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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May 16. 2021

꿈의 감각, 현실의 감각

'라이프 온 마스'를 보고

출처: 라이프 온 마스



*주의: 라이프 온 마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반장님도 저도 여기에 실재해요.
살아있다구요! 환영같은게 아니에요.
살아있지 않다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겠죠?
하지만 살아있다면 느낄수 있을거에요.
-라이프 온 마스 13화 중, 윤나영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아.
-라이프 온 마스 16화 중, 한태주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너무나도 생생한 꿈에서 깨어나 무감각한 현실에서 살아간다면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상대방의 맥박 소리를 듣고 아픔이 느껴지고 같이 웃고 떠들고, 염려하고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세계와 손바닥에서 피가 나도 그저 꿈 생각만 나는 세계가 있다. 누군가를 믿어본 적도 사랑해본 적 없는 세계와 나를 살게 하고 자꾸 사랑하게 만드는 세계 경계에 선 사람이 감각과 인식, 감정을 고려하면 꿈과 현실은 뒤바뀐다.


실재하는 감각이 꿈에서만 느껴진다면 실재한다는 감각은 현실이라는 증거가 맞는 거야? 그럼 꿈처럼 보이는 그 세계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건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현실이 보지 못하면 그립고 목이 메는 꿈의 세계보다 훨씬 중요한 걸까? 현실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재하는 감각을 압도해버릴 수 있을까? 실재는 관념보다 강하다. 경험은 이론보다 강렬하고. 마음은 늘 실재하는 감각에 끌린다. 현실을 저버려서라도 꿈에 속하고 싶다면 그에게 꿈은 이미 꿈이 아니다. 그저 꿈으로 치부할 수 없다.




"꿈에서의 감각은 현실에서의 감각과 다르잖아요."


"무슨 소리예요? 꿈에서도 현실과 똑같이 느끼지 않나요?"


"진짜요? 저는 느끼지 못해요. 물론 감정이나 해석은 똑같아요. 꿈을 꿀 때는 꿈인 줄 몰라요. 그런데 깨고 나면 알게 돼요. 아 꿈이었구나! 그래서 아프지 않았던 거구나. 한 번도 물리적인 감각을 꿈속에서 느껴본 적 없어요. 차갑거나 뜨겁거나 아프거나. 물론 꿈에서는 그랬다고 치는데 실제로 그렇게 느끼지는 않는 거죠."


"오! 그렇다면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쉽겠어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해요. 깨고 나서야 알 수 있죠."


"전 꿈에서도 완전 똑같이 느껴요. 현실에서 느끼는 걸 똑같이 느끼죠."


"그거야말로 너무 신기한데요. 그러면 구분이 안 되잖아요. 꿈인지 현실인지."


"그래서 꿈에서도 산다고 생각하게 됐죠."


-5월 12일의 대화 중 발췌




꿈에 대해 인간이 아는 건 아주 일부이다. 꿈에 대한 인식은 먼 미래가 되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거로 생각한다. 꿈이 전적으로 그저 나의 무의식의 반영이나 환영이라고만 생각되지 않는다. 증거 같은 건 없다. 나는 그렇게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은걸. 눈을 감고 상상하는 방식과 꿈을 꾸는 방식은 너무나도 다르다. 그 모든 걸 내가 그저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비록 현실의 물리적 감각이 나의 꿈속에서는 정확히 구현되지 않지만. 물리 법칙을 제외하고 꿈은 너무도 실제 같다. 나는 꿈이 현실과는 조금 다른 세계라고 믿는다.


그래서 내게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는 새드엔딩이 아니다. 태주가 어이없이 과격한 자살로 끝나는 드라마가 아니다. 그저 조금 더 좋아하는 세계를, 감각이 실재하는 세계를 기적적으로 찾아낸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고 그는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라라 님은 가끔 꿈에 대해 말해준다. 과거에는 엄청나게 긴 꿈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한 일도 있다고 한다. 라라 님은 아스트랄 리포트를 쓴다. 꿈에서 날고 싶어지면 마음껏 날 수 있다고 했다. 분명 미래에는 꿈을 디자인하거나 자신의 꿈을 공유하는 방법이 생길 거다. 그때가 되면 우린 서로의 꿈에 서로를 초대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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