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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Oct 07. 2018

암 선고 4번 받고도 건강한 내 개,기적일까?오진일까?

항암치료 없이 암 치유 중인 570일간의 미스터리한 암 투병기

4번의 세포검사 결과,
편평 상피세포암 선고를 받다!


나는 28년간 개를 자식처럼 사랑하며 키운 애견가이다.

그동안 여러 마리의 개가 나와 일생을 같이 했고 무지개다리를 건넜으며, 현재는 래브라도리트리버 수컷(루피), 웨스트 하이랜드 화이트 테리어 수컷(라몽), 코숏 치즈 태비 고양이 수컷(코니)랑 살고 있다. 하나같이 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지만, 그중에서도 1년 4개월째  암 투병 중인 루피(10살)는 특히 마음이 쓰이는 자식이다.   

- 암 발병 전의 건강한 모습 -

첫 번째로 암이 발병한 건 2017년 6월 20일,

머리 왼쪽에 조그만 혹이 생겼는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워낙 기운이 넘치는 녀석이라 어디 부딪혔어 생긴 혹이려니 하고...


그런데 날이 갈수록 혹이 커지더니 10일 만에 계란 크기만 해졌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황급히 단골 동물병원을 갔는데, 정밀검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해서 진료의뢰서를 들고 'S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외과를 찾아갔다.


대형견이라서 기초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X-레이 검사, 세포 검사,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만도 몇 십만 원이 훌쩍 나가고, 암 검사 결과가 나오길 며칠간 초조하게 기다렸다.


드디어 결과를 알리는 전화가 오고...


"세포검사 결과, 편평 상피세포암입니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고 머리가 하얘졌다. 나는 그 날 12살 된 시츄 '볼키'를 흑색종으로 4개월 만에 떠나보낸 가슴 아픈 이별의 기억까지 밀려와 루피를 안고 한참을 엉엉 울었다. 또다시 암으로 반려견을 잃는 잔인한 현실이 너무 슬퍼서....  


알 수 없는 첫 번째 기적이 일어나다!


암이 발생한 부위가 수술이 힘든 두개골 부위고, 염증도 심해 일단 부기를 가라앉히는 소염제와 진통제를 1주일간 먹힌 후 경과를 지켜보면서 향후의 치료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이전보다 기운도 없고 체중도 빠진 루피에게 기도하는 심정으로 약을 먹인 지 6일째 되던 날, 머리에 난 혹이 조금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다음 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실제로 혹이 작아졌다. 의사는 약의 효과로 부기가 좀 빠진 것 같다면서 2주일치 약을 더 처방해줬다. 위급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내원하라는 당부와 함께...


매일 루피와 씨름해가며 약을 먹인 지 15일째 되던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육안으로 보기엔 암으로 추정되는 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의문 반, 기대 반으로 진료 날을 기다려 병원을 찾았고, 의사도 갸우뚱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혹이 났던 부위를 손으로 아무리 만져봐도 만져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서 X-레이를 찍었는데, X-레이상에서도 뼈가 약간 녹은 흔적만 있을 뿐 이전에 보였던 뿌연 덩어리가 보이질 않았다. 담당의사는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긴 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기쁨에 들뜬 나를 자제시켰지만 나는 새겨듣지 않았다. 이미 마음이 오진 쪽으로 기울었으므로.  


두 번째 암 발생으로 생사의 위기를 맞다!


그렇게 2017년이 무사히 지나가고, 2018년 1월 초!

이번에는 루피 머리 오른쪽에 기분 나쁜 혹이 생겼다. 다급한 마음에 바로 병원 예약을 하고 이전에 효과를 본 약을 똑같이 처방받아 왔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하루가 다르게 혹이 커지더니 급기야는 어른 주먹만 하게 혹이 커져 오른쪽 눈이 완전히 감기질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코피를 쏟았다. 그리고 10년 동안 엄청난 먹성을 자랑하던 녀석이 사료를 안 먹기 시작했고 기운이 없어 자리에서 잘 일어나지도 못했다. 머리 쪽에 손만 해도 심하게 아파하면서.


방심한 나를 자책하면서 다시 정밀검사를 했는데, '편평 상피세포암이 맞다.'는  2차 선고와 함께 예상하지 못한 심각한 진단 결과가 나왔다. 50 이하가 정상인 간수치가 무려 3000을 넘어 언제 급사할지 모르는 상태였고, 이대로는 간수치가 너무 높아 수술도, 항암치료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오늘 당장 루피가 죽을 수도 있다니.... 현실이 실감 나지 않으면 눈물도 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마음에 처방해준 수십 알의 간 보조제를 매일 네모난 벨큐브 치즈 속에 넣어 먹였다.(온갖 방법을 다 써봤는데, 이 방법이 가장 손쉽고 거부감 없이 잘 먹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알려준 처방식 사료로 바꾸고, 개 암에 관한 자료를 있는 대로 찾아봤다. 그중 어느 연구자료에서 '암세포는 당과 탄수화물을 먹고 증식하기 때문에 저탄수화물, 고단백질, 고지방식의 식단과 오메가 3 지방산 음식이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식단을 바꿨다. 간에 좋은 처방 사료와 집에서 삶아 만든 닭고기, 돼지고기(살코기로만), 소고기, 연어, 올리브유, 계란 노른자만 먹이는 식단으로...

