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2층에 사는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하는 부탁 말에 빠르게 사진기를 꺼냈다.
아주 이뻐. 귀엽고 얼마나 잘 따르는지 몰라. 조근조근 낮은 소리로 냥이에 대해 쏟아지는 칭찬. 정작 안겨 있는 아이의 표정은 어리둥절 한 뿐이다. 불편할 텐데 뿌리치지 않고 찍사를 봐주는 것이 얼마나 기특한지.
다른 형제들이 먼저 별이 되고 혼자 남은 아이가 빌라 밥자리에 찾아왔을 때. 빌라 지하에 살고 있는 아줌마는 그랬단다. 살려고 왔구나. 어여 먹어. 밥을 챙겨주고 집 만들어주고 보살폈고. 어디 가 아프다 싶으면 병원에서 약 받아다 먹이고 눈에 뭐가 생기면 안약 넣어주고 그렇게 1년. 아이는 골목에서 느긋하게 살고 있다.
집에 들어가기도 하고 밖으로 나오기도 하면서. 혹시 누가 해코지할까 싶어. 아니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가가니 데려갈까 싶어 목줄에 연락처를 써서 달아 주었다.
누구 한 명이 아닌 골목이 함께 돌보는 아이가 되었다. 빌라 지하에 살고 있는 아줌마, 빌라 2층에 사는 아줌마, 건너편에서 살고 있는 할아버지. 오며 가며 슬쩍 간식 챙겨주는 사람들 덕분에 골목 고양이들의 삶은 느긋하다.
느긋한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는 사람들도 편안해 보인다. 사람만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없다.
#한아이를지키려면온마을이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