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가 습관이 되려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빌 게이츠 -
왜 읽어야 하는가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많다. 온갖 미사여구를 다 붙여서 표현해도 부족할 만큼 많다. 그런데 왜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책들은 그칠 줄 모르고 쏟아져 나올까? 답은 간단하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또한 여전히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읽기가 중요한 이유를 들어도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진정한 가치를 머리로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처럼 독서의 중요성을 외치는 누군가가 더 강렬하게 그 중요성을 증명해주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삶 속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발적 동기가 필요하다. 벌이나 개미의 경우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신의 역할을 알아서 처리해내며 산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최상의 먹이사슬의 포식자가 되면서부터 복잡한 인간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변화와 적응이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생기고 사라지는 직업들, 지나친 정보는 오히려 사람들의 선택을 방해한다. 올바른 선택을 위한 방대한 양의 정보가 오히려 선택의 오류를 부르는 아이러니한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과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먼저 지혜롭게 살았던 경험들을 존중해야 한다. 우주선을 쏘고 우주 탐사 시대를 넘어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가 되었다. 수없이 많은 현자들의 삶의 지혜를 단숨에 얻을 방법은 책 읽기다.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얻는 가치치고는 가성비 갑이다.
읽기를 거부하는 시대
읽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거부하는 것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행위는 일정 부분 거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의 행동은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성인들은 보통 한 해 6권을 읽고 10명 중 4명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책 읽기를 통한 독서량은 줄어들고 있는 이유가 전자책의 등장일 수 있지만 종이책, 전자책을 모두 합산해봤자 성인들의 독서량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성인들의 독서량은 점점 감소하고 있고 인터넷, 넷플릭스를 통한 영상과 정보들은 파급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손가락만 터치하면, 아니 손가락으로 굳이 터치하지 않고도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정보들이 즐비한데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영상을 통해 쉽게 습득된 정보에 비해 책을 펴서 문자로 읽는 순간 뇌의 후두엽은 활성화된다. 뇌의 언어영역을 담당하는 베르니케와 브로카 영역이 활발히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독서의 과정은 뇌 과학 측면에서 뇌 운동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읽기는 혁명이다.
사사키 아타루는 그의 저서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책 읽기가 어려운 이유는 삶이 바뀌는 혁명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고 쓰는 것 자체가 혁명을 가능하게 하고 혁명을 일으키는 행위임을 증명하고 있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하게 된 이유를 제대로 성경 읽기라고 한다. 성서안의 세상과 현실적 세상과의 괴리감을 제대로 발견하였기 때문에 혁명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누구든지 책을 제대로 읽고 읽은 바를 자기의 삶에 녹이고 해석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자신의 삶은 물론, 세상을 바꿔나가게 되는데 그것이 한 사람의 혁명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어렵다고 말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책 읽는 뇌』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인간의 뇌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현생인류로 불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이 약 20만 년 전이기 때문에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문자 없이 살아왔을 것이다. 때문에 인류는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독서의 과정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책을 읽으라고 하면 산만해지고 충동성이 올라오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집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뇌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집중력에는 반응성 집중력과 초점성 집중력이 있는데 반응성 집중력은 TV, 스마트폰, 동영상, 게임 등 자극적이고 현란한 시각적 현상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지속적 자극을 더 원하게 되어 중독에 이르게 된다. 초점성 집중력은 뇌의 성장과 우리의 의지와 연관이 있다. 자기 스스로 집중할 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초점성 집중력이 높은 능동적인 사람들은 자기 통제력, 조절 능력이 높다. 독서를 통해 우리 뇌의 초점성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충동성을 낮춰주고 집중력을 향상해 생산적인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 독서가 습관이 되면 단순히 지식만을 쌓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자기 스스로 선택하는 자율성이 확장된다. 결국 자신의 삶의 변화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책 읽기가 즐거우려면
음식도 취향이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바가 있다는 점이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의 책이 있을 것이다. 소설, 에세이, 시, 전문서적, 교육, 여행 등 다양하다. 읽기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읽기가 즐겁다’라는 경험을 스스로에게 경험하게 해야 한다. 『슬로 리딩』의 저자 하시모토 다케시는 ‘그냥 좋은 책 한 권’을 정하고 천천히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독서방법을 제시했는데 바로 슬로 리딩이다. 이 책을 발간한 2012년에 작가의 나이가 100세 정도였는데 이렇게 지긋한 나이의 작가가 소개해준 독서법이니 더 인상 깊었는데 이 방법이 소개된 후 한국에 독서교육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200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성인들이 주축이 되어 독서의 양 보다는 질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슬로 리딩을 활용한 슬로 리딩클럽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슬로 리딩 활동가 자격증 과정이 있을 정도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데 슬로 리딩이 창의적인 사고, 인지적 사고 능력의 확장을 가능케한다는 의미로 각광받고 있다. 구체적이면서 간단한 방법을 소개하면 첫째, 우선 하나의 책을 ‘천천히 반복적으로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둘째 ‘쓰기’인데,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한 단어나 의미 있는 문장들을 놓치지 말고 적으라는 것이다. 셋째는 ‘즐기기’인데 책의 내용을 해석하거나 분석보다는 편안히 즐기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독서가 습관이 되려면 우선 독서행위 자체가 주는 긍정적 정서 체험을 해야 한다. 뭔가 불편하고 거슬리고, 하기 싫은 부정적 정서와 결합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슬로 리딩 독서 방법을 통해 여러 번 반복적으로 책을 읽어가며 양질의 책을 충분히 음미하길 바란다. 이쯤 되면 당신의 독서에 대한 부담감이 가벼워졌는가?
닥치고 독서
독서가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데 실천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이전 글을 통해 독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충분히 말했다. 그러나 중요성을 알았다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엄연히 구분되는 영역이다. 상담이론 중에는 문제의 원인 분석을 통해 문제 해결에 이르게 하는 기법도 있지만 역으로 행동을 수정하게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기법도 사용된다. ‘기분이 좋아서 웃게 된다’는 말과 ‘웃게 되니까 기분이 좋아진다’라는 의미와 비슷하다. 읽는 행위가 쉽지 않고 하기 싫지만 읽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에게는 일단 행동부터 해보기를 권한다. ‘닥치고 읽기’이다. 습관을 위해서는 반복만이 살길이다. 반복하게 되면 어느새 자동적으로 그 행위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행위를 하지 않으면 왠지 어색한 시점까지 다다르면 어느새 습관이란 반가운 녀석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한 학기 동안 색다른 경험을 학생들이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게 목표인데 한 번은 ‘닥치고 프로젝트’를 한 학기 동안 수업 외의 활동으로 실천한 적이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변명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신이 10주 동안 ‘닥치고 프로젝트’로 실천한 목표 1가지를 선정하게 한 후 계획서를 제출하게 한다. 그다음 실천 과정을 기간별로 체크하게 하고 종강 전에 발표와 토의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이다. 처음에 학생들은 ‘굳이 이런 프로그램을 수업 이외의 과제로 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을 표현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늘 긍정적 경험을 해보았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교수자인 나는 ‘닥치고 프로젝트’에서 ‘하루 만보 걷기’를 실천했는데 처음에는 일부러 걷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스트레스가 되었지만 어느샌가 지하철 안에서도 걷고 있는 내 모습과 계단만 찾아서 걷게 되는 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란 경험도 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진행함으로써 동기를 강화시키고, ‘과제’라는 강제성을 띄는 즐거운 부채감을 통해 실천 경험의 중요성은 물론 습관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경험은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독서의 습관을 원한다면 그냥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