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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생 리브라(Libra)의 새 프로젝트

by JA

내 생일은 10월 21일, 리브라(Libra)이다. 리브라는 라틴어로 무게를 비교하고 재는 천칭(Scales)이라는 뜻을 가진다. 리브라의 상징이기도 한 저울은 그리스 신화에 나온 법과 정의의 신 테미스가 들고 있는 저울에서 가져온 것이다. 정창영이 쓴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책을 보면 리브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와 균형이라고 한다. 리브라는 자신이 극단적인 상황에 빠지는 것을 경계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리브라는 예절이 바르고 사교적이며 평화를 사랑한다.


천칭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리브라는 자기편을 만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균형을 맞추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 사람의 의견도 듣고 저 사람의 의견도 듣다 보면 둘 다 맞는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우유부단해져 결정 자체를 내리지 못할 때도 많다. 사실 자기편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박쥐로 찍혀 친한 친구 만들기가 힘든 것이기도 하다.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것이 공부이다. 리브라인 내가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어느 것 하나에 꽂혀 열심히 그것만 공부하는 것이다. 특히 이 세상만사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나는 하나만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모든 과목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자세로 임하다 보니 아주 못하는 것도 없지만 특별히 잘하는 것은 더욱 없다. 올해 초만 해도 ‘빅 히스토리’라는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는 학문에 빠져있다가 6월 정도에는 티베트와 인도 문자를 외우고 읽는 법을 익힌 다음 요즘에는 수학 책이나 물리학 책을 뒤적거린다. 운동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에 와서 가끔 발을 담그는 정도로 하고 있는 운동을 말하자면 요가, 테니스, 탁구, 골프가 있고, 새로 시작해 보고 싶은 운동으로 배드민턴, 마라톤, 웨이트 리프팅, 보디빌딩이 있다. 리브라가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단점인 우유부단함 속에 계속 흔들리며 이리저리 추를 옮기다 보니 안정을 찾을 틈이 없다. (이 와중에 굳이 위안을 찾자면 남편과 아들이 ‘아직은’ 각각 한 명이라는 것이랄까?)


2023년 생일이 되어 나는 결심했다. 이제 천칭의 균형을 포기한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 물론 선택과 집중을 할 대상이 하나가 아니라는 허점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점차 가지치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마음의 자세이다. (‘나는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내 마음의 방향은 정해졌다) 먼저 내 인간관계에서의 선택과 집중이라 하면 이제 북한군도 무서워하는 (아니면 굳이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중2가 되는 아들과의 생활이 가장 주가 될 것이기에 그리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 같다. 그와 다르게 내가 선택하고 집중해 바꾸고자 하는 매일의 공부와 운동 계획은 이렇다.


1. 글쓰기 (특히 일기 쓰기, 하루에 한 줄이라도 꾸준히 쓰기)

2. 회화 위주의 영어 공부

3. 요가와 테니스


이 세 가지 중 글쓰기와 영어 공부는 내가 평생 해 온 것이기도 하고 요가와 테니스는 지난 1년간 꾸준히 해오며 찾은 새로운 취미활동인데 내 생활에 활력소를 가져다주고 있다. 평생 이것저것 산만하게 공부해 와서 하나를 파보지 못했지만 어찌 보면 지금까지의 시간은 내가 선택과 집중할 무언가를 탐색할 수 있게 해 준 선물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 가지에 집중해 살아가며 앞으로의 내 인생이 어떻게 변해 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