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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Jul 12. 2019

삶의 질이 달라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

명상, 초보 명상 일지 - 한 달 명상 후 내 삶의 변화

명상 그거 좋지 나는 안 할 거지만,


어느 시점부터 명상이란 단어는 자연스럽게 학습되었다. 수도승이나 종교인들이 도를 닦는 마음으로 수행하는 신성한 의식 정도로 분리된 채. 머나먼 나와 떨어져 있는 행위라 결론지었다.


처음 명상 비슷한 일을 해본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강제 자율학습 전 밥을 먹고 오니 친구가 '집중력이 좋아지는 명상' CD를 CDP에 넣어 귀에 꽂아주었다. "이거 하면 공부가 잘 된데." 순순히 음성대로 호흡을 하고 힘을 빼고 몸 어느 곳 하나 집중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던 것 같다. 그날은 공부가 잘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한 번 해 본 경험에 지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TV나 인터넷에서 예전보다 유독 명상 이야기가 많아졌다. 과거보다 확실히 명상을 하고 있는 유명인이 많이 보였다. 그들 모두는 명상으로 평온을 찾았고 누군가는 명상 덕분에 관계나 일에서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명상이란 방법이 있구나란 생각만 한 채 그냥 지냈다.


원래 나란 인간은 절실히 무언가 해야겠다고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하는 시늉도 하지 않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명상을 시도해보다가...


10개월 전 좋아하는 유투버 '김수영'님이 '될 일은 된다'라는 책을 소개해주었고 운명처럼 그 책에 끌렸다. 당장 서점에서 구입을 했고 저자가 썼던 '상처받지 않는 영혼'이란 책도 함께 구입했다. 내가 원하던 답이 그곳에 숨겨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상처받지 않는 영혼'을 읽고는 크나큰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다. 생각이 나라고 생각했는데 감정이 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내가 아니라고? 그게 내가 아니란 말이 크나큰 위로와 그동안 나의 복잡하고 못난 생각들에 휩싸여 자신을 괴롭히며 살았던 지난 일상에 대한 서러움이 밀려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명상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음의 평화와 내면의 자유로움이 있는 거라면 그게 꼭 갖고 싶었다. 나도 고요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명상을 어떻게야 하는지 아는 게 없었다. 명상 센터도 다녀볼까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는데 종교를 강요한다는 말도 있고 괜히 안 좋은 경험을 해서 명상에 척을 질까 봐 두려웠다. (한 번 마음을 닫으면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 타입) 일단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앉아서 하는 게 좋다고 하니깐 아빠 다리가 안 되는 저릿저릿한 다리를 억지로 접어서 눈을 감고 속으로 '옴~'이란 단어를 내뱉고 앉아있어 봤다. 다리가 저리고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명상을 검색하자 명상음악이 여러 개 있었다. 다음날부터는 음악을 틀고 타이머를 맞추고 10분, 20분 정도 앉아서 생각을 비우려고 애써보았다.


그러나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다가도 너무 피곤하고 졸렸다. 당시 직장을 다니던 중인데 불만, 불평, 화가 가득한 나날이어서 명상 따위 하고 싶어 지지도 않았다. 그 당시 나는 잠은 일찍 잤고 다음날 아침에는 눈을 뜨기가 싫었다. 그렇게 명상은 3주도 되지 않아 내 일상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직장만 가면 나의 내면은 매일 울었다. 격동과 충동에 시달리는 나날이었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꼴 보기 싫은 사람을 안 보고 일을 안 해도 되는데 조금도 나아지질 않았다. 그 사람과 직장에 대한 미움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모두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안 괜찮았다. 진짜 이상했다. 안 괜찮다. 힘들었었나? 좀 쉬어볼까. 그렇게 한 달 동안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었는데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고 우울했다.


그때 다시 마이클 싱어님이 쓴 '상처받지 않는 영혼'을 읽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의 내면이 다시 뭐 때문인지 몰라도 고장나버렸구나 생각했다. 한 달 전 그런 심정을 솔직히 담아서 '스팀잇'이란 공간에 글을 올렸다. 내가 명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이웃분은 유튜브 '마인드풀tv'를 추천해주셨다. 큰 기대 없이 지푸라기 심정으로 그 유튜브를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먼저 마음으로 믿어야 한다.



'마인드풀tv'의 정민님의 영상을 미친 듯이 보았다. 나를 위해 그 영상을 올려주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가 알고 싶고 궁금했던 답이 이미 유튜브에 있었다. 그동안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서 보냈는데 어떻게 한 번도 못 봤을까 싶었다. 명상의 방법보다도 정민님이 말씀해주시는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태도에 크나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까지 진짜 내면을 어루만져 준 적 없이 나를 보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분이 평온한 마음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명상'이라고 말했기에 그리고 이전 공황장애를 비롯한 많은 고통을 겪다가 지금은 완전히 밝고 맑은 인상으로 나를 환하게 웃으며 사랑을 주시는 정민님의 삶에 나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를 위한 가장 좋은 길은 명상이라고! 그 후로 단 한 번도 명상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게 된다.


한 달 동안 정민님이 올려주신 명상 가이드를 하나씩 해보며 명상했다. 하루 10분이라도 명상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예전처럼 잡생각도 들고 다리도 여전히 아팠고 반가부좌는 커녕 아빠 다리도 못하겠고 똑같이 괴로웠다. 그렇지만 그냥 계속했다. '이렇게 하는 거 맞아?' 머릿속에 의심이 가득했는데 그냥 했다. 명상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싫든 좋아하지 않든 잘되든 안 되든 그냥 했다. 그냥 하는 거니깐 그냥 해. 몸도 점점 받아들였다.


