피아
안정과 모험 그 어딘가에서.

많은 것을 보고 겪은 이들일수록, 무언가를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직면하는 새로움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이들도 알 길이 없는걸요. 제가 이곳에 있는 것은 모두 우연이예요. 이 우연한 경험들을 누군가의 위대한 과거 안에 넣어 분간하려 하신다면, 제 것은 무가치한 기억이 되어버립니다. 그저 모든 우연을 알아채기 시작하는 순간이 오기를 기리어 주세요. 제 현재에 생기를 불어주려는 수단이었다 하신다면, 누군가의 그 어떠한 경험도 저를 위한 것은 아니었기에, 존경하는 위대한 경험들에는 정중히 유감을 표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의 위대한 과거와 제가 겪는 모든 것은 전혀 다르다 전해주세요. 제게는 아무도 모르는 축복이 있습니다. 저의 모든 것은 너무나 애매모호하기에,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신해야 합니다. 열렸을지, 열리지 않았을지 모르는 말라카의 박물관을 가기 위해 티켓을 끊는 이 순간에도 말이죠. 기차는 저를 목적지로 데려다주지만, 제가 박물관에 가야 할지 말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모든 예술의 순간을 들여다보아 그들의 순수함을 보겠다!"라는 참 대단한 포부가, 이토록 많은 것을 보고 싶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이 고집을 제한된 테두리 안에 전부 담으려 보니 매번 어려운 글이 되네요. 그래도 좋습니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예술은 분명 즐길만한 고통이에요. 나지막하게 뱉어보는 한마디. "저는 그런 예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