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

by 소피아

번잡함에 붙들리고 싶지 않다.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식들이 오히려 귀에 박힌다. 이리저리 슬슬 거니는 자유로움이 좋았던 건지. 목적은 없지만 이유는 있다. 이보다 더한 호사는 없다. 떠들썩한데 차분하고, 온통 초록이 짙은 곳. 잔잔한 음악까지 깃들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든다. 때로는 온갖 장단이 한데 어우러진, 그 기막힌 소음이 판을 치는 곳에서 펜을 들어본다. 나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흐려진다. 몰입감이 최대치를 발휘하는 굉장한 전율의 순간이다. 눈을 감고, 내게 오는 감사한 영감들과 악수를 나눈다. 구현시키는 것은 오롯이, 애정을 듬뿍 담은 이 펜의 몫이다. 아무것도 없는 손놀림은 화려함을 보이기 시작하지만 글씨는 여전히 형편없다. 계속해서 상상을 지피지만 얼마나 생생한지는 노트에 여전히 담지 못한다. 다만, 나만이 누빌 수 있는 그 무궁무진함. 반드시 어떠한 알고리즘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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