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뿌시기_붕어빵

아파도 행복할 수 있다

by 내손내밥

내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야만 행복할 것 같았다.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행복할 것 같았다.


시아가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나와 멀어졌다. 아빠와는 더 멀어졌다. 우리 가족 구성원은 달랑 셋인데도 일주일에 밥 한번 같이 먹는 것도 쉽지 않았었다.

아이가 대학생이 되니 우리는 같은 집에 살면서도 각자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아이가 급성 백혈병이란 병명을 들었을 때

아, 이제 우리의 삶은 불행의 늪에 빠졌구나 싶었다.

환자에게도 그 가족들에게도 행복은 없을 줄 알았다.


아니다.


아파도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니고 원래 있었던 것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삶 속 곳곳에 널려있다.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찾으려 한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큰 행복을 얻으려고 애를 쓸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이 이제는 모두 소중하다. 행복의 요소가 된다.

시아는 다시 아기가 된 것 마냥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녀가 더욱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채혈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저 머리는 가발일까 아닐까 수다를 떨며 우리는 웃었다.

병원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먹을 때 빵 사이에서 삐져나오는 채소를 보며 우리는 웃었다.


‘함께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하다.’

내 딸이 급성 백혈병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


“입원하기 전에 붕어빵 먹고 싶어.”


흔해빠진 붕어빵도 우리에겐 특별하다. 백혈구 수치가 낮은 백혈병 환자는 길거리 음식을 먹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데워 먹으면 괜찮을거야."


뛰어가면 일분 거리인 곳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다. 붕어빵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지만 시아는 한 번도 먹지 못했다.


잉어빵.jpg



출출해질 무렵에 달려가서 붕어빵을 사왔다.

올해 시아가 먹는 처음이자 마지막 붕어빵이다.


“우와, 붕어배에 팥이 가득하네.”


“그러게 여기 맛집 맞네.”


단팥 가득 붕어빵을 먹으며 우리는 달콤한 행복을 느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백혈병 뿌시기_김치칼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