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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손내밥 Aug 24. 2024

쿠팡이츠는 처음이라...

그렇다고 외계인은 아니구요.

난생처음 ‘쿠팡이츠’로 치킨을 배달 시켰다. 


“외국에서 살다 왔니? 아니면 외계에서 온 거니?”

내가 배달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 주변에서 이런 반응을 보인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배달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 남들은 왜 그렇게 사냐며 나를 특이한 사람처럼 보기도 한다. 처음부터 먹지 않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는 것일 뿐이다. 내가 지나치게 까다로워서도 아니고 구두쇠여서도 아니고 환경운동가여서도 아니다. 


남편과 시아버지 병원에 다녀온 날, 날씨는 더워도 너무 더웠고, 우리는 지쳐도 너무 지쳐 있었다. 

남편은 맛있는 무언가를 먹으러 나가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맛있는 걸 사준다고 해도 내 발로 걸어 나가고 싶지 않았다. 누룽지를 끓여 먹더라도 에어컨이 돌아가는 집 안에 있는 것이 나에겐 더 나은 보상이었다.


남편과 나의 다른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으니 배달 음식이었다. 오늘만큼은 배달이 가능한 세상에 사는 것이 축복이었다. 


근데 배달은 어떻게 해? 

우리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는 사람은 딸아이뿐이다. 딸아이는 친구가 놀러 올 때면 배달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지금 딸아이는 없다. 

배달 음식을 먹지 않는 우리 집에서 나도 남편도 배달을 시켜 본 적이 없다. 나는 배민 앱도 없다. 현관에 붙여놓은 전단지를 보며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 치킨이나 피자를 시켰던 기억만 있다.


얼마 전 친구와 지방에 갈 일이 있었다. 차 안에서 친구는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피자 시켜 달라고? 어떤 걸로? 두 개나? 응. 응. 알았어.”

친구는 내게 본인의 전화기를 내밀었다. 

“미안한데 운전 중이라 네가 피자 좀 시켜줘.”

얼떨결에 친구가 시키는 대로 피자를 골라 담았던 기억이 번뜩 났다. 몇 번의 터치로 바로 주문이 되지 않았던가.


그래, 나도 쿠팡 회원이지. 그렇다면 쿠팡이츠로 배달 시킬 수 있는건가?


일단 해보자. 

배달 음식 중 실패가 없을 것 같은 치킨으로 메뉴를 정했다. 남편이 고른 브랜드 치킨을 검색했더니 배달 가능한 치킨 지점이 주르륵 나온다. 

너무 많네... 어디서 하지?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주문하면 되겠지?

지점을 선택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메뉴를 골랐다. 


배송료가 무료라고?  게다가 첫 주문이라 할인까지 해준다. 뭐지 너무 베푸는데? 무언가 불안해. 


주문이 완료되었다. 나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쿠팡에서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이게 고마운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나의 쓸데없는 걱정을 날려주듯 한방의 터치로 결제까지 끝났다.

주문이 수락되었다는 알림이 오고 도착 예정 시간이 나왔다. 25분~30분 소요된단다. 


일단 주문이 되었다고 하니 냉장고 안에 맥주 개수나 확인해 보자. 

후후. 집에서 편하게 치맥을 즐길 수 있겠구나. 


친절하게도 내 치킨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었다. 주문 수락 -> 메뉴 준비중 -> 배달중으로 바뀐다. 도착 예정시간까지 자세히 나온다. 7분 후 도착예정이라니 설레였다. 


짜장면 시켜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다 중국집에 전화해서 ‘언제 와요?’ 하고 묻던 기억이 난다. 대답은 늘 ‘좀 전에 출발했어요.’였지.


쿠팡이츠에서 주문하니 얼마나 남았나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 또한 고마운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다는 오묘한 감정이 올라오려고 할 때 인터폰이 울렸다.  


남편은 콧노래를 부르며 현관에서 건네받은 치킨을 들고 들어왔다. 아직 뜨끈한 치킨을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디찬 맥주와 함께 뜯어먹었다. 



난 쿠팡이츠 홍보대사는 아니지만 첫 주문은 만족스러웠다. 


만족을 넘어서 감동이었다. 


사실 이 편리함이 마냥 고마운 걸까?라는 묘한 감정은 피할 수 없지만

오늘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이 지친 날, 

집 안에서 치맥을 즐기는 것이 감사한 일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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