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X 4w5 유형에 대해서
MBTI 유형을 10년 넘게 INFP라 알고 살아왔다. 반년 전 INFP가 아니라 INFJ라는 걸 알게 되고 깊은 충격에 빠졌다. 그 후로 INFJ 관련 글을 읽으며 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위로도 받았다. 뭔가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명쾌함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후로도 여러 번 INFP인지 INFJ인지 무지하게 헷갈리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감정, INFJ는 외향 감정이 부기능이고 INFP는 내향 감정이 부기능이다. 내가 이해한 바에 의하면 INFJ는 타인이 울 때 그 타인의 상황에서 타인의 감정에 이입한 후 자신에게 투영시킨다. 그래서 INFJ는 종종 자신의 감정에 대해 무디거나 둔하다. 반면 INFP는 타인이 울 때, 과거 자신의 경험이나 자신이 그 일을 당했을 때 느낄 감정으로 그 감정을 공감한다. INFP는 다른 어떤 유형보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감정을 소중히 다룬다.
나는 분명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완전히 몰입하는 걸 즐기며 내가 작중 인물이 된 듯 감정을 이입한다. 극 안에서의 감정이 낯설거나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다 해도 작중의 내용 흐름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느낀다. 완전히 내 감정 경험을 배제하는 건 아니나 만약 그럴 필요가 있을 때 같은 상황에서 타인의 감정으로 내 감정 반응과 사뭇 다른 타인의 감정에 이입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살면서 감정에 많이 휘둘리기도 했고 내 감정에 대한 표현을 정확히 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감정은 내 삶에서 지나치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내 감정이 견디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하면 나는 사회적인 기능이나 평판을 포기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내 감정이 어떤 지 살폈고, 때때로 감정을 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여서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물론 어떤 성격 테스트 하나가 나를 전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 리 없다. 게다가 INFJ인지 INFP인지 딱 떨어지게 구분해야 할 의무도 없지만 뭔가 더 나은 설명이 있지 않을까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는 처음으로 에니어그램 테스트를 받아봤고 4W5에 관한 외국 사이트의 설명을 보면서 사찰을 당한 듯 나의 두려움과 문제점을 간파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상당히 개별성(unique)을 지니고 독립적(independent)이다. 그들은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데 집중한다. 따라서 그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질문이 그들 삶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INFJ 4w5는 전형적인 INFJ는 아니다. 먼저 4번으로 인해 그들은 내향 감정에 훨씬 집중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INFJ의 외향 감정을 사용한다. 이것은 INFP와 유사해 보인다.
가장 근본적인 INFJ 4w5의 욕구는 독립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개별적으로 달라지거나 충분해지려고 노력함으로써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애쓴다. 그들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기를 원한다.
날개 5번의 영향으로 INFJ 4w5는 다른 INFJ보다 더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학문에 관심이 있다. 이것은 유능해지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그들 만의 방식이다.
일반적인 INFJ와 다른 특성
1. 생각보다 분석적
2. 좀 더 사회적 (친한 사람과 있을 때 수다스러워지고 많은 시간 타인과 함께 보냄)
3. 좀 더 로맨틱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함)
4. 좀 더 창의적 (미학에 좀 더 관심이 있음)
5. 좀 더 학문에 열정 (추상적 개념, 인류에 대한 이해)
일반적인 INFJ와 비교해 두드러지는 단점
1. 자기만족에만 관심 (추진력 떨어짐,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 능동적이어야 한다)
2. 실패에 대한 두려움
3. 지나친 자기 몰두 (타인을 고려하지 않음, 많은 기회와 관계 놓칠 수 있음)
4. 과도한 생각 (너무 많이 복잡하게 생각, 다른 중요한 일을 놓치기 쉬움)
추천 직업: 작가, HR 매니저, 심리학자, 교수, 과학자, 사진가, 배우, 그래픽 디자이너
비추천 직업: 기업가, 법률 보조원, 변호사, 회계사, 애널리스트, 농장주
출처: https://personalityhunt.com/infj-4w5-heres-what-you-can-expect/
특히, 마지막 단점이 기가 막히게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평소 생각했던 나의 단점과 일치했다. 팩트 폭행을 멈춰 주세요. 어제저녁부터 오늘 오후까지 상당히 우울, 침체되어 또다시 내가 나를 잘 모르겠고 확신 없고 자신 없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를 응석받이 어린애처럼 대해 버려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뺏은 기분이 들어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백수이고 뚜렷한 직업이 없는 사실에 관해 타인의 평가나 시선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낮은 평판을 지니고 세상에게 인정받지 못해 괴롭거나 당장 금전적인 소득을 올리지 않고 있거나 성공하지 못하는 실패자라서 두려운 건 아니다. 사회적 압박에 짓눌려 직업을 가져야만 행복하고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결핍 때문에 우울한 것도 아니다. 물론, 과거에는 이런 생각으로 인해 두려움과 압박감과 죄책감을 가졌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의 우울감은 외부의 압박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에서도 나는 잘못된 선택을 내린 거 아닌가? 나를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근시안적으로 나의 단점을 강화시키는 환경을 만든 셈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과적으로 개인의 성장을 가로막는 선택을 했다는 의심이 들었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다는 명분은 사회적 만남과 기회를 제거하며 사실상 자기 탐구 영역에서도 제한을 걸었다. 진정한 자기 탐구를 막았다는 모순적인 결론에 두려워졌다.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내 기분과 감정이 좋지 않을 때 방종 상태로 나를 내버려 두었다. 현실의 모든 일과를 무시했고, 결과적으로 그런 나를 관찰하며 나에 대한 부정적인 기분을 강화하고 더 무기력해졌다. (번아웃과는 다르다. 이런 미묘한 차이 때문에 삶을 사는 게 어렵다.)
