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 세 명이 대화를 나눈다.
"나는 INTP유형인데 너는 MBTI 성격유형이 뭐니?"
"나는 INTJ, 네가 INTP유형이라 자발적 아웃사이더였구나?"
"나는 ENFP, 이효리랑 똑같아"
서로의 성격유형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도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MBTI 성격유형 검사가 갈수록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신과 상대방의 성격유형을 파악하고 자신과 잘 맞는 유형인지, 맞지 않는 유형인지 파악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인기 있는 성격유형검사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듯하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유명 연예인들이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다루는 내용이 실리기도 하고 이 인기를 몰아 TV 예능채널까지 생길 정도이다. MBTI를 통해 연애를 하고 궁합을 맞추고 직업을 알아보는 등 MBTI는 하나의 콘텐츠를 제대로 생산해 내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MBTI에 열광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저 재미있어서, 흥미 있어서, 도움이 되어서라는 답변을 할 수도 있으나, 이 검사는 쉽고 간단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온라인에서 검색만 하면 무료검사를 할 수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다. 자신과 타인의 유형을 비교함으로써 같은 유형끼리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같은 주제로 이야길 할 거리들이 많아서 좋다.
사람들은 끊임없는 관계를 맺으면서 삶을 연결해 간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하고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 신경이 쓰인다. 내가 하는 질문에 반응하는 상대편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나랑 좀 통할 것 같은데?' '이 사람은 나랑 좀 안 맞을 거 같은데'라는 촉이 온다. 정확한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이러한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MBTI 성격유형처럼 상대방의 유형을 알아놓으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이 파악이 된다. MBTI의 4가지 큰 틀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유형은 상대방에 대한 성격 정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
성격은 타고난 기질과 자라나는 환경에 의해 형성이 된다. 기질이 먼저냐, 환경이 먼저냐 하는 주장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끊임없는 화두가 되고 있다.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타고난 기질과 성향, 그리고 살아가면서 한 사람에게 미친 환경을 통해 형성된 알고리즘이 있다. 편견이든 선입견이든 사람에 대한 대략적인 잣대를 세워놓아야 대인관계를 맺을 때 부담감을 줄 수 있다. 마음이 편치 않은 상대를 만나면 피곤해 지기 때문에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을 볼 때 나름대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준에 해당되기만 한다면 마음 편히 사람을 대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름대로의 약속이 있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는 차만, 자전거 도로에는 자전거만 다니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속도를 낮춰야 하는 등 나름대로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규칙을 서로 지켜갈 때 비로소 마음을 놓고 생활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돌발상황은 피로감만 줄 뿐이다. 우리의 삶에도 예측 불가한 상황은 존재한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만나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기준을 갖고 있으면 훨씬 안전하기 때문에 이럴 때 '뜰'은 요긴하게 쓰이는 도구가 된다. 사람을 유형별로 구분해놓고 변별력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심리학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마다 그 유형에 빗대어 해석해보면 잘 들어맞는다는 느낌도 있다.
사람의 성격을 INTS, INFJ.... 등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 MBTI)에 의거한 성격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마이어스-브릭스 성격 유형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가 분석심리학자 융의 이론을 기반으로 개발한 성격유형 검사이다. 이 성격검사의 본래의 취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들이 부족한 노동시장에 뛰어들게 되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직무를 찾게 하기 위해 성격유형검사를 실시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MBTI는 4가지 양극적 선호 경향이 있는데 외향(E, Extraversion), 내향(I. Introversion), 감각(S, Sensing), 직관(N, iNtuition), 사고(T, Thinking), 감정(F, Feeling), 판단(J, Judging), 인식(P, Perceiving)에 해당한다. 이러한 4가지 선호 지표를 조합하여 16가지 성격유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DISC라는 성격유형검사는 Marston 박사에 의해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자신의 힘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주도형,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으로 구분하였다. 고든 울 포트(Gordon Allport)는 사람의 여러 가지 심리적 특성을 연구하여 공통된 특성들끼리 구분하여 특성 이론을 제안하였다. 셀돈(Sheldon)은 신체 유형에 따라 성격을 구분하였으며 애니어그램은 9가지로 이루어진 인간 성격 유형과 연관성을 표시한 기하학적 도형이다. 애니어그램이라는 말의 의미는 '아홉'이라는 뜻으로, 그리스어 애니어(ennea)와 그림이라는 뜻인 그라모스(grammos)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9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라는 뜻이다. 애니어그램은 인간의 성격유형을 세 개로 구분했으며 본능형, 감각형, 사고형으로 분류하였다.
다 야한 성격유형이 탄생한 이유는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다. 자신과 타인을 잘 이해함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고 자신의 장점을 더 발전시키고 약점은 보완하는 데 있다. 성격검사는 상담가들과 심리학자들이 한 사람에 대해 더 잘 이해하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기 위한 도구가 된다.
