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초점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은 그 사람의 초점이 지금 어디에 있나를 알려줍니다. 가령 어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보이는 반응이, 마치 누가 잘못해서 사고가 일어난 것처럼 무슨 탓부터 하는 분들이 있지요. 사고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찾아 분석한다기보다 사고의 탓을 돌릴 거리부터 찾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피해상황을 파악해서 얼른 수습하기보다 책임질 상대를 찾아 헐뜯기부터 하게 됩니다. 아마 정치인들 중에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사고가 나서 다들 정신없고 가슴 아픈 와중에, 마치 내가 윗자리에 있었으면 그런 사고는 나지 않았다는 식으로, 오히려 사고를 빗대 자신을 치켜세우는 데 바쁜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런 경우는 사고보다는 사실 자신을 돋보이고 정적(政敵)을 깎아내리려는데 초점이 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사고가 나면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안부부터 챙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혹시라도 사고를 당한 피해자 속에 지인이나 가족, 친척이 들어있진 않은지, 그것부터 확인을 하는 거지요. 이런 분들은 ‘지금 이런이런 사고가 났다는데, 넌 괜찮냐?’ 하면서 가족들의 안부까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그런 사고가 났을 때 자신과 가족이 무탈하고 무사함에 감사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내 마음의 초점이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수록 후자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처럼 똑같은 상황에서도 내 마음의 초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내 생각과 행동은 달라지게 됩니다.
남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도 그렇습니다. 좋은 일이나 축하해 줄 남에게 초점이 가 있으면 가장 먼저 축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진심으로 축하하게 됩니다. 반면에 좋은 일을 맞이한 남보다 지금 나 자신에게 초점이 가있으면 축하하는 마음보다, 그 사람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이 더 일렁이기 쉽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축하도 잘 못하겠지요. 축하해야 할 자리에서 "운이 좋았네"식의 차라리 하지 않으면 좋을 말을 내뱉는 분들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도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의 결과에 대해 평가할 때는 초점을 그 일에 둬야지, 사람에 두면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쪽에 초점을 두면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무조건 다 좋게 여겨지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초점을 두면 그 사람이 뭘 해도 안 좋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엣 속담에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한다'거나 '미운 며느리는 발뒤꿈치도 밉다'는 게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초점을 평가할 대상에 제대로 둬야 객관적으로 잘 한건 잘했다고 할 수 있고, 못한 건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점을 어디에 두냐는 이렇게 무척 중요합니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도 그렇습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실제 열심히 운동을 하고 난 뒤에 보통 어떤 말을 하시나요? 대개 털썩 앉아서 이런 말을 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물론 열심히 운동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참 힘이 들지요.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힘든 것에 초점을 두지 말고, 애초 목적이었던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한 것에 초점을 두면 이런 말이 나와야 합니다. “아유, 운동 잘했다.” 초점이 ‘건강’이라는 긍정적인 쪽에 가 있으면,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즐기게 되지만, 초점이 ‘힘들다’는 부정적인 쪽에 가 있으면, 아무리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라도 더욱 힘들게 느껴져서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어떤 계획이든 잘 실천하려면, 계획이 성공했을 때의 모습을 머리에 그리면서 실천하라고 하지요. 그게 바로 초점의 방향을 얘기하는 겁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당장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괴로움에 초점이 가 있으면, 그 다이어트는 성공할 확률이 적지만, 미래의 나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초점이 가있으면, 맛있는 음식의 유혹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내 마음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지금 내 언행도 달라지게 되기 때문에, 초점은 내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정해주는 방향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초점을 긍정적인 쪽에 고정이 되게 하려면, 흔히 입버릇이라고 하는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말’을 주의해야 합니다. 내가 초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잡고 있느냐는 제일 먼저 말로 나타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만약 일을 하고 나서, 혹은 운동을 하고 나서도 나도 모르게 ‘아유 힘들다’라는 말을 하게 되면, 얼른 의식적으로라도 ‘아유 잘했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노력을 통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꿔가야 합니다. 그래야 긍정적인 쪽으로 향한 초점이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요.
오늘부터 내 인생의 방향타인 초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옮겨 놓고, 그 초점이 긍정적인 쪽에 고정될 수 있도록 평소에 긍정적인 말을 의식적으로 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