- 오른쪽 머리 전체가 부어오를 정도로 커진 암과 투병 중인 루피의 모습 -

다행히 약과 식단관리의 효과때문인지 간 수치는 점점 떨어져 2월 초에는 정상수치를 되찾았지만 암세포는 점점 커져갔고,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눈에 녹내장이 발생해 안압이 60을 넘는 또 다른 고비를 맞았다.

 

그 사이 치료약도 이것저것 써봤는데, 이전과 같은 효과는 없었다. 담당교수는 '위험이 있지만 이제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나는 고민 끝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부탁을 했다. 해보지 않은 세균검사도 하고, 항생제와 소염제 량을 늘려봐 달라고...   


두 번째 기적이 일어나다!


세균검사 결과, 종괴 부근에서 세균이 검출됐다고 해서 그에 맞는 항생제와 다른 종류의 소염제, 위벽 보호제, 간 보조제를 처방받아 먹이길 여러 날, 또 한 번의 봄날 같은 기적이 찾아왔다.


새로운 항생제를 먹인 지 7일 째부터 암 덩어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더니 4월 말이 되자 거의 사라진 것이다. 그 무렵부턴 루피도 예전의 식욕과 활력을 되찾아 잘 먹고 잘 자고 잘 짖고 코피도 안 쏟는 건강한 개가 되었다.


'이럴 수도 있나?' 싶어 다시 세포검사를 했지만 여전히 진단 결과는 '편평 상피세포암'!

담당의사는 매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암이 발생했던 부위 쪽 뼈가 조금씩 녹아 얇아져 가는 게 보인다며 항암치료를 강력히 권유했다. 사람은 특효를 봤지만 개는 임상테스트 중인 신약을 무료로 주는 대신 각종 관련 수치 검사를 2주 혹은 한 달마다 하는 조건으로.(검사비는 내가 부담해야 한다.)


나는 선택의 기로에서 또다시 갈등했다. 아마도 소중한 반려동물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면 모든 주인이 하는 고민일거다. 완치가 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생명 연장이냐? 하루를 살더라도 삶의 질이냐?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루피 나이가 5~6살만 돼도 젊고 살 날이 훨씬 많으니 수천만 원의 카드빚을 감수하고서라도 항암치료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형견 수명은 보통 10살에서 12살이고, 노견이 된 루피 나이가 10살이니 앞으로 오래 살아야 2~3년.


나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삶의 질을 택했다. 오늘 하루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루피를 사랑하고 보살피면서 즐겁게 살자고 다짐하면서!


기적과 의문이 반복된 나날들을 보내면서...  


머리 오른쪽에 난 거대한 혹이 사라지고 녹내장 치료도 끝난 6월쯤, 다시 왼쪽에 말랑한 혹이 생겼다.


4번째 세포검사 결과는 여전히 편평 상피세포암!  

검사하고 약만 타가는 내게 계속적으로 항암치료를 권하는 담당의사의 권유가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던 나는 동네 단골병원에서 똑같은 종류의 약을 처방받는 쪽으로 치료방향을 바꿨다. 그 당시 루피 상태가 너무나 건강했고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것도 없었으므로...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정말 감사하게도 루피는 건강하다! 예후가 안 좋은 암이라서 보통 1년 안에 사망한다는 시한부 기간을 현재까지는 무사히 넘기고..

보시는 것처럼 마당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왼쪽 눈 위쪽 머리에 조그만 암이 여전히 있고, 오른쪽 눈은 녹내장으로 실명한 상태다.)

!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옆에서 방금 먹은 사료를 더 달라고 밥그릇 들고 시위 중이고...(더 줄 때까지 절대로 밥그릇을 놓지 않는다.) 루피는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암의 세력에 맞서 꿋꿋하게! 원기 왕성하게! 잘 지내고 있다.


개의 50%가 암으로 사망한다는 시대에 내가 용기를 내어 루피 이야기를 쓴 이유는 단 하나다!

나처럼 사랑하는 반려견이 암에 걸려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견주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정보를 드리고 아픔을 나누고 싶어서다.


나의 치료 및 관리방법이 결코 정답이 아니고 함부로 따라해서도 안되지만 '이렇게 암 투병을 하고 있는 개도 있구나! '라는 위안이 될까 싶어서...


내가 현재 루피를 위해 하고 있는 암 치료 및 관리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처방약 복용 : 항암효과가 조금 있다는 소염제(Piroxicam, 1알), 소염제(Streptoki, 3알), 위벽 보호제(Misoprest, 4알), 간 보조제(레가론 캡슐, 2알) / 하루 2회 복용, 아침저녁으로 / 약만 먹이니 100만 원 넘던 한 달 치료비가 17만 원으로 줄었다.)

2.  위에서 언급한 처방사료와 저탄수화물, 고단백질, 고지방식의 식단 (아주 가끔은 루피가 정말 좋아하는 빵과 햄도 조금씩 준다. 양심적으로 고백하자면.)

3. 규칙적인 산책

4. 최대한 스트레스 없는 환경 만들어주기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수의학 전공자가 아니니...

볼 때마다 조마조마한 루피의 혹이 정말 암인지, 암이라면 사라졌다 나타나고, 현재는 증식을 멈추고 있는 이유가 정확히 뭐 때문인지 (약인지, 음식인지, 루피 자체의 면력력인지, 기타 다른 이유인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루피가 어떤 상태이든 나는 끝까지 루피를 포기하지 않고 돌보고 사랑할 것이며, 1년 시한부 삶을 넘긴 현재... 루피는 암으로부터 자유롭다!

이 기적같은 하루 하루가 언제까지 지속될진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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