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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비평

천재의 박애주의

by 조지조

시대를 한참이나 앞서간 1806년에 태어난 영국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밀은 행동하는 사상가였다.
영국 태생인 그는 3살 때 그리스어를 배우고, 8살 때 플라톤의 저작들을 원어로 읽고 대수학과 물리학, 천문학을 배웠고, 라틴어는 물론 10대 시절에는 리카도, 경제학의 대가인 제러미 벤담 가족들과 공리주의 같은 사상들과 더불어 지적인 대화의 향연을 펼친 드문 이력의 그야말로 천재의 표본이다.

밀이 인생의 후반기에 집필한 ‘자유론’(On Liberty)을 읽다 보면 존 스튜어트 밀이라는 천재는 위대한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선민의식이라는 천박한 관념보다 애민정신이라는 참된 인류애가 더 짙은 농도로 가슴에 새겨져 살아간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고 당연시하게 향유하는 자유(Liberty)라는 명제가 1800년대에는 전통적 관습에 어긋나는 부분이 대부분이었다.
기득권의 안락함과 배부름 안에서 편히 살 수도 있는 인생을 행동하는 사상가로 여성 참정권 주장, 노동조합과 개혁을 주장한 밀이 자유론에서 주장하는 요지를 짧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공리주의(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원칙)를 근간으로 하되, 모든 행복이 대등한 것이 아니라 지적이고 도덕적인 형태의 쾌락이 육체적인 쾌락보다 더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만족한 바보가 되기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
2) 경제적, 정치적 민주주의를 표방하였으며, 여성의 해방 즉, 인류는 오직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고 대등한 관계로 살아가는 사회에서만 진정한 도덕적인 정서를 배울 수 있다.
3) 인간 자신과 인류 발전을 이끌 원동력으로서의 개개인의 ‘개성’을 강조했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해악으로 봤다. 또한 자치라는 개념으로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지적 역량(intelligence)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좀 더 덧붙이자면, 인간 정신은 토론과 경험을 통해서 잘못을 시정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에는 개인의 행동은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전제 아래, 다수의 전횡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사상의 자유, 선택의 자유, 결사의 자유’을 강조했다.

이 따뜻한 박애주의를 가슴에 품은 F형 천재 사상가의 아래의 하늘나라로 먼저 간 아내에게 보내는 ‘자유론’ 헌정사에 보면 깊이 사랑하고 더 깊이 존경하는 솔메이트에 대한 숭고함이 느껴지며 마음이 찡하다.

“나의 글들 속에 담겨 있는 가장 훌륭한 모든 것들에 영감을 주고 부분적으로는 그것들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 진리와 정의에 대한 높은 식견으로 내게 늘 아주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주었고, 그의 칭찬이 내게 최고의 보상이 되었던 나의 친구이자 아내였던 나의 사랑하는 그녀를 기억하고 비통해하며 이 책을 그녀에게 헌정한다.”....
“아무도 따라갈 수 없었던 그녀의 뛰어난 지혜를 통해 동기부여와 도움을 받지 않은 채로 나 혼자만의 힘으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이제는 그녀의 무덤 속에 매장되어 버린 저 위대한 사상들과 고매한 감성들을 그 절반만이라도 이 세상에 해석해서 전달할 수 있다면, 나는 이 세상에 훨씬 더 큰 유익을 전해주는 자가 될 수 있으련만...”

우리는 ‘한 명의 천재가 만 명 그 이상을 먹여 살린다’는 얘기를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다.
천재의 재능이 공익과 닿아 있으면 인류의 이익에 선순환이 될 것이고, 천재의 재능이 잘못된 사익을 추구하고 또는 피해를 초래한다면 악순환이 될 것이다.

역사의 수많은 천재들이 인류를 삶을 진보시켰지만, 또한 가끔 역행시키기도 했다.
최근 나치를 연상시키는 제스처를 한 일론 머스크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악한 천재보다 착한 둔재가 낫다고 생각한다.
머리보다는 가슴이 먼저다.

자유는 존중이며,

내게 자유론은 바이블이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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