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시어리 May 13. 2024

나는 누구인가?

나와 너의 관계를 맺기 위해


올해는 고2-고3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고 있다. 그 중 한 학생인 A의 시험과목이 독서이다. 요즘 독서 진도를 교과서로 안 나가고 모의고사 지문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A의 학교는 교과서로 진도를 나간다기에 오랜만에 교과서를 보게 됐다. 그 중 세 번째 지문의 제목이 ‘나는 누구인가?’이다.

글의 요는 이렇다. 마음의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알 수 있는 ‘나’는 한계가 있다. 진정한 나를 알 수 있는 법은 ‘나와 너의 관계’, ‘나와 그것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와 그것의 관계는 소유나 역할 등에 해당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oo고등학교 학생인 누구처럼 나의 일부분과 맺는 관계이다. 아이폰 소유주 신씨, 우리 회사 직원 김 씨 등이다.


나와 너의 관계는 부분이 아닌 전인적으로 맺어지는 관계이다. 회사에서 대리의 직책을 맞은 남자는 나와 그것의 관계 속에서 이해된다. 반면 퇴근 후 아버지를 반기는 딸과의 관계는 나와 너의 관계이다. 딸과 아버지의 역할 속에서 만난 관계가 아니라 전인적인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나를 찾는 법은 이 전인적인 관계인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나 그 자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글의 요약이다.

글을 읽으면서 A에게 많은 예시를 들어주며 이해를 도왔다. 그러다가 A에게 내가 물었다. “우리는 나와 너의 관계일까? 아니면 나와 그것의 관계일까?” 그 자리에선 나와 너의 관계라는 대답을 장난스럽게 들으며 넘어갔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진짜 나와 너의 관계일까?’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다음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전 그리고 사랑의 마음을 담아 수업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났던 첫 아이들과 아직까지도 수업하고 있다. 그 아이들에겐 분명 ‘나와 너의 관계’가 되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아닌 게 확실하다. 왜냐하면 아이들과 진실한 관계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해 가르치며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날개를 달아주며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서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삯꾼 강사(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의 마음이 된 것 같다. 모든 일이 처음엔 입사가 꿈이었지만 후엔 퇴사가 꿈이라는 농담이 나에게 말이 조금 바뀌어 다가온 것 같다.


아이들과 나와 그것의 관계로 수업을 하고 있기에 지금 일이 힘든 것은 아닐까? A와 나의 관계가 나와 그것의 관계라면 A는 나를 통해서 참된 나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A에게 하고 싶은 일을, 꿈을 찾아보라고 한 주에 한 번은 말하지만 내가 전인적인 관계를 맺지 못해 A의 꿈을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미안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지금까지 햇수로 5년을 강사로 일했다. 앞으로 1-2년 정도만 더 강사 생활을 할 예정이다. 그러면 A는 대학에 가 있을 것이고 내 대부분의 학생들도 내가 일을 마칠 때 대학생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내 목표는 그동안 아이들과 나와 너의 관계를 맺는 것이다. 아이들이 참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내가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실력 뿐 아니라 인격의 성장에 한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나는누구인가 #사랑

작가의 이전글 ‘훌륭한’이 사라진 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