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출고에서 경험한 나의 일들 : 출고 포장 개요 2
말 그대로, 오토백 포장은 손이 2개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토백을 싱귤보다 더 나중에 가르치는 건 이유가 있다. 바로 기계를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 봉지들이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려있는 것을 롤백이라고 한다. 롤백을 다 쓰면 롤백을 갈아야 한다. 이 과정이 처음 보는 사람은 '읭?'소리가 나온다. 이걸 이쪽 방향으로 넣으시고 몇 장을 뜯고 빼셔서 여기로 넣고 이쪽으로 빼시고 이 아래로 넣어서 이쪽으로 넣고 고정 레버를 내리시고 앞에서 수평을 맞추고 테스트를 하세요 하고 관리자가 보여주는데 솔직히 천재가 아니면 한 3번은 봐야 안다. 롤백 가는 건 주변에서 한 일주일 가르쳐 주면 할 수 있다. 롤백을 갈고 나면 이번에는 송장이다. 송장(운송장)도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려 있는데 이것도 다 쓰면 갈아 끼워야 한다. 송장은 더 복잡하다. 이전 송장을 빼서 버리고, 방향에 맞춰 끼운 후, 끝을 하나 남겨서 접고 그 이후 5장을 떼서 버린 후에 기계를 2개 열고 끼우고... 나는 송장은 혼자 할 수 있게 되는데 2-3주는 걸렸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 롤백과 송장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오토백을 하러 가라고 관리자님이 시키면 진심 도망가고 싶었다. 관리자에게 물어보는 것도 한두 번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는 것도 너무 눈치가 보였다. 다행히 내가 있는 층 사람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 10번이고 20번이고 몇 번을 물어봐도 다들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그 사람들 덕에 나도 배우게 되어서 나도 새로운 사람이 오토백에 들어오면 걱정 말고 백번 물어보시라고 한다.
롤백과 송장을 갈고 나면 오토백을 마스터한 것 같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와이파이 오류, 프린터기 오류, 롤백 컷팅, 안전알람, 스캐너 이상으로 인한 미스캔부터 송장이 붙거나 롤백이 말려 펑 터지는 것까지 갖가지 오류와 오토백 고장들을 경험하게 된다. 아래층 오토백들은 새것이라 이런 오류가 거의 없다고는 하는데, 내가 있는 층은 오토백 기계들이 낡아서 정말 말 그대로 기계들이 '가지가지'오류를 다 낸다. 처음에는 관리자님들과 ps사원님들이 도와주지만 매번 미안하고 고맙고 눈치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심지어 관리자나 ps사원들 중에는 오토백을 못 고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층에서 오토백에 뼈가 굵은 오래된 오토백 사원님들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나도 다행히 이러면서 오토백 사람들과 친해져서 함께 다니고 있는데, 처음에는 도움을 받으면서도 너무 미안하고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울고 싶은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계속 고장 나는 오토백이 밉고, 나만 이런 건가 싶고 자꾸 포장 흐름이 끊겨 짜증이 솟구친다. 오토백 사원들끼리 말로 '오토백 하려면 도 닦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들 한다. 급한 마음으로 고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화가 난다. 차차리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고쳐가며 하면 적어도 속은 안 상한다. 나도 하루는 일진이 안 좋았는지 아침부터 일어날 수 있는 오토백 고장이란 고장은 다 난 날도 있었다. 3개 포장하고 롤백컷팅, 10개 포장하고 롤백컷팅, 이렇게 반복해서 1300개를 포장한 날도 있었다. 실제로 경험하면 정말 번거롭고 짜증 나는 상황이다. 그래도 나는 화내지 않고 그냥 고쳐가며 한다. 정 안되면 관리자님에게 말하면 관리자님이 고쳐주시거나, 정 안되면 수리 기사를 불러 고쳐준다. 나는 하루에 수리기사를 3번 부른 날도 있었다. 포장은 어렵지 않다. 말 그대로 기계를 다뤄야 해서 오토백이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