일주일이 지나자 명상을 하고 나면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루에 10분이라도 마음 편안한 시간이 있기에 점점 명상 시간이 좋아졌다.


이 주일째 머릿속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다. 나와 대화하고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지만 끌려가지 않게 되었다. 무언가를 마음먹고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할 거야!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평온한 가운데서 내가 해왔던 생각과 감정이 차분히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날은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눈물을 쏟고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깨달아 '욕망이 없는 아이'라는 글로 정리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행위 다음에 결과 그리고 믿음이 올 수 있지만 때로는 믿음부터 필요한 일이 있다. 그게 내겐 명상이었다.



한 달 동안 명상을 하며


한 달째 아침에 일어나서 별일 없으면 명상을 한다.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의무감은 전혀 없다. 일이 있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명상을 빼먹어도 불안하지 않다. 가끔 걱정이 되거나 고통스러운 순간이 들어도 괜찮다. 내가 어디서든 앉아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고 머리를 비우면 다시 평온해질 거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절대반지이자 내가 그동안 그리 찾고 싶던 마음의 고향과 같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명상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해진다. 나는 괜찮다. 그래서 다가 올 모든 일이 두렵지 않다.


나는 32년 살면서 최근 한 달 사이 '평온'이 지배적인 감정 되는 하루는 처음 느껴보았다.  그동안 여행을 좋아했던 건 사실 어떤 이유보다도 이상하게 여행에 가서 거리를 걸으면 내가 평온해졌기 때문이다. 이상한 걱정과 불안 마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마음도 자연스럽게 열렸으며 몸도 건강해졌었다. 요새 한국에서도 아무 일 없이 그렇게 살고 있다. 꼭 여행을 가야지 그렇게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이 잘 풀려서 내게 좋은 일이 있어서 행복하고 기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는다. 나는 매일 행복해질 수 있다.


여전히 밥은 빨리 먹고 고기도 잘 먹고 특히 해산물을 좋아한다. 채식은 아직 못하겠다. 그렇지만 폭식을 하지 않는다. 마음이 허해서 그동안 먹어도 먹어도 배고팠던 거다. 내게 좋은 걸 먹여주고 싶다. 채소와 과일, 물과 차를 마신다. 밥을 먹을 때도 감사하다. 외식을 해도 맛있게 먹는다. 아직은 굳이 건강식만 고집하지 않고 기회가 되면 눈 앞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또 여전히 명상을 하고 나면 다리가 저리다. 30분 때부터 저린데 최대한 힘을 빼고 편안한 곳에 집중하고 정말 아프면 그냥 다리를 피고 힘을 빼고 있다. 요가 선생님이 알려주셔서 엉덩이에 방석을 받치니 좀 더 편안하다. 몸에 힘을 빼는 방법은 일단 목과 어깨를 이완한다. 혀에 힘을 풀고 눈과 미간에 힘을 풀면 얼굴과 귀쪽에도 힘이 풀어진다. 그러면 호흡이 조금 더 편안해진다. 사지에 힘을 빼고 골반과 허리 배가 사라진듯 놔버린다. 종종 숨쉬는 게 힘들면 힘을 다시 뺀다. 그러면 억지로 호흡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숨이 잘 쉬어진다.


명상이 더 하고 싶은 날에는 1시간도 하고 있다. 아침 명상은 하루도 안 빼먹고 매일 했고 저녁 명상은 간간히 하다가 최근 일주일 하게 되었다. 저녁 명상을 누워서 한다. 그러고 나서도 워낙 생각이 많고 무언가 하고 싶어 지면 잠이 안 올 때도 있는데 하루의 처음과 끝이 행복하니 마음이 더욱 안정감이 든다.


애쓰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 그게 너무 좋다. 이미 모든 게 다 있고 걱정할 일이 하나 없고 앞으로도 행복할 거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예전부터 쭈욱 삶은 스트레스와 자극 고통이라고 생각했고 인간인 이상 폭력을 가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가련한 존재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풍요로 가득 차 있고 온 우주가 한 에너지이고 나도 에너지의 한 부분이라고 믿는다. 이미 필요한 건 다 주어져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필요한 건 내게로 오기에 집착할 필요도 욕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삶의 목표는 나라는 에너지를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마음껏 사랑하며 그 사랑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명상을 하는데 행복하고 좋아서 참 감사해서 찔끔 눈물이 나왔다. 그러다 내가 이런 명상을 하게 되었던 고통받고 괴로웠던 과거의 나날까지 이해가 되었다. 그 수많은 경험이 없었으면 나는 이렇게까지 평온할 수 없었을 거고 이렇게까지 감사할 수 없었을 거다. 지금의 기분과 감정과 태도는 나의 모든 과거와 선택들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내게 이런 명상을 하도록 길을 이어준 모든 인연에 감사했다. 스팀잇을 만나고 스팀잇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마인드풀 TV를 알려주신 파치님 그리고 나의 삶을 응원해주는 모든 사람. 참 감사하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감사의 명상 일지를 올린다.


다음엔 자연에서 흙발로 명상하고 싶다.


누군가 나처럼 이 글을 보고 명상을 시작하고 내가 지금 느끼는 풍요와 평온을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진심을 다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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