특히 MBTI는 한 사람의 행동 경향성과 선호도를 나타내는데 이러한 설명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인간은 복잡한 성격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모든 사람이 동일한 유형으로 구분되고, 같은 유형은 동일한 가치과 선호도를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은 위험하다.
검사를 할 때는 한 가지 검사로 그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MBTI 성격유형 검사의 경우 자기 보고식 검사이므로 자신의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검사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객관적 검사와 함께 투사적 검사도 함께 실시해야 한다. 심리검사를 할 때 보통 한 가지 검사만을 해서 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를 지양하고 있으며 특히나 자기 보고식 검사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거나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사람은 변화해 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성격유형에 맞춰 사람을 판단하고 구분하는 태도는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형성하게 되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긍정적 변화의 힘을 간과하게 된다.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무료 성격유형검사의 경우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질문지 형태가 다르고 답도 다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해 석도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식 검사를 실시한 후 받게 되는 해석과는 다른 결과를 받게 될 확률이 높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싶어서 검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에 대해 오해를 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은 한 가지 유형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있으며 가족과 친구관계, 사회적 관계, 환경 들 간의 연결성을 살펴본 후 검사 결과와 함께 통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심리검사를 하기 전에는 그 검사를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이 검사가 어떤 검사인지에 대한 사전 안내가 필요하다. 아무런 안내도 없이 클릭 하나로 열리는 온라인 무료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가 전부인양 생각하는 경우 그 위험성은 크다. 성격유형을 알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쉽게 되기 때문에 장점이 되지만 유형을 알게 됨으로 인해 편견이 생기고 '그 사람은 그런 유형이니까 그렇게 사는 거야'라고 단정을 짓게 된다면 인간관계를 맺는데 오히려 독이 된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데는 다름이 존재한다. 다르기 때문에 좋고 다르기 때문에 싫기도 하다. 달라서 사랑했고 달라서 미워진다. 내게 부족한 점이 저 사람에게 있어서 멋져 보였고 내게 있는 것이 저 사람에게도 있어서 편하다. 사람은 누구다 다름이 존재하고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할 뿐이다. 이왕이면 자신과 잘 맞는 대상을 만나 트러블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면 좋다. 그러나 나와 잘 통하리라 여겼던 사람도 관계를 맺다 보면 다른 점이 있고 충돌이 있게 마련이다.
'나랑 잘 통할 줄 알고 선택한 사람이었는데 너무도 다르더라고요'
사람에 대한 편견은 모든 관계에서 해롭다. 나랑 잘 통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랑 잘 안 맞을 것이라는 편견도 내려놓아야 한다. 편견을 내려놓기 위한 검사도구가 편견을 조장하는 검사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검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 '저 사람은 저런 사람'으로 낙인 되어버릴까 봐 염려가 된다.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고, 서로 안 맞을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으면 서로 맞혀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노력해도 되지 않으면 서로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거리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서로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는 어떠한 관계에서도 가능하다.
아무리 유명한 틀(검사도구)을 가지고 사람을 구분한다 한들 그 틀 안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유일하고 개별적인 존재라고 하지 않던가. 저 사람은 저럴 거야....라는 시선으로는 절대 상대방을 호기심 있게 바라볼 수 없다. 편견 어린 시선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 드러낼 시간을 도무지 허락하지 않는다.
검사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또한 검사는 개인차가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다르게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지나치게 자신을 유형 속에 속박시키려 하거나 단정 짓지 말자. 성격유형검사 결과를 보고 이런 유형이 좋다. 저런 유형이 좋다고 판단할 수 없다. 성격유형을 알게 됨으로써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성격유형의 틀에 자신을 가두고 타인을 가둔다면 차라리 성격유형검사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나는 이런 유형이니까 네가 이해를 해라' '너는 이런 유형이니까 나랑 안 맞는다'라는 태도보다는 '나와는 다른 너의 유형은 이런 면이 있구나'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이렇게 하면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구나'를 통해 다양성이 존재하는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름을 존중하게 되고 다름을 활용하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도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호함과 애매함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 알아야 편하고 제대로 파악이 되어야 안심하며 다가간다. 상처받을까 봐, 관계를 망칠까 봐, 기대했던 사람이 아닐까 봐 두려워한다. 이러한 두려움이 MBTI를 더욱더 열광하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심리검사나 성격유형검사는 완벽하지 않다. 성격유형검사로 한 사람 자체를 묶어두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OOOO유형이라 그렇네요, 나는 OOOO유형이라 이래요'라며 단정 짓는 습관은 경계해야 한다.
심리학계에서는 MBTI를 유의미한 심리검사로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검사의 신뢰도와 정확성이 유의미할 수준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 성격유형검사가 유용하게 사용이 되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사람에 대한 불확실성과 모호함이 주는 매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다면 불안한 마음이 들겠지만 이러한 불안은 당연하다. 오히려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해보고자 하는 선한 마음이 작동해서이기 때문에 당연한 불안감마저 거절하지는 말자. 모호함과 불확실성 속에서 비로소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가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