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즐기며 편안하게
정원을 정리 중이다. 봄에서 여름을 넘어가는 이 무렵에 철쭉을 비롯하여 여러 정원수들이 옛 까까머리 남학생들의 머리털처럼 정리되지 않은 채 쭈뼛쭈뼛, 덥수룩하게 자라 올랐다. 나는 그 모습이 영 보기 좋아 그 여리고 파릇파릇한 이파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성격상 깔끔한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있기가 거북한 모양이다. 마치 조금이라도 머리를 길러보고자 하는 어린 나의 모습과 그것을 못 이기는 엄마의 심정과 다르지 않다.
5월의 끝무렵이라 더울 법도 한데 이곳 마산은 바닷가 지역이라 그런지 이 무렵에 바람이 정말 시원하게 분다. 반팔차림으로 30분가량 작업을 이어지면 땀도 송글송글 맺혀 추울 법도 한데 아무리 쐐도 덥지도 서늘하지도 않은 상쾌할 뿐이다.
다른 나무는 그 자라는 모습을 따라 가지 사이로 바람이 통하도록 해주면 되기 때문에 자연적인 미가 살아있는데 정원의 가를 따라 길게 심어놓은 철쭉은 위와 옆을 각을 살려 잘라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두 번 손이 더 가기 때문에 자칫 마음을 놓으면 답답한 마음이 올라오기 십상이다. 동료 중 한 사람은 '전정기'를 찾곤 했다. 그러면 철쭉 정리하는 시간이 반에 반으로 줄어들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나는 그 기계로 자르는 것보다 지금 이 작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전정기'를 안 샀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불교에서는 '무시선'이라고 하고 불가에서는 '반농반선'이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그 깊은 정수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이 급하게 끝내려는 마음 없이, 이 행위 자체에 만족을 한다. 오히려 피곤한 날 아침에 방석에 앉아 명상을 하는 것보다 지금이 훨씬 마음이 편안하고 일심이 잘 된다. 육체노동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실 속마음은 평생 농부나 청소로 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번 생은 벌여놓은 일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쉽지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이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