내가 대단하지도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고 별 다른 능력도 없다는 걸 (그게 존재로서 전혀 문제도 안 된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는 꽤 초연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고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근원적 욕구에 대한 부정은 너무나 괴로웠다. 훌륭하지 않아도 나만의 고유한 삶이 있다고 철썩 같이 믿고 사는데 인생을 다 썼는데 이게 중2병 같은 허상과 망상에 지나지 않는 것 뿐일까...?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그만뒀던 이전 직장들. 차라리 뭐라도 하면서 그 시간만큼은 자기 몰두를 벗어나서 사회적으로 연결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게 사실은 좀 더 건강한 자기 자신이 되는 나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은 나를 두렵게 했다.
그래서 완전하고 행복한 상태는 거짓말처럼 한순간 사라지고 다시 길을 잃은 무력하고 중2병까지 걸린 꼬마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과대망상증에 걸린 환자인가…?
만 하루가 지나서 여러 생각의 경로를 거쳐 설사 내게 좋지 않은 방향을 선택했다 한들 나를 용서해주기로 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내린 게 아니라 당시에는 그게 내게 최선의 선택이고 나를 사랑하는 선택이라 믿었다. 무지한 사람이 몰라서 한 행동을 탓해서는 안 된다. 지금 나는 이런 나의 단점을 알게 되었고 받아들였으면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내 삶은 정해지지 않았다. 설사 늦었고 회복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나름대로 발전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과 여지는 언제나 있는 법이다.
자신에 대한 지배적인 신념이나 생각이 바뀌는 것도 당연하다. 이걸 이제 깨달았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자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살아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삶의 방식이나 나에 대한 생각이 계속 바뀔 것이다. 그러니 오랫동안 믿고 있던 자신만의 신념이나 자신의 진실 자신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도 놀라거나 한심해하지 말자. 내게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변화를 꾀하자.
일단 내가 스스로의 성장과 자기 사랑을 위해 스스로 약속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해도 필수적인 일과는 그냥 하기.
(일어나는 시간 잠자는 시간 챙겨 먹기 집안일 화초 보살피기 등등..)
2. 관심이 생기면, 생각 그만하고 두려워도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볼지 모색하기.
(이거 하는 목적이 뭐야, 이거 해서 뭐해, 이게 잘 될까 금지…이제 숲보다는 나무를 보자.)
3. 운동 꾸준히 하기, 몸도 중요해.
4. 과정에서 즐거움 얻기
5. 현실 소소한 기쁨을 더 많이 찾고 누리기.
6. 너무 나 자신과 삶을 심각하게 여기지 말기. 사실 너의 정체는 푼수이자 바보라는 걸 기억해.
그리고 매일 아침 아래 거울을 보며 외칠 예정이다.
1. 나는 이미 나이다.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도 필요치 않다.
뭘 하든 뭐가 되었든 뭘 느끼든 뭘 생각하는 나는 나다.
2. 감정은 감정일 뿐, 저항하지 말자. – 설사 두려움과 불안조차 당연한 거다.
3. 나 자신도 타인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자.
4. 모르는 걸 알게 되는 건 축복이야. (설사 그게 네가 틀렸다는 걸 증명해도)
5. 사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매일 너에게 주는 건 